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충격적일 정도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가 믿을 수 없는 냉철함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3일(이하 한국시간) "새로운 데이터가 밝혀졌다. 호날두의 심박수는 슬로베니아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서기 직전에 가장 낮았다"라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은 지난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16강에서 슬로베니아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포르투갈은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공세를 펴쳤지만, 좀처럼 슬로베니아 골키퍼 얀 오블락을 뚫어내지 못했다. 특히 '캡틴' 호날두가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며 역적이 될 뻔했다.
연장 전반 14분 디오구 조타가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는 바로 호날두. 호날두는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슈팅을 날렸지만, 다시 한번 오블락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실축한 호날두는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연장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데일리 메일은 "호날두의 어머니 돌로레스 아베이로가 아들의 실축 후 관중석에서 울고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또한 호날두는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 관중석을 올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자기 할 일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주장답게 1번 키커로 나섰고, 시원하게 골망을 가르며 오블락을 넘어섰다. 호날두는 관중석을 향해 손짓하며 약 20분 전 실축을 사과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수문장 디오구 코스타가 3연속 선방쇼를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슬로베니아의 1번, 2번, 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포효했다. 반면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시작으로 3명의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충격적인 데이터가 공개됐다. 바로 당시 호날두의 심박수 자료. 그와 파트너십을 맺은 스포츠 밴드 'WHOOP'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호날두는 승부차기에서도 전혀 떨지 않았다. 승부차기를 앞둔 호날두의 심박수는 약 100bpm으로 오히려 이날 경기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호날두의 심박수는 오히려 두 번째 키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승부차기를 성공했을 때 125bpm으로 더 높았다. 그리고 세 번째 키커 베르나르두 실바가 경기를 끝내는 슈팅을 차기 직전에는 170bpm 이상으로 확 뛰었다. '스포츠 바이블'은 "호날두는 승부차기를 앞두고 몰입 상태에 빠졌고, 심박수를 떨어뜨렸다"라며 "충격적인 수치"라고 감탄했다.
제 몫을 다한 호날두는 경기 후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유로 대회인 만큼 더 특별했던 모양. 영국 'BBC'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번이 마지막 유로일 것이라고 인정하며 "최강의 사람들도 나쁜 날이 있다. 난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바닥을 쳤다. 나중에 얘기하겠다. 가족을 생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이기 때문에 울컥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호날두는 "시작할 때 슬픔은 마지막에 기쁨이 됐다. 그게 축구다.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라며 "한 방으로 팀에 리드를 안길 수 있었지만, 해내지 못했다. 다시 봐야겠다. 잘 찼는지 못 찼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1년 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필요할 때 오블락이 막아냈다. 우리를 구한 코스타에게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부담이 큰 1번 키커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걸 두려워 한 적이 없다. 때로는 제대로 해내고, 때로는 그렇지 못한다. 하지만 포기는 내게서 결코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포르투갈의 다음 상대는 프랑스다. 두 팀은 오는 6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포르투갈로서는 개인 통산 6번째 유로에서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호날두가 이제는 터져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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