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자까지 날아와 부탁하던데?'' 텐 하흐, 단숨에 '갑' 됐다...경질 위기→위풍당당 재계약 협상
입력 : 2024.06.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단 한 번의 승리로 입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에릭 텐 하흐(5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경질 위기를 딛고 재계약을 협상 중이다. 이젠 여유가 넘친다.

영국 'BBC'는 17일(한국시간) "텐 하흐는 '맨유가 내게 남아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이비자로 날아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여름 휴가가 구단에 의해 중단됐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텐 하흐 감독은 최근 맨유 유임이 결정됐다. 그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부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에 힘입어 다음 시즌에도 맨유를 지휘하게 됐다. 

사실 경질이 유력해 보였다. 텐 하흐 감독은 2022-2023시즌 맨유에 도착하자마자 프리미어리그(PL) 4위와 리그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년 차 들어 심각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8위까지 추락했다. 

굴욕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맨유는 2023-2024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5골이나 허용했고, 무려19번이나 패했다. 이는 1978-79시즌 이후 46년 만의 최다패 기록이다.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9번이나 무너지면서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 기록까지 쓰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맨유는 지난달 25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맨유는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맨시티를 괴롭혔고, 1년 전 FA컵 결승전 패배를 되갚아주며 대반전을 썼다.

그 덕분에 텐 하흐 감독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맨유는 FA컵에서 우승해도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할 생각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마음을 바꿨다. 맨유 보드진은 지난주 2주 넘게 계속된 시즌 리뷰 끝에 다음 시즌에도 텐 하흐 감독에게 팀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는 "맨유가 FA컵 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면서 맨유 고위층이 좀 더 긍정적으로 텐 하흐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리뷰 결과를 중심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텐 하흐가 계속 팀을 맡는 게 분명히 선호하는 선택지였다"라고 전했다.

맨유 선수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스카이 스포츠'는 "지난주 맨유 선수들은 텐 하흐가 클럽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단이 시즌 종료 후 검토를 마친 뒤에도 그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믿었다. 그러다가 화요일 밤 늦게 소식이 전해졌을 때 비로소 텐 하흐가 팀에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텐 하흐 감독은 2년 재계약까지 앞두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맨유는 새로운 계약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증명할 예정이다. 아직 세부 사항에 합의하진 못했지만, 2년 연장이 유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단 내 영향력은 이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텔레그래프는 "텐 하흐는 이제 새로운 이네오스(INEOS) 그룹 구조 내에서 일해야 하므로 이적시장에서 발언권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는 감독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INEOS 측은 댄 애쉬워스 스포츠 디렉터와 제이슨 윌콕스 기술 디렉터가 있는 구조 내에서 일할 감독을 선호한다. 맨유 내에서는 텐 하흐가 너무 많은 권력을 행사했다는 믿음이 있다. 특히 이적시장에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적시장에서 존재감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텐 하흐 감독이 승자가 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는 네덜란드 방송 'NOS'에 출연해 맨유에 남게 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텐 하흐 감독은 스페인 휴양지 이비자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깜짝 방문을 받았다. 그는 "이비자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구단 운영진이 찾아왔다. 그들은 갑자기 내 집 문간에 나타나 나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경질을 걱정하던 텐 하흐 감독이 오히려 부탁받는 입장이 된 것. 실제로 맨유는 투헬 감독과 접촉하기도 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는 투헬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이미 최고의 감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당당히 밝혔다.

텐 하흐 감독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맨유가) 여러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걸 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허용되지도 않는다. 다른 클럽과 이야기 나누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거기에 현재 감독이 있는 한 말이다. 영국에서는 다르다"라며 에둘러 항의했다.

이제 텐 하흐 감독은 맨유와 재계약 협상에서도 초조한 쪽이 아니다. 그는 "우리는 잘 이야기했고, 다양한 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결론은 계약 연장을 위해 자리에 앉겠다는 것이다. 그게 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좀 더 이야기해 보자"라고 여유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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