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대기록의 희생양 전문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안방에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고 안방에서 남의 구단 잔칫상이 열리게끔 해줘야 했다. 그리고 경기마저 내줬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7-12로 역전패를 당했다. 8연패 탈출 이후 3승1무의 상승 흐름이 깨졌다.

초반 흐름은 괜찮았던 롯데다. 1회 선제 2득점에 성공했다. 2회 곧바로 2-4로 역전을 당했지만 3회말 대거 5득점에 성공, 7-4를 만들었다. SSG 선발 로버트 더거를 두들기면서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단 한 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5회초 2사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에게 던진 초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국민타자’ 이승엽(두산 감독)을 넘고 KBO 통산 최다인 468홈런 신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최정이 그라운드를 돌고 홈을 밟은 뒤,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사직구장에서 잠시 조촐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대기록을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또한 추신수와 롯데 주장 전준우가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대기록을 축하했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 이 홈런은 재앙의 씨앗이 됐다. 뒤이어 한유섬에게 백투백 홈런까지 얻어 맞았다. 6-7까지 쫓겼다. 최정의 468번째 홈런부터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7회초 필승조 전미르와 최준용이 무너졌다. 6회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전미르는 7회 멀티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올라왔다. 하지만 최정에게 볼넷, 한유섬에게 좌전안타, 에레디아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만루에서 최준용이 등판했다. 하지만 최준용은 박성한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고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7-7 동점이 됐다. 고명준에게도 2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7-9로 역전을 당했고 폭투로 1점을 더 헌납하면서 7-10이 됐다. 그리고 9회초 2점을 더 내주며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롯데는 필승조가 무너지면서 최악의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상대의 대기록을 안방에서 허용하면서 잔칫상까지 내줬다. 여러모로 뼈아프고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아울러 KBO 역사를 새롭게 쓰는 대기록 속에서 롯데라는 구단은 언제나 희생양이 됐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롯데는 대기록이 세워지는 순간 희생양이었고 조연이었다. 

2003년 10월2일, 롯데는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이승엽에게 당시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인 56번째 홈런을 허용했다. 허용한 투수는 이정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5년 6월 3일, 롯데는 다시 한 번 이승엽의 대기록에 조연이 됐다. 포항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승엽에게 역대 최초 400홈런을 허용했다. 당시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는 구승민이었다. 지금은 4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한 리그 대표 셋업맨이 됐지만 당시에는 입단 3년차의 신예 선발 투수였다.

박용택의 최다 안타 신기록 당시에도 롯데가 상대팀이었다. 2018년 6월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박용택에게 신기록을 내줬다. 이날 양준혁이 갖고 있었던 최다 안타(2318안타) 타이 기록에 이어 2319안타 신기록까지 연달아 내줬다. 공교롭게도 박용택에게 타이 기록과 신기록을 내준 투수는 현재 SSG에서 최정의 동료로 있는 노경은, 고효준이었다. 

결국 롯데는 다시 한 번 희생양이 됐다. 여기에 안방에서 최악의 역전패를 당하며 씁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