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LG는 선발 최원태가 1회 제구 난조로 볼넷을 연속 내주며 실점하자 0-2로 뒤진 1사 2,3루에서 전격 교체했다.
이정용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0-4로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이정용 이후로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 고우석을 줄줄이 투입해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타자들이 추격전을 펼쳐 5-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두고두고 회자될 대역전 드라마를 만든 LG 불펜 필승조 7명 중에서 지금 6명이나 사라졌다. 1군 엔트리에는 유영찬 한 명만 남아 있다. LG의 위기, 염경엽 감독의 위기다.
염 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지금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버티기니까, 버티기 위해서 1경기가 엄청 소중하다.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버티기에서 한 경기가 엄청 소중하다”고 말하며 "지금 가장 힘든 것이 작년 승리조에서 6명이 빠져 있다. 핵심 승리조가 4명이나 빠져 있다. 고우석, 이정용, 김진성, 함덕주 또 정우영, 백승현이는 오늘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승현이는 어깨가 좀 묵직하다고 하더라. 2~3일 정도 쉬면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아예 빠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진출했고, 이정용은 군 입대했다. 함덕주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 중, 후반기에나 합류 가능할 전망이다. 김진성은 감기로 컨디션 저하,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정우영은 재활을 마쳤지만, 투구 밸런스를 잡느라 개막부터 2군에 있다. 이제 백승현도 어깨 잔부상으로 2군으로 갔다.
염 감독은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선발 야구가 돼야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선발 야구도 흔들리고 있다. 이제 전체적으로 운영하는 데 굉장히 어렵다. 어쨌든 남아 있는 선수들로, 어떤 데이터를 통해서 확률이 좀 높은 상황으로 끼워맞추기 하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앞으로도 선발 야구가 돼야 한다. (불펜이) 3이닝을 어떻게 막을지, 4이닝까지 가버리면 끼워 맞추기도 힘들고 구성 자체도 현재는 힘들다. 지금 괜찮은 투수는 영찬이 정도다. 어제(17일) 경기가 굉장히 중요했다. 어제 졌으면 영찬이까지 데미지를 입고 잃는 경기였다. 그래서 어제 경기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고 강조했다.
LG는 17일 롯데전에서 유영찬이 9회 2사 3루에서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지만, 9회말 끝내기로 승리했다.
불펜의 불안 요소는 18일 롯데전에서 패배로 연결됐다. 선발 켈리가 6이닝 3실점을 하고 내려갔다. 박명근, 이우찬, 최동환이 16~17일 2연투를 하면서 이날 휴식조였다. 김유영이 2번째 투수로 올라왔는데, 2루타와 실책, 야수선택, 실책으로 무너졌다. LG는 1점차 싸움에서 7회 불펜이 7실점하면서 완패했다.
염 감독은 “캠프 때부터 준비한 김유영, 윤호솔, 김대현, 성동현, 이지강까지 좀 올라왔으면 나은데. 지금까지 23경기를 하면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야구가 생각대로 안 돼서 어렵다. 작년에는 함덕주가 자리를 잡고 김진성이 중심을 잡아줬고, 백승현 박명근 유영찬이 올라오면서 5명이 생기면서 작년 초반에 버텼다. 올해는 생각대로 안 되니 팀이 어렵게 가고 있다. 불펜이 안 될 때는 선발이 버텨줘야 하기에 선발 야구가 중요하다고 계속 얘기를 한 것이다. 불펜을 어떻게 빨리 세팅하느냐가 숙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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