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데뷔 첫 교체 출장에서 아찔한 몸쪽 공에 다칠 뻔했다. 가까스로 피하며 부상을 모면했고,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이정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6회초 대수비로 교체 출장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경기 중 교체로 나와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전날(24일) 메츠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1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이 끊겼던 이정후는 이날도 안타를 치지 못하며 시즌 타율이 2할7푼2리에서 2할6푼9리(93타수 25안타)로 떨어졌다. OPS는 .700에서 .699로 소폭 하락.
이정후는 지난 1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이어 시즌 3번째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 션 마네아인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정후는 좌투수 상대 타율(.276)이 우투수(.270)보다 높지만 OPS는 우투수(.721)보다 좌투수(.646) 상대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좌우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었는데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우타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를 1번 타순에 넣으며 유틸리티 우타자 제럴드 피츠제럴드를 중견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타선이 마네아에게 무득점으로 막히면서 활로를 뚫지 못했고, 5회까지 0-6으로 끌려다녔다.
이정후는 마네아가 5회말 교체된 뒤 6회초 수비 때 중견수로 교체출장했다.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7번 타순에 이정후가 들어갔고, 중견수 피츠제럴드가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6회말 첫 타석에서 우완 리드 가렛을 맞아 초구 몸쪽 볼을 골라낸 이정후는 2구째 슬라이더를 지켜봤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90.6마일(145.8km) 슬라이더를 받아쳤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다.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우완 아담 오타비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골라냈다. 1~2구 연속 볼을 골라내 이정후는 3구째 스트라이크 이후 4구째 몸쪽 커터에 배트가 헛돌았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낮은 스위퍼에 파울을 치며 배트가 부러진 이정후는 6구째 바깥쪽 높은 싱커를 골라낸 뒤 7구째 몸쪽 깊게 들어온 공을 피하면서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 순간이 가슴 철렁했다. 오타비노의 시속 92.7마일(149.2km) 강속구가 이정후의 다리 쪽으로 빠르게 날아온 것이다. 무릎 근처로 날아온 공이라 맞았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정후가 두 다리를 뒤로 빼며 동물적인 반응 속도로 피했다. 배트를 놓으면서 앞으로 넘어진 이정후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레그가드를 풀고, 헬멧을 주워 쓴 뒤 1루로 천천히 뛰어갔다.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메츠에 2-8 완패를 당했다. 경기 전부터 찾아온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당초 이날 샌프란시스코 선발은 좌완 블레이크 스넬이었다. 그러나 왼쪽 내전근 긴장 증세로 경기 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등판이 취소됐다. 지난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에 FA 계약한 스넬은 3경기(11⅔이닝) 3패 평균자책점 11.57로 부진한 상황에서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스넬은 지난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마친 뒤 내전근에 통증을 느꼈고, 이날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펜 피칭을 했지만 스스로 투구를 멈췄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도 증상으로 15일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아직 얼마나 결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넬을 잃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일이다”고 아쉬워했다.
스넬의 부상 악재 속에 샌프란시스코는 불펜 데이를 했다. 구원투수 라이언 워커가 데뷔 첫 선발로 나서 1이닝을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뒤 2회부터 션 젤리가 나섰다. 젤리는 2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했지만 3회 2점을 내줬다. 2사 1루에서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 시즌 3호 투런 홈런을 맞았다. 4회에는 타이론 테일러에게 시즌 2호 솔로포를 맞은 젤리는 2⅔이닝 2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스넬이 빠진 자리에 콜업된 랜던 루프도 5회 2사 후 안타 3개와 볼넷 1개로 3실점하며 스코어가 0-6으로 벌어졌다. 9회에는 한국계 3세 투수 미치 화이트가 이적 이후 첫 등판에 나섰지만 린도어에게 시즌 4호 투런 홈런을 맞는 등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타선도 터지지 않았다. 2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1루 내야 뜬공,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유격수 내야 뜬공, 닉 아메드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무득점으로 끝난 게 아쉬웠다. 3회에도 무사 1,2루 기회가 있었지만 2루에서 오스틴 슬레이터가 견제사를 당하더니 마이클 콘포토가 헛스윙 삼진, 호르헤 솔레어가 2루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5회에도 1사 1,2루에서 콘포토가 헛스윙 삼진, 솔레어가 2루 내야 뜬공 아웃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득점권 7타수 무안타로 잔루만 11개.
이날 패배로 2연승이 끊긴 샌프란시스코는 12승14패로 5할 승률에 실패했다. 3연패를 탈출한 메츠는 13승11패. 린도어가 시즌 3~4호 멀티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폭발했다. 선발 마네아는 4⅔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5회말 2사 1,2루에서 투구수 101개로 강판돼 승리투수는 놓쳤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