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초반 폭등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도 연이틀 패했다.
한화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3-5로 역전패했다. 전날(20일) 0-1 패배에 이어 삼성과의 3연전 첫 날 승리 후 2연패를 당하며 1승2패 루징시리즈.
개막 10경기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던 한화는 그러나 이후 14경기 3승11패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질주했지만 상승 구간이 지난 뒤 5연패, 3연패에 빠지더니 다시 2연패로 하락 구간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시즌 성적도 11승13패(승률 .458), 승패 마진 -2로 떨어졌다. 순위는 7위로 내려왔고, 공동 5위 LG·삼성과도 2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전날 경기에서 한화는 선발로 나선 신인 좌완 황준서가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6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하면서 0-1로 졌다. 이날도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가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불펜 난조와 작전 미스가 겹쳐 역전패하는 바람에 웃지 못했다.
산체스의 투구는 훌륭했다. 1회 시작부터 직구 7개로 삼자범퇴했다. 이재현에게 5연속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 잡으며 구위로 찍어 눌렀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에 김영웅, 김지찬, 김현준이 배트가 헛돌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우타자 이성규에게는 체인지업을 결정구 삼아 헛스윙 삼진 요리했다.
5회에는 김재상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고 기세를 올린 산체스는 그러나 이병헌에게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김지찬을 3루 땅볼 유도했지만 이재현에게 큰 것 한 방을 맞았다. 6구째 몸쪽 높게 들어간 151km 직구를 이재현이 제대로 받아쳤다. 비거리 115m, 시즌 2호 홈런.
무실점이 깨진 산체스는 구자욱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더니 2루 도루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맥키넌을 자동 고의4구로 보내 1루를 채운 뒤 김영웅을 2루 땅볼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총 투구수 83개로 산체스의 이날 투구도 마무리됐다. 최고 152km, 평균 150km 직구(43개) 중심으로 슬라이더(19개), 커브(11개), 체인지업(8개), 커브(2개)를 구사했다.
3-2 리드 상황에서 산체스가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불펜이 리드를 날렸다. 6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한승혁이 7회 멀티 이닝에 나섰지만 1사 후 김지찬을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 게 발단이었다. 발 빠른 1루 주자 김지찬을 계속 견제하느라 이재현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포수 이재원이 5구째 피치 아웃을 위해 일어섰지만 한승혁이 낮게 던지면서 미트를 맞고 뒤로 빠지는 공이 나오기도 했다. 기록은 포일. 한승혁은 구자욱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에서 강판됐다.
볼넷으로 순식간에 1사 만루가 되자 한화는 이민우로 투수를 바꿨다. 그러나 이민우가 맥키넌에게 좌중간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이 되어버렸다. 산체스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 이어 김영웅을 2루 인필드 플라이로 유도했으나 대타 류지혁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 점수를 내준 것이다. 다음 타석에도 대타로 강민호가 들어섰는데 3루 강습 내야 안타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삼성이 5-3으로 달아났다. 한승혁이 나민 책임 주자 3명이 모두 홈에 들어왔다.
올해 최고 157km까지 뿌린 한승혁은 한화의 필승조로 거듭나며 홀드 3개를 거뒀다. 하지만 이날 1⅓이닝 무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3패째를 안았다. 12이닝 동안 볼넷 9개로 제구가 안정적이진 않지만 강력한 구위로 좋을 때는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이날도 6회 첫 이닝은 아주 좋았지만 7회 1사 후 갑자기 불안 요소가 터졌다.
류현진 복귀 효과 속에 한화는 올해 선발 평균자책점 3위(3.78)로 어느 때보다 좋은 로테이션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불펜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구원 평균자책점 6위(4.60)로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고비를 못 넘는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박상원, 김범수, 이태양이 부진 또는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다녀왔거나 머물고 있는 상태. 한승혁, 이민우가 새로운 필승조로 들어왔지만 아직 기복이 있다.
타선도 답답한 흐름이 깊어지고 있다. 채은성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오르내림 폭이 크다. 공인구 반발력 상승 영향으로 리그 전체 홈런이 늘었는데 한화는 최근 6경기 무홈런으로 침묵 중이다. 팀 홈런(15개)이 가장 적은데 타율(.257)도 10위로 떨어졌다. 득점권 타율은 1위(.322)이지만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 타율은 10위(.226)로 가장 낮다.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아 장타가 터지지 않으면 득점을 내기 어려운 팀 구성이다. 올해부터 베이스 크기 확대로 어느 때보다 도루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화는 리그 최소 6개에 불과하다. 도루 성공보다 실패가 11개로 더 많아 성공률(35.3%)도 가장 저조하다. 누상에서 움직임도 적은데 어쩌다 한 번 움직이면 실패 확률이 높다. 공격 흐름이 뚝뚝 끊긴다.
이날 삼성전은 뼈아픈 작전 미스까지 있었다. 6회 선두타자 김태연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황영묵 타석에 2루 도루를 하다 실패했다. 황영묵이 2구째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배트를 뺐는데 사인이 맞지 않았는지 타자 쪽을 바라보며 2루로 뛰던 김태연이 허무하게 아웃됐다. 황영묵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김태연의 도루 실패가 더더욱 아쉬웠다. 바로 다음 이닝에 역전을 허용했으니 경기 흐름은 여기서부터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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