[OSEN=잠실, 한용섭 기자] 상대 팀 팬이 보면 ‘밉상’이고 얄미운 선수가 있다. 플레이 스타일이 그런 선수는 우리 팀 팬에게는 열정적인 선수로 응원받는 편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시즌 초반 상대팀에는 ‘밉상’, 우리팀에는 ‘열심히 하는 선수’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편이다. 시즌 초 KIA전에서 1루 주자일 때 투수 양현종의 신경을 자극하는 스킵 동작이 이슈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황성빈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팀의 8연패를 끊는데 앞장섰다. 경기 전 황성빈의 시즌 타율은 8푼3리였다. 12타수 1안타. 김태형 감독은 어떤 감이 왔는지, 황성빈을 2번타자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지금 민석이가 워낙 안 맞고 동희도 안 맞는데… 성빈이도 한번 써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황성빈은 5타수 2안타 1도루 2득점으로 활약하며 8연패를 끊는 9-2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황성빈은 1회 1사 후 우전 안타로 출루해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레이예스의 2루 베이스 옆 내야 안타 타구 때 2루에서 3루를 돌아 홈으로 바람처럼 뛰었다. 타구를 잡은 2루수 신민재가 3루 오버런을 생각해 3루로 던졌다. 하지만 황성빈은 거침없이 홈으로 달렸고, 3루수가 공을 잡아 홈으로 송구했지만 황성빈의 발이 더 빨랐다. 발로 만든 득점이었다.
황성빈은 경기 후 “코치님 사인에 의해서 뛴 거다. 솔직하게 상대 2루수가 타구를 캐치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도 안하고, 그냥 사인만 보고 뛰었다. 고영민 코치님이 만들어준 득점이다”고 설명했다.
3회 1사 후 켈리 상대로 2번째 안타를 때렸고, 투수 견제구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했는데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5회 1사 1,3루에서는 투수 땅볼을 때려, 3루주자가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3-2로 앞선 7회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파울로 실패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2스트라이크에서 땅볼을 때렸는데, 상대 유격수 오지환이 포구 실책을 했다. 3루로 뛰는 2루주자에 살짝 시야가 방해된 측면도 있고, 발 빠른 황성빈이 타자여서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타구였다.
롯데는 무사 1,3루 찬스로 이어졌고, 2루수 야수선택과 투수 송구 실책 등이 이어지면서 2점을 추가했다. 정훈의 1타점 적시타, 김민성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7회에만 6점을 뽑으며 9-2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3회 이닝 종료가 된 상황에서, 상대 투수 켈리가 황성빈을 향해 짜증을 내며 언쟁을 벌었다. 그 바람에 양팀 선수단이 달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큰 싸움으로는 확대되지 않고, 신경전으로 끝났다.
경기 후 황성빈은 ‘다른 팀 입장에서 좀 얄밉다는 이미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 수도 있는데, 플레이 하는데 주저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황성빈은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어느 누가 저를 봐도 열심히 안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열심히 하는 그 이미지가 이제 상대팀에서는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것저것 신경 쓰면, 내가 준비한 거를 아예 못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팀 선배들도 ‘네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게 좋다’고 많이 밀어주시고 응원해주신다”고 외부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 역할이 선발로 나가지 않을 때는 아무래도 대주자가 제일 크다. 선발로 나갈 때는 내가 결과를 내지 못해도, 상대팀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쓰이게 할 수 있는 이미지니까, 그걸 좀 이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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