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LCC 경영의 핵심은 스피드경영이다.
성공한 전세계 LCC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피드경영의 핵심은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라인이 매우 단순해야 한다. 높고 낮은 관리자가 층층마다 포진해서 이것저것 재다 보면 기회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만다.
전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990년 11월13일부터 14일까지 불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미드웨이공항에 사우스웨스트항공 간판을 붙인 사례는 스피드경영의 대표적인 일화이다. 미드웨이항공 직원들이나 이 항공사를 이용했던 단골고객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하고 얄미울 정도의 빠름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K-LCC에서도 있었다. 한성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모든 노선의 운항을 2008년 10월18일부터 중단할 것 같다는 뉴스가 이틀 전인 10월16일 처음 나왔다. 그리고 한성항공은 이를 10월17일 오전에 공식발표했다. 운항중단 당시 한성항공은 청주~제주와 김포~제주 등 2개 노선에서 운항중이었다. 청주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고 있었기에 1일 3회 운항하고 있던 청주~제주 노선은 타사 대비 경쟁력이 있었다. 제주항공은 이 노선에서만큼은 한성항공보다 적은 1일 2회를 운항하고 있었고 시장점유율에서도 밀리는 처지였다.
제주항공은 뉴스가 처음 나온 10월16일 오후 관련 임원 두 명이 만나 한성항공 운항중단에 따른 여파를 논의했다. 그리고 운항중단 공식발표가 나온 10월17일 오후, 청주~제주 노선에 10월18일부터 제주항공에서 임시편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한성항공의 갑작스런 운항중단으로 인한 청주~제주 노선 예약승객을 제주항공으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당 노선의 임시편 투입을 발표한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덧붙여 "당초 한성항공을 예약했던 고객에 대해서는 항공료를 특별할인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한성항공의 10월18일 운항중단에 제주항공이 10월17일 임시편 투입을 발표하자 "역시 제3의 정기항공사이자 K-LCC의 맏형답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한성항공의 본사가 있던 청주지역에서는 "제주항공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냐"는 제목으로 이를 비난하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한성항공이 경영악화 등으로 18일부터 항공기 운항을 전면중단한 가운데 경쟁사인 제주항공이 '한성항공 운항중단 발표에 따른 제주항공의 대책 및 입장'을 발표해 발빠른 대처라는 평가와 함께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성항공은 "18일부터 김포~제주, 청주~제주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2009년 1월4일까지 항공권을 예매하는 등 10억여원의 항공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성항공이 환불이나 대체항공사 알선 등의 대책을 밝히지 않아 탑승예약자들의 커다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제3의 정기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이날 오후 한성항공 예약승객들을 위한 대책 및 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한성항공의 주력노선인 청주~제주 노선(1일 6편)의 경우 18일부터 1일 2편의 임시편을 긴급 투입하고, 증편키로 했다고 공표했다. 또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예약 피해자를 위한 특별할인 등 모든 지원방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한성항공 운항중단 발표에 따른 제주항공의 대책 및 입장'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 경쟁사회에서 재빠르고, 당연한 조처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경쟁사의 어려움을 호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 상도덕상 부정적인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후 제주항공은 10월22일 추가발표를 통해 아예 한성항공 이용승객들을 모두 넘겨받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성항공의 청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의 항공권을 예매한 예약피해 승객들에게 이 노선 항공료를 2008년 말까지 최고 10∼30% 특별할인을 해준다고 발표했다.
한성항공의 운항중단 이후 제주항공의 여객수송 실적은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이 기존 81%에서 85%로 소폭상승했고, 한성항공의 주력노선이었던 청주~제주 노선은 기존 67%에서 83%로 급상승했다.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이용승객들을 이른바 '줍줍'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발빠른 초기대응은 당시 관련임원 두 명이 만나 단 30분 만에 결정하고 실행까지 이루어낸 LCC 스피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국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이용승객 대부분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한성항공 운항중단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2009년 초 제주항공의 노선별 시장점유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특히 2008년 6월부터 취항한 청주~제주 노선에서 2008년 하반기 평균 시장점유율이 11%를 기록했지만 2009년 1~2월 평균 시장점유율은 14.8%를 기록함으로써 약 4%포인트가 신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후발 K-LCC들의 시장 참여로 같은 기간에 김포~제주 노선 공급석이 2009년 들어 10만석가량 늘어나면서 고객유치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던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실적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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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LCC 경영의 핵심은 스피드경영이다.
