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2024시즌에 앞서 우승을 다툴 프로야구 3강으로 꼽힌 KT 위즈는 어쩌다 승률 2할대 약체로 전락했을까.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1차전.
주춤하던 KT 타선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7회초 대폭발했다. 선두 조용호가 2루타, 김상수가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든 가운데 천성호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치며 3-3의 균형을 깼다. 이후 1루수 포구 실책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가 이어졌고, 문상철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장성우가 바뀐투수 김상수 상대로 달아나는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장성우는 등장과 함께 김상수의 초구 141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2일 수원 KIA전 이후 약 3주 만에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리며 승리 확률을 한껏 높였다.
9-3으로 앞선 채 7회말을 맞이한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두 윤동희를 9구 끝 삼진 처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이 때부터 재앙이 시작됐다. 2024시즌에 앞서 2+2년 최대 16억 원에 FA 계약한 주권이 6점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것.
주권은 1사 후 황성빈을 중전안타, 전준우를 볼넷 출루시킨 가운데 정훈에게 1타점 적시타, 손호영에게 초구 좌중월 3점홈런을 연달아 헌납했다. 9-3이었던 스코어가 순식간에 9-7까지 좁혀진 순간이었다.
주권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후속 박승욱 상대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사구를 허용하며 박시영과 교체됐다.
박시영 카드 또한 실패였다. 첫 타자 손성빈을 볼넷 출루시키며 2사 1, 2루에 처했고, 다음타자 최항 상대 2B-0S에서 김민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어 김민수마저 최항의 1타점 적시타와 폭투로 동점을 허용, 벤치에 신뢰에 부응하지 못했다.
KT는 9-3에서 9-9 동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뼈아픈 9-9 무승부를 기록했다. 믿었던 주권을 비롯해 박시영, 김민수 등 KT가 자랑하는 필승조가 연이어 흔들리면서 1패와 같은 무승부를 당했다.
더블헤더 2차전 또한 반전은 없었다. 선발 엄상백의 6이닝 2피홈런 5실점 부진에 이어 김민이 ⅓이닝 2실점으로 쐐기점을 헌납, 5-7로 무릎을 꿇었다.
KT는 고척 키움 3연전 첫 위닝시리즈의 기쁨도 잠시 사직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며 11일 창원 NC전 이후 열흘 만에 꼴찌(7승 1무 18패)로 추락했다. 9위 롯데와의 승차는 1경기.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승률 2할대(.280)의 팀이다.
KT는 시즌에 앞서 KIA, LG와 대권을 다툴 ‘3강’으로 분류됐지만 올해도 슬로스타터 기질을 떨쳐내지 못하며 최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공동 5위 LG, 삼성과 6.5경기, 선두 KIA와 10.5경기 차이로 승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마운드 붕괴다. 팀 평균자책점이 6.94로 최하위인데 선발도 6.26, 불펜도 7.75로 모두 꼴찌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7점대인 팀도 KT가 유일하다. 에이스 고영표의 부상 이탈이 가장 뼈아프지만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토종 선발 3명이 부진을 거듭 중인 게 더 큰 문제다. 특히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 엄상백의 6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6.75 부진이 아쉽다.
불펜에서도 이강철 감독이 승부처에 믿고 쓸만한 투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김민수가 평균자책점 5점대, 박영현이 7점대, 박시영과 주권이 8점대, 손동현이 11점대로 그 어느 하나 안정된 투수가 없다. 그나마 제 궤도를 찾아가던 이상동은 경기 도중 발목을 접질려 8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KT는 지난해 꼴찌에서 2위에 오르는 기적을 해낸 팀이다. 사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부터 이러한 패턴이 계속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시동이 늦게 걸려도 너무 늦게 걸린다. 작년에는 외국인투수 교체라는 반전책으로 분위기를 확 바꿨지만 올해 외국인 3인방은 전혀 문제가 없다.
결국 토종 마운드의 반등이 절실한데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마운드가 매 번 초반 승기를 내주거나 막바지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트레이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KT는 이번주 '난적' 한화 이글스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SG 랜더스를 차례로 만난다.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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