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36)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품격을 뽐내며 한 이닝 선발전원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뒷받침했다.
김재환은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팀의 19-8 대승에 기여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그라운드 분위기를 익힌 김재환은 3-5로 뒤진 3회 1사 후 키움 선발 김선기를 상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이자 14일 잠실 LG전 이후 4경기 만에 터진 장타였다. 김재환은 강승호의 2루수 땅볼로 3루를 밟은 뒤 헨리 라모스의 1타점 2루타 때 추격의 득점까지 올렸다.
백미는 세 번째 타석이었다. 6-6으로 팽팽히 맞선 1사 2, 3루 찬스였다. 김재환은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키움 신인투수 손현기의 4구째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을 당했는데 공이 포수 박준형의 미트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지며 스트라이크낫아웃 상황이 됐다.
박준형은 공을 주워 김재환을 태그하지 않고 이를 투수에게 던졌다. 김재환은 고개를 숙인 채 포수의 태그를 기다렸지만 공이 투수에게 향하자 슬금슬금 1루로 향해 걸어갔고, 중간 지점부터 전력질주하며 1루에 도달했다.
당시 키움의 배터리는 19세 신인투수 손현기와 2019년 입단해 이날이 1군 4번째 출전인 25세 박준형이었다. 김재환이 두 선수의 미숙한 플레이를 틈 타 허를 찌르는 스트라이크낫아웃 포일 출루에 성공했다.
김재환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플레이에 찬사가 쏟아졌다. 전날 중계를 맡은 SPOTV 이동현 해설위원은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박준형 선수는 삼진콜을 받았기 때문에 공을 투수에게 건넸는데 김재환이 그 틈을 잘 파고들면서 다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사실 신인급 투수와 포수가 이런 것들이 정립이 잘 안 돼 있는데 김재환이 삼진이 됐지만 본인의 플레이를 끝까지 한 걸 칭찬해야 한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재환의 출루는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강승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 라모스가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를 연달아 때려냈고, 두산은 전민재의 안타로 계속된 1, 3루 기회에서 박준영의 1타점 2루타와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3점을 더 뽑았다.
4회에만 대거 9점을 뽑은 두산은 한 이닝 선발타자 전원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KBO리그 역대 17호, 두산 구단 4호 기록으로, 2019년 4월 7일 사직 한화-롯데전 한화의 3회초 공격 이후 1839일 만에 KBO리그에서 한 이닝 선발 전원 득점에 성공한 구단이 나왔다. 두산의 최근 한 이닝 선발 전원 득점은 2013년 5월 8일 인천 SK전 1회였다. 김재환의 출루가 구단 11년 만에 대기록 달성에 큰 도움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산은 장단 22안타에 19점을 뽑는 파괴력을 뽐내며 KBO리그 역대 89호, 두산 10호 선발전원득점 및 안타를 동시에 달성했다. 2017년 7월 22일 잠실 한화전 이후 약 7년 만에 선발 라인업 9명 전원이 득점과 안타를 동시에 기록했다. KBO리그 최근 사례는 2024년 4월 13일 대전 한화-KIA전의 KIA였다.
키움 마운드를 폭격한 두산은 19-8 대승을 거두며 3연패 탈출과 함께 주중 대구 3연전 스윕패 충격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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