성공한 전세계 LCC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피드경영의 핵심은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라인이 매우 단순해야 한다. 높고 낮은 관리자가 층층마다 포진해서 이것저것 재다 보면 기회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만다.
전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990년 11월13일부터 14일까지 불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미드웨이공항에 사우스웨스트항공 간판을 붙인 사례는 스피드경영의 대표적인 일화이다. 미드웨이항공 직원들이나 이 항공사를 이용했던 단골고객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하고 얄미울 정도의 빠름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K-LCC에서도 있었다. 한성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모든 노선의 운항을 2008년 10월18일부터 중단할 것 같다는 뉴스가 이틀 전인 10월16일 처음 나왔다. 그리고 한성항공은 이를 10월17일 오전에 공식발표했다. 운항중단 당시 한성항공은 청주~제주와 김포~제주 등 2개 노선에서 운항중이었다. 청주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고 있었기에 1일 3회 운항하고 있던 청주~제주 노선은 타사 대비 경쟁력이 있었다. 제주항공은 이 노선에서만큼은 한성항공보다 적은 1일 2회를 운항하고 있었고 시장점유율에서도 밀리는 처지였다.
제주항공은 뉴스가 처음 나온 10월16일 오후 관련 임원 두 명이 만나 한성항공 운항중단에 따른 여파를 논의했다. 그리고 운항중단 공식발표가 나온 10월17일 오후, 청주~제주 노선에 10월18일부터 제주항공에서 임시편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한성항공의 갑작스런 운항중단으로 인한 청주~제주 노선 예약승객을 제주항공으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당 노선의 임시편 투입을 발표한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덧붙여 "당초 한성항공을 예약했던 고객에 대해서는 항공료를 특별할인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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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항공의 10월18일 운항중단에 제주항공이 10월17일 임시편 투입을 발표하자 "역시 제3의 정기항공사이자 K-LCC의 맏형답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한성항공의 본사가 있던 청주지역에서는 "제주항공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냐"는 제목으로 이를 비난하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한성항공이 경영악화 등으로 18일부터 항공기 운항을 전면중단한 가운데 경쟁사인 제주항공이 '한성항공 운항중단 발표에 따른 제주항공의 대책 및 입장'을 발표해 발빠른 대처라는 평가와 함께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성항공은 "18일부터 김포~제주, 청주~제주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2009년 1월4일까지 항공권을 예매하는 등 10억여원의 항공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성항공이 환불이나 대체항공사 알선 등의 대책을 밝히지 않아 탑승예약자들의 커다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제3의 정기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이날 오후 한성항공 예약승객들을 위한 대책 및 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한성항공의 주력노선인 청주~제주 노선(1일 6편)의 경우 18일부터 1일 2편의 임시편을 긴급 투입하고, 증편키로 했다고 공표했다. 또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예약 피해자를 위한 특별할인 등 모든 지원방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한성항공 운항중단 발표에 따른 제주항공의 대책 및 입장'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 경쟁사회에서 재빠르고, 당연한 조처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경쟁사의 어려움을 호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 상도덕상 부정적인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후 제주항공은 10월22일 추가발표를 통해 아예 한성항공 이용승객들을 모두 넘겨받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성항공의 청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의 항공권을 예매한 예약피해 승객들에게 이 노선 항공료를 2008년 말까지 최고 10∼30% 특별할인을 해준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한성항공의 운항중단 이후 제주항공의 여객수송 실적은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이 기존 81%에서 85%로 소폭상승했고, 한성항공의 주력노선이었던 청주~제주 노선은 기존 67%에서 83%로 급상승했다.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이용승객들을 이른바 '줍줍'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발빠른 초기대응은 당시 관련임원 두 명이 만나 단 30분 만에 결정하고 실행까지 이루어낸 LCC 스피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국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이용승객 대부분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한성항공 운항중단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2009년 초 제주항공의 노선별 시장점유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특히 2008년 6월부터 취항한 청주~제주 노선에서 2008년 하반기 평균 시장점유율이 11%를 기록했지만 2009년 1~2월 평균 시장점유율은 14.8%를 기록함으로써 약 4%포인트가 신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후발 K-LCC들의 시장 참여로 같은 기간에 김포~제주 노선 공급석이 2009년 들어 10만석가량 늘어나면서 고객유치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던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실적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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