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채연 기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형민 감독이 방영 당시 신드롬급 인기를 다시 언급했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터타워에서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형민 감독은 최근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2탄의 포문을 연 ‘[감독판] 미안하다 사랑한다 2024’의 연출을 맡아 6편의 전편을 다시 그렸다.
이형민 감독은 ‘상두야 학교 가자’를 시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의 여왕’, ‘나쁜남자’,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여전히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작품과 비고해 20년 만에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리마스터링하면서 어땠냐는 물음에 이형민 감독은 “표현들이 많이 바뀌었다. 감성이 되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리고 감성이 분명한 그런 드라마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데, 스트레이트하다. 장점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 드라마를 많이 안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민 감독은 “새로운 니즈만 맞추기만 했는데, 시청자에 재미와 감동을 주겠다는 것도 그게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어느정도 공존했으면 좋겠다. 올드할까봐 걱정했는데, 우리는 그렇진 않았다. 배우들이 요즘 스타일의 연기를 한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리얼한 연기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형민 감독은 당시 작품 속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이나 그 당시에 조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그게 오히려 요즘이랑 잘 맞는 것 같다. 그게 찍고 나서 또 협찬을 받잖아요. 배우 옷을 못 구했다 다 팔려서”라며 “소지섭 씨도 헤어밴드부터 힙합 스타일, 그런 거적 같은 그게 소지섭씨 아니면 소화가 안되는 거다. 노숙인이잖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형민 감독은 당시 소지섭의 스타일리스트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하며 “모니터보고 ‘저건 아니잖아’하니까 ‘감독님, 한국 드라마 옷 입고 나오는거 뻔하잖아요. 나 한번 믿어봐요’ 했다. 동의는 안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 젊은 정신, 락의 정신, 이런게 저도 젊었고, 배우들도 어렸고, 뭔가 저질러보자. 열정이 있었을 때 저하고 만나서 그 배우들도 그렇고, 스타일리스트도 그렇고 원팀이 돼서 잘 맞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이 촌스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감독이 떠올리는 당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인기는 어느정도였을까. 이 감독은 “그때 ‘미사’가 그렇게 잘 될거라고 생각안했다. 경쟁사 프로그램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였다. 저는 미니시리즈 하나밖에 안했었다. 전혀 반응도 없었다. 그게 4회인가 6회부터 반전이 있었다”며 “기억하기로는 팬덤이 있어서, 이게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겨울만 되면 계속 재방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어졌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형민 감독은 “나는 30% 넘는 드라마를 못할 것 같다. 그런 드라마는 나랑 안맞는 것 같고, 근데 5% 시청률을 하면 안되고, 10~15% 시청률 드라마인데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미사’는 그런 마음으로 했는데, 반응이 크게 좋았다”고 털어놨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 캐릭터는 거친 남성상을 담은 모습으로, 최근 로맨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남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년이 지나 달라진 로맨스의 관점을 어떻게 편집에서 해결하려고 했을까.
이형민 감독은 “트렌드가 바뀌었다. 바뀌니까 어쩔 수는 없는데, 무혁이는 총을 맞았잖아요. 전두엽을 다쳐서 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보통 남자주인공이 부자로 나오는데, 무혁이는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었다. 근데 우리가 해낸 거다. 요즘에 이런 캐릭터는 장르물에나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지섭 씨의 눈빛, 선함, 따뜻함이 느껴지면 좋아하는 것 같다. 제가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제가 미니시리즈 ‘상두야 학교가자’할때 남자주인공은 제비였다”며 “두번째 남자주인공은 거리에서 자란 남자. 계속 이런 걸 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어서 로코, 코미디도 하고. ‘상두야 학교가자’에서도 어쩔 수 없이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서 남을 등처먹고 사는 사람,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호주에서 입양됐다가 버려진 아이가 복수하러 왔다. 이런 드라마가 잘될까 걱정하긴 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끝으로 이형민 감독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대해 “제 이름을 알리게 해준 작품이라 너무 고맙다. 정서와 결이 나름 괜찮을 수도 있다. 꼭 결과가 좋았다고, 그게 최고는 아닌 것 같다. ‘미사’는 여러가지 점에서 특별했고, 제가 ‘미안한다 사랑한다’ 마치고 프리랜서로 나올 때 국장님이 저를 되게 많이 예뻐했는데, ‘연출자로 대표작이 있다는 건 좋은거야. 대표작 없는 사람이 많아. 생겨서 좋지? 근데 네가 앞으로 대표작을 넘지 못할 수 있어. 대표작이랑 싸워야할거야’라고 했다”고 당시 들은 조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형민 감독은 스스로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넘는 대표작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또한 배우들이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활동 중인 덕에 리마스터링이 가능했던 점도 이야기하며 “다시 리마스터링 하는 작품 선정에 사건 사고 없는 배우를 찾기가 어렵다더라. 저는 어떻게 보면 배우들이 착한 사람이랑 작품을 했던 것 같다. 현빈도 그랬고, 비도 그랬고, 윤계상도 그랬고, 다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착하다고 캐스팅하지는 않는데, 그렇게 순수한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고맙죠”라고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이형민 감독이 2024년 버전으로 다시 만든 ‘[감독판] 미안하다, 사랑한다 2024’는 웨이브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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