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7번 마스크'와 같은 운명이다. 킬리안 음바페(26, 레알 마드리드)의 '청백적 마스크'도 실제 경기장에선 볼 수 없다.
'스포츠 바이블'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음바페가 유로 2024에서 그의 새로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이유"라며 "그는 프랑스 대표팀 훈련에서 새로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착용할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음바페는 지난 18일 오스트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D조 2차전을 치르던 도중 코뼈가 골절됐다. 그는 후반 40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 케빈 단소와 공중볼을 놓고 다투다가 강하게 충돌했다. 단소 어깨에 코를 부딪힌 음바페는 하얀 유니폼이 붉게 얼룩질 정도로 피를 흘렸다.
결국 음바페는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 못했다. 그는 코를 부여잡고 주저 앉아있다가 후반 45분 올리비에 지루와 교체되면서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끌리면서 경고를 받았고, 오스트리아 팬들로부터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음바페는 수술대에 오르지 않고 빠르게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대회 조기 마감을 피했다. 그리고 남은 유로 일정에서 마스크 투혼을 예고했다. 필립 디알로 프랑스축구협회(FFF) 회장은 "대표팀 의료진은 음바페가 수술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그는 얼굴을 보호하고자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다. 다음 경기 출전은 알 수 없다"라고 알렸다.
음바페는 직접 팬들에게 마스크 디자인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마스크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가?"라는 글과 함께 땀 흘리며 난처하게 웃는 이모지를 게시했다. 음바페의 장난 섞인 농담에 팬들은 일제히 그를 닮은 것으로 유명한 닌자 거북이 마스크를 추천했다.
프랑스는 즉각 음바페를 위한 특수 마스크 제작을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공개됐다. 프랑스 대표팀은 21일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음바페의 사진을 공개했다. 닌자 이모지와 프랑스 삼색기 이모지도 곁들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음바페는 별명인 '닌자 거북이'와 한층 더 닮아 있었다. 다만 마스크는 팬들이 추천해준 닌자 거북이 디자인 대신 프랑스를 뜻하는 청백적에 프랑스축구협회(FFF)의 수탉 엠블럼, 그의 이니셜 'KM'이 새겨진 모습이었다. 음바페도 개인 소셜 미디어에 마스크 사진을 올리며 자랑했다.
다만 음바페가 삼색기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이는 UEFA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 UEFA 규정에 따르면 안면 보호 마스크를 포함한 의료 장비는 단색이어야 하며 팀이나 제조업체를 식별할 수 없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음바페의 마스크는 프랑스 국기를 형상화한 모양이기 때문에 규정 위반인 것. '디 애슬레틱'은 "모든 장비는 사전에 UEFA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음바페는 해당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수 없다. FFF는 UEFA에 요청해 그가 착용하기로 선택한 마스크를 허가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프랑스 대표팀이 이를 모르고 있진 않았다. FFF 역시 규정을 잘 알고 있지만, 음바페를 위해 마스크 여러 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청백적 마스크는 사실상 음바페와 프랑스 팬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인 셈. 디 애슬레틱은 "FFF는 UEFA 규정에 맞는 단일 색상 마스크도 여러 개 준비했다고 확인했다. 그들은 마스크를 만들기 전에 따라야 할 규칙을 알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사이즈를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캡틴 음바페가 프랑스를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뛰는 모습을 기대한 팬들로서는 아쉬운 소식. 팬들은 "올해 최고의 마스크다", "청백적 닌자 거북이" 등의 댓글을 남기며 뜨겁게 반응했으나 훈련장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일단 음바페는 22일 열린 네덜란드전에선 결장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앞서 손흥민도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그는 2022년 11월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던 중 안와골절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음바페와 비슷하게 상대 수비 어깨에 얼굴을 세게 부딪혔다. 월드컵을 고작 한 달 앞두고 생긴 큰 부상.
그럼에도 손흥민은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웠고,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그는 훈련장에서 등번호 7번을 새긴 마스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나 사실 이는 스티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는 7번 스티커를 붙이고 뛸 순 없었다.
손흥민은 검은색으로만 칠해진 단색 마스크를 쓰고 활약해야 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을 도우며 한국의 기적 같은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대신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PL)로 복귀한 뒤에는 7번 스티커를 다시 붙이고 뛰었다. PL에서는 마스크에 특정 문구나 숫자를 허용하지 않는 FIFA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장면이었다. 음바페 역시 레알 마드리드 복귀 후에도 마스크가 필요하다면 특별한 마스크를 쓰고 뛰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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