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왜 잉글랜드 대표팀에 친절하지 않냐고? 여기는 북한이 아니니까."
'잉글랜드 캡틴'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이 자국 매체로부터 따끔한 일침을 들었다.
'디 애슬레틱'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케인은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리 리네커 같은 전문가들은 잉글랜드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며 "잉글랜드 주장이자 센터 포워드인 케인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오, 리네커...진실을 말해라. 하지만 너무 많이 말하지는 마라!"라고 꼬집었다.
케인은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으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 중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역대 첫 우승을 꿈꾸는 케인과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다.
전력은 화려하다. '유로피언 골든슈' 케인을 필두로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데클란 라이스, 부카요 사카(이상 아스날)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국제 대회에서 약한 잉글랜드지만,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잉글랜드는 첫 경기부터 세르비아를 상대로 1-0 진땀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는 덴마크와 1-1로 비겼다. 경기력 자체가 형편없었다. 경기를 주도하지도 못했고, 공격 전개도 답답했다. 오히려 깊숙이 내려앉으며 상대에게 끌려다녔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덴마크전을 마친 뒤 "분명 우리가 기대했던 경기력은 아니었다. 우린 공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은 수준이 돼야 한다"라며 "이번 두 경기에서 우린 상대에게 더 많은 압박을 가해야 했다. 현재 우리는 원하는대로 흐름타지 못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그는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도 어렵고 이는 불안한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토너먼트에서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한다면, 이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두 경기를 자세히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며칠 동안 이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더 높은 수준을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부진이 이어지자 잉글랜드 내에선 여러 말이 나왔다. 특히 풀백이 원래 포지션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중원 배치,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포든 기용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케인을 잘못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케인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대체로 압박과 활동량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지적이었다. 리네커는 "솔직히 케인은 훨씬 더 잘해야 한다"라며 "케인은 전반에도 압박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면 팀은 더 깊이 내려온다. 케인이 공을 받아도 슈팅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S**t"이라는 욕설까지 섞어 표현하기도 했다.
리오 퍼디난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치는 줄 알았다. 그에게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난 공격수가 활동량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강도 높은 플레이를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설적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난 나이가 들면서 주위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야 했다. 골을 넣을 수도 있고, 헤더할 수도 있고, 박스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뒷공간 침투는 안 됐다. 지금 케인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결국에는 케인 활용법이 문제라는 이야기. 리네커는 "케인은 골을 넣고, 공간을 만드는 두 가지 역할을 잘해왔다. 그는 스리백에 맞서서 넓게 플레이해야 한다. 미드필더들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퍼디난드도 "케인은 항상 박스 안에서 공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자석 같다"라며 "그게 바로 사우스게이트의 문제다. 포르투갈의 호날두 같다. 그러면 공격수에게 모든 걸 끌어낼 수 없다. 격렬한 압박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케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난 어떤 잉글랜드 선수에게도, 특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아는 선수들에게 결코 무례한 말을 전하고 싶지 않다"라며 "난 항상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정직하게 의견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한때 대표팀에서 뛰었다는 선수라는 책임이 있다"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케인은 "결론은, 잉글랜드가 대표팀 수준에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들 역시 그 역사의 일부였으며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훨씬 더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 선배들에 대한 공개 저격이었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케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매체는 "전문가들은 왜 잉글랜드 대표팀에 친절할 수 없는 걸까? 글쎄. 일단 여기는 북한이 아니다. 그리고 잉글랜드를 응원하는 건 전문가와 미디어, 기자, 진행자, 해설가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못하면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 디 애슬레틱은 "칭찬도 해야 하지만, 정직하고, 공정하고, 악의 없고, 균형 잡힌 한 필요하다면 비판도 해야 한다"라며 "정직이 핵심이다. 만약 덴마크전 무승부에서 긍정적인 측면만 찾았다면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았을 것이다. 당시 잉글랜드 국민들은 '머리 없는 닭', '리그 1 경기 같다' 등의 문구를 보내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비판할 만해서 비판했다는 일침이다. 디 애슬레틱은 "잉글랜드는 지난 20년간 가장 강력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말 형편없었다. 승점이 4점이든 아니든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경기에서 기대 득점(xG)는 1.39다. 무기력해 보였다. 우리는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8강에서 그럴 것"이라며 8강 탈락을 예견하기까지 했다.
물론 마지막에는 응원을 잊지 않았다. 매체는 "그러니 턱을 움켜쥐어라, 케인. 잡음을 없애라. 아니면 리네커를 동기부여로 삼아라. 이 팀은 분명히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라며 "미안하다. 내 말은 잉글랜드가 집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다. 잉글랜드는 모든 면에서 놀랍고, 우승할 것이다. 만세. 힘내라 잉글랜드. 낙관할 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잉글랜드는 오는 26일 독일 쾰른의 쾰른 스타디움에서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가진다. 케인과 잉글랜드 대표팀이 과연 비판을 양분 삼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