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애증의 ‘42억 FA 보상선수’ 강승호(30·두산 베어스)의 시즌 초반 장타력이 심상치 않다. ‘강정호 스쿨’을 다녀온 4번타자 김재환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며 팀을 넘어 KBO리그 홈런 경쟁에 뛰어들었다.
강승호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신고했다.
강승호는 0-4로 뒤진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키움 선발 김선기의 초구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133km)를 받아쳐 추격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는 125m.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경기 만에 터진 시즌 7번째 홈런이었다.
강승호는 이 홈런으로 강백호(KT 위즈),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프로야구 홈런 부문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선두(9개) 최정, 한유섬(이상 SSG 랜더스), 2위(8개)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등 내로라하는 장타자들과 홈런 경쟁에 뛰어든 순간이었다.
홈런뿐만이 아니다. 강승호는 안타 공동 3위(32개)를 비롯해 장타율 3위(.681), OPS 4위(1.057), 타점 5위(20개) 등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강승호는 시즌 초반 두산의 공격을 이끄는 핵심 전력이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20일 잠실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원래 지금 정도는 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은 갖고 있는 좋은 장점을 경기에서 활용을 잘 못했다”라며 “겨울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결과가 지금 잘 나타나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강승호는 지난 2020년 12월 최주환(당시 SSG)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북일고를 나와 2013 신인드래프트서 LG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2018년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로 SSG의 전신인 SK 유니폼을 입은지 3년 만에 잠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강승호는 이적 첫해 113경기 타율 2할3푼9리 7홈런을 거쳐 2022년 마침내 두산의 주전 2루수로 도약했다. 134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타율 2할6푼4리 117안타 10홈런 6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각종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썼다. 감격의 데뷔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었다.
강승호는 이에 힘입어 1억1500만 원에서 8500만 원 인상된 2억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팀 내 최고 인상액이었다.
강승호는 지난해에도 127경기 타율 2할6푼5리 7홈런 59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종전 2억 원에서 5500만 원 오른 2억5500만 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산 비FA 야수 고과 1위를 차지했다.
이적 4년차에 마침내 3할타자의 향기를 뽐내고 있는 강승호. 사령탑은 강승호가 진짜 ‘3할타자’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으로 '꾸준함'을 꼽았다.
이 감독은 “지금 또 잘한다고 방심할 건 아니다. 시즌을 길게 봐야하고, 1년 동안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물론 항상 꾸준할 순 없지만 수치를 올리려면 몰아치기도 하고 부진할 때는 부진을 최소화해야 한다. 부진이 길게 가면 안 좋아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제 이런 부분도 (강)승호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이나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강승호의 달라진 모습을 심상치 않게 바라봤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