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교토 국제고를 졸업한 LG 트윈스 출신의 황목치승(39)이 감격스러운 모교의 일본 고시엔 대회 우승을 축하했다.
교토 국제고등학교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펼쳐진 도쿄 간토 다이이치고와 결승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명승부였다. 양 팀 투수들이 모두 9회까지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명품 투수전이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향했다. 선공에 나선 교토 국제고는 무사 1, 2루 상황에서 9번 타자 나카자키 류가 타석에 들어섰다. 나카자키는 좌전 안타를 쳐내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밀어내기로 1-0을 만든 뒤 우익수 희생플라이 점을 올리며 2-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1사 만루에서 후속 두 타자가 침묵하며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이어진 10회말. 간토 다이이치고는 교토 국제고의 실책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든 뒤 2루 땅볼 아웃 때 3루 주자가 득점하며 2-1, 한 점 차로 추격에 나섰다. 계속해서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간토 다이이치고의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1루 땅볼 때 홈 송구로 침착하게 2아웃을 만든 교토 국제고.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타자인 사카모토 신타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 국제고는 1947년 설립됐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명칭을 바꿨으나, 일본에 등록된 정식 학교는 아니었다. 1999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재정난을 겪었다. 이에 일본인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했고, 정원을 채우기 위해 그해 야구부를 창설, 일본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진출한 뒤 이번에 개교 첫 우승을 거두는 기적을 일궈냈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고교야구대회다. 이번에 교토 국제고가 결승 무대를 밟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여름 고시엔'으로 불린다. 이보다 앞서 봄에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가 펼쳐진다.
현재 교토 국제고 재학생은 138명. 고등학교 재적학생 70%가 일본인이며, 30%가 한국계다. 138명 중 야구부는 61명. 그중 한국계는 3명에 불과하다. 교토 국제고를 졸업한 학생 중에서는 KBO 리그 무대를 누볐던 선수들이 있다. 바로 최근 현역 유니폼을 벗은 신성현(두산 베어스 전력 분석원)과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황목치승이 그들이다. 또 현재 교토 국제고 졸업생으로 유일한 현역 KBO 리거인 현도훈(롯데 자이언츠)도 이 학교 출신이다.
황목치승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날 펼쳐진 결승전 현장 사진을 실은 뒤 "고시엔 우승! 정말 축하합니다. 창단 25년 만의 첫 우승! 정말정말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또 일본어로도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황목치승은 제주남초-제주제일중을 졸업한 황목치승은 교토 국제고를 졸업한 뒤 일본 아세아 대학교에 다녔다.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거쳐 2013년 LG 트윈스에 육성 선수 신분으로 입단, 2014시즌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이어 2017시즌까지 KBO 리그 통산 4시즌 동안 154경기에서 타율 0.249(185타수 46안타) 18타점 45득점 8도루(4실패) 4볼넷 1몸에 맞는 볼 34삼진 장타율 0.303, 출루율 0.266의 성적을 올렸다.
황목치승의 SNS에 팬들은 "모교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아직 (현역 시절) 슬라이딩의 명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모교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언젠가 LG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후배들의 선전에 정말 기쁘고 행복하겠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라는 등의 글을 남기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교토 국제고의 교가로 인해 대회 내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일본 공영 방송 NHK는 교토 국제고의 교가에 나오는 '동해'를 '동쪽 바다'로 왜곡 번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교토 국제고가 승리한 뒤 경기장에는 한국어로 된 교가가 울려 퍼졌는데, NHK 중계 화면에는 한글 가사와 함께 일본어로 번역된 가사가 같이 송출됐다.
