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괜히 전체 1순위 신인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좌완 투수 황준서(19)가 데뷔 첫 패전투수가 됐지만 기막힌 투구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준서는 지난 2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한화 타선이 황준서를 돕지 못했다. 삼성 선발 원태인을 비롯해 상대 마운드에 막혀 0-1로 패배, 황준서는 데뷔 첫 패전을 안았지만 전체 1순위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거둔 황준서는 팔꿈치 굴곡근 염좌로 이탈한 김민우 자리에 대체 선발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 사이 구원으로 4경기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는데 두 번째 선발등판도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 1.15.
19살 신인 투수라곤 믿을 수 없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1회 시작부터 공 9개로 삼자범퇴했는데 강타자 구자욱을 3구 삼진 처리한 장면이 백미였다. 1~2구 연속 몸쪽 낮은 포크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더니 3구째 커브를 바깥쪽으로 던졌다. 허를 찔린 구자욱은 배트를 내지도 못한 채 서서 삼진을 당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영웅을 3구 삼진 돌려세웠다. 변화구가 하나 들어울 줄 알았는데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직구 3개로 얼어붙게 했다. 포수 최재훈의 공격적인 리드에 황준서도 빠른 투구 템포로 자신 있게 꽂아넣었다.
주무기 포크볼도 춤을 췄다. 3회 이성규는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회 황준서를 두 번째로 만난 구자욱은 초구, 4구째 존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에 계속 배트가 헛돌았다. 볼카운트 2-2에서 결정구로 또 포크볼이 예상됐지만 황준서는 달랐다. 과감하게 5구째 바깥쪽 꽉 차는 직구를 뿌렸고, 구자욱은 배트를 내다 멈췄다. 또 한 번의 루킹 삼진이었다.
4회 2사 후 맥키넌과 김영웅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지만 2개의 공 모두 실투가 아니었다. 둘 다 몸쪽 깊게 직구를 잘 찔러넣었지만 맥키넌은 먹힌 타구가 우측 라인선상에 떨어졌고, 김영웅은 배트가 부러졌지만 강한 손목 힘으로 잡아당긴 타구가 장타로 이어졌다. 타자들이 잘 때린 것이었다. 보통 신인 투수라면 계속 흔들릴 법도 했지만 황준서는 다음 타자 강민호를 2구 만에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5회에는 김헌곤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낮게 살짝 걸치는 포크볼로 루킹 삼진 잡았고, 류지혁에게 첫 볼넷을 내줬지만 이성규를 초구 몸쪽 직구로 3루 땅볼을 이끌어냈다. 5-4-3 병살타로 이닝 종료. 5회까지 투구수가 64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였다.
최고 147km, 평균 143km 직구(31개), 포크볼(30개) 중심으로 커브(3개)를 간간이 섞어 던졌다.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좌우 보더라인으로 제구가 칼같이 이뤄졌다. 주무기 포크볼도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존 안에 넣었다 빼며 결정구에 카운트 잡는 용도로도 썼다. 사실상 직구-포크볼 투피치였지만 존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며 커맨드가 되다 보니 타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기막힌 투구를 한 황준서이지만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한화는 구원투수 장시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투구수가 64개밖에 되지 않아 황준서가 왜 교체됐는지 궁금증을 낳았는데 부상은 아니었다. 관리 차원의 교체였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적잖은 비가 내려 날씨가 쌀쌀했던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황준서는 지난달 31일 선발 데뷔전에서 한계 투구수 75구로 잡고 마운드에 올랐다. 4일 전 퓨처스리그에서 4이닝 57구를 던진 뒤라 투구수 제한이 불가피했다. 당시 황준서는 5이닝을 73구로 끝내며 선발승을 갖췄다.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구원 4경기 중 2경기를 2이닝씩 던졌다. 각각 5일, 1일 쉬고 마운드에 올라 큰 무리는 아니었지만 19살 어린 투수라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했다.
이날 선발등판도 5일 쉬고 나섰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은 5이닝 64구로 짧게 끊었다. 1이닝 더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6회 삼성 타순이 1번부터 시작되고, 3번째 상대라 타자들이 익숙함을 갖고 들어갈 수 있었다. 5회 류지혁에게 이날 경기 첫 볼넷을 내줄 때는 공이 조금씩 뜨는 모습도 보였다. 제한된 투구수로 인해 이닝 중 어정쩡하게 내려가는 것보다 좋을 때 깔끔하게 교체하는 쪽으로 결정한 듯하다.
어린 투수일수록 마운드에서 좋은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 같아선 더 던지게 하고 싶었지만 시즌은 길고, 황준서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는 앞으로 충분히 많다. 마른 체구로 인해 스태미너를 보완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앞으로 몸과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 선발로 계속 기회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투구수를 차차 늘리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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