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용서는 용서고' 벤탄쿠르, 인종차별 중징계 받나? ''FA 조사 중→출장정지 가능성''...과거 카바니는 3G 금지
입력 : 2024.06.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일단 손흥민(32)의 용서는 받았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차원 징계는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27, 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인종차별적 발언의 대가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영국 '타임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벤탄쿠르는 '한국인은 모두 똑같이 보인다'라고 말한 뒤 출전 정지를 직면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팀 동료 손흥민과 모두 똑같이 보인다고 했다. 출전 정지 가능성도 있다. FA는 이에 대해 징계를 내릴지 말지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잘 나눴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아시아인 전체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인 만큼 FA 징계는 별개 사안이다. 타임스는 "벤탄쿠르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손흥민은 그와 대화를 나눴다며 문제가 '이제 끝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FA로부터 처벌받을 수 있다. 관련 기관이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지난 2022년 1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임대로 합류했던 그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고, 빠르게 완전 이적에도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두 차례나 장기 부상으로 쓰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벤탄쿠르는 8개월 만에 복귀하며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자마자 또 발목을 다치며 눈물 흘렸다. 

재활 끝에 다시 돌아온 벤탄쿠르는 2023-2024시즌을 마치고 우루과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미국에서 열리는 2024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상징인 6번 등번호를 달고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팀 동료이자 주장 손흥민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터트린 것. 그는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사'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은 뒤 문제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물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싫어해서 한 말이라기보다는 별 생각없이 나온 저질 농담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인들 외모에는 차이가 없다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남미에 동양인 차별 의식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는 방증인 셈. 아무리 익숙지 않은 다른 인종을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지만, 명백한 실언이었다.

당연히 논란이 커졌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과문은 이미 내려간 지 오래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Sonny' 대신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Sony는 손흥민의 애칭이 아니라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 이름이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반성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며 넘어가선 안 됐다.

벤탄쿠르의 24시간짜리 사과문 이후에도 팬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그러나 그는 우루과이 대표팀 관련 사진만 공유하며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고, 토트넘도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팬들의 비판 댓글을 삭제하는 지적까지 받았다. 토트넘은 구단 차원에서 휴가 기간이라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여왔다.

이와 별개로 사건은 갈수록 커졌다. 축구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인 '킥 잇 아웃'도 행동을 예고했다. 영국 'BBC'는 "킥 잇 아웃은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에 따르면 수많은 제보 내용과 항의 내용은 토트넘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20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벤탄쿠르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 토트넘을 위해 싸우고자 프리시즌에 함께 돌아올 것"이라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그러자 토트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터뷰 발언과 이어진 공개 사과 이후,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구단은 우리의 영역, 나아가 더 넓은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은 너그러이 용서했지만, 이번 사건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FA의 징계는 피해자가 용서했느냐와 별개이기 때문. 게다가 벤탄쿠르의 발언은 손흥민을 넘어 한국인, 동양인 전체를 향한 인종차별이기에 더 큰 문제다.

무엇보다 의도가 없었다는 벤탄쿠르의 해명은 면죄부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농담이었다는 말이 인종차별적 발언의 핑계가 될 순 없기 때문.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FA는 선수 의도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인종차별이라고 판단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실제로 5년 전 베르나르두 실바는 흑인 인종차별 혐의로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라는 징계를 받았다. 당시 그는 소셜 미디어에 맨체스터 시티 동료 뱅자맹 멘디의 어릴 적 사진과 흑인을 연상케 하는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 사진을 함께 올리며 '누군지 맞춰 봐'라고 적었다. 논란이 되자 실바와 멘디는 친한 사이에 나온 장난이라고 해명했으나 FA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간주해 벌을 내렸다.

또 다른 우루과이 국적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 역시 2021년 팬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감사를 전하며 '네그리토(Negrito)'라고 불렀다가 3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586만 원) 처분을 받았다. 카바니는 애정이 담긴 표현일 뿐이라고 억울해 했지만, 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벤탄쿠르도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놓은 만큼 비슷한 중징계가 예상된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드리고 벤탄쿠르, 손흥민, 베르나르두 실바, 에딘손 카바니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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