그런데 교가 중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가사에서 고유어인 '동해'가 일본어인 '동쪽 바다(東の海)'라고 번역된 것이다. 또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 역시 '한국(韓國)'이 아닌 '한일(韓日)'로 번역돼 중계화면에 나갔다. 자칫 일본 내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부분들만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NHK는 별도의 일본어 자막을 통해 '교토 국제고 교가의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는 자막을 덧붙였다. NHK는 지난 2021년 봄과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도 교토 국제고 교가의 '동해' 부분을 '동쪽 바다'로 표기했다. 결승전이 끝난 뒤 교토 국제고의 교가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매체 산케이 신문은 22일 "한국 언론이 서경덕 교수가 NHK에 항의했다는 보도를 했다"며 "교토 국제고는 재일동포를 위한 학교로, 교가의 가사에는 한국이 국제적 호칭으로 주장하고 있는 '동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NHK는 학교의 의향을 따라 중계화면에서 가사를 표기할 때 '동쪽의 바다'로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또 "학교 측이 NHK에 '동해' 대신 '동쪽 바다'를 일본어로 번역해 제출했다. 이는 고교 야구를 한국의 정치적 주장과 분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7년부터 꾸준하게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자고 주장해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2017년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계기로, 관련국 간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2020년 국제 표준 해도집에서 '동해'와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숫자(고유식별번호)로 표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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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목치승의 LG 트윈스 시절 모습. |
교토 국제고등학교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펼쳐진 도쿄 간토 다이이치고와 결승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명승부였다. 양 팀 투수들이 모두 9회까지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명품 투수전이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향했다. 선공에 나선 교토 국제고는 무사 1, 2루 상황에서 9번 타자 나카자키 류가 타석에 들어섰다. 나카자키는 좌전 안타를 쳐내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밀어내기로 1-0을 만든 뒤 우익수 희생플라이 점을 올리며 2-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1사 만루에서 후속 두 타자가 침묵하며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이어진 10회말. 간토 다이이치고는 교토 국제고의 실책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든 뒤 2루 땅볼 아웃 때 3루 주자가 득점하며 2-1, 한 점 차로 추격에 나섰다. 계속해서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간토 다이이치고의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1루 땅볼 때 홈 송구로 침착하게 2아웃을 만든 교토 국제고.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타자인 사카모토 신타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 국제고는 1947년 설립됐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명칭을 바꿨으나, 일본에 등록된 정식 학교는 아니었다. 1999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재정난을 겪었다. 이에 일본인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했고, 정원을 채우기 위해 그해 야구부를 창설, 일본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진출한 뒤 이번에 개교 첫 우승을 거두는 기적을 일궈냈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고교야구대회다. 이번에 교토 국제고가 결승 무대를 밟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여름 고시엔'으로 불린다. 이보다 앞서 봄에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가 펼쳐진다.
현재 교토 국제고 재학생은 138명. 고등학교 재적학생 70%가 일본인이며, 30%가 한국계다. 138명 중 야구부는 61명. 그중 한국계는 3명에 불과하다. 교토 국제고를 졸업한 학생 중에서는 KBO 리그 무대를 누볐던 선수들이 있다. 바로 최근 현역 유니폼을 벗은 신성현(두산 베어스 전력 분석원)과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황목치승이 그들이다. 또 현재 교토 국제고 졸업생으로 유일한 현역 KBO 리거인 현도훈(롯데 자이언츠)도 이 학교 출신이다.
황목치승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날 펼쳐진 결승전 현장 사진을 실은 뒤 "고시엔 우승! 정말 축하합니다. 창단 25년 만의 첫 우승! 정말정말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또 일본어로도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황목치승은 제주남초-제주제일중을 졸업한 황목치승은 교토 국제고를 졸업한 뒤 일본 아세아 대학교에 다녔다.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거쳐 2013년 LG 트윈스에 육성 선수 신분으로 입단, 2014시즌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이어 2017시즌까지 KBO 리그 통산 4시즌 동안 154경기에서 타율 0.249(185타수 46안타) 18타점 45득점 8도루(4실패) 4볼넷 1몸에 맞는 볼 34삼진 장타율 0.303, 출루율 0.266의 성적을 올렸다.
황목치승의 SNS에 팬들은 "모교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아직 (현역 시절) 슬라이딩의 명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모교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언젠가 LG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후배들의 선전에 정말 기쁘고 행복하겠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라는 등의 글을 남기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교토국제고 선수단이 23일 열린 제106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우승 후 그라운드에 나와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교토국제고 선수단이 23일 열린 제106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우승 후 그라운드에 나와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교토국제고 선수단이 23일 열린 제106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우승 후 그라운드에 나와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그런데 교가 중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가사에서 고유어인 '동해'가 일본어인 '동쪽 바다(東の海)'라고 번역된 것이다. 또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 역시 '한국(韓國)'이 아닌 '한일(韓日)'로 번역돼 중계화면에 나갔다. 자칫 일본 내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부분들만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NHK는 별도의 일본어 자막을 통해 '교토 국제고 교가의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는 자막을 덧붙였다. NHK는 지난 2021년 봄과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도 교토 국제고 교가의 '동해' 부분을 '동쪽 바다'로 표기했다. 결승전이 끝난 뒤 교토 국제고의 교가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매체 산케이 신문은 22일 "한국 언론이 서경덕 교수가 NHK에 항의했다는 보도를 했다"며 "교토 국제고는 재일동포를 위한 학교로, 교가의 가사에는 한국이 국제적 호칭으로 주장하고 있는 '동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NHK는 학교의 의향을 따라 중계화면에서 가사를 표기할 때 '동쪽의 바다'로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또 "학교 측이 NHK에 '동해' 대신 '동쪽 바다'를 일본어로 번역해 제출했다. 이는 고교 야구를 한국의 정치적 주장과 분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7년부터 꾸준하게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자고 주장해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2017년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계기로, 관련국 간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2020년 국제 표준 해도집에서 '동해'와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숫자(고유식별번호)로 표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NHK의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8강 중계방송 화면. /사진=엑스 갈무리 |
NHK의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8강 중계방송 화면. /사진=엑스 갈무리 |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2024 여름 고시엔을 앞두고 출정식을 하고 있다. /사진=교토국제고 공식 SNS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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