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6월 27일(한국시간) 토론토-보스턴전에서 토론토 소속으로 출전했던 대니 잰슨(왼쪽), 8월 27일 재개경기에서는 보스턴 소속으로 타석에 등장했다(오른쪽).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에서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두 팀 소속으로 모두 기록을 남기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이 만들어 낸 장면이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펼쳐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 보스턴의 포수 대니 잰슨(29)은 2회 초 1아웃 1루 상황에서 리즈 맥과이어를 대신해 마스크를 썼다.

7번 타순에 이름을 올린 잰슨은 이날 4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게임은 토론토가 7회 조지 스프링어의 솔로홈런, 8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3타점 2루타 등을 앞세워 4-1로 승리를 거뒀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상한 상황은 없다. 하지만 잰슨이 포수 마스크를 쓰던 시점에 토론토 역시 타석에 있던 '대니 잰슨'을 대타 달튼 바쇼로 교체했다. 한 선수가 보스턴에서는 대수비로 투입되고, 토론토에서는 대타로 교체 아웃되는 진귀한 장면이 나온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달력을 2달 전으로 넘겨 지난 6월 27일, 두 팀은 펜웨이 파크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2회 초 토론토 공격에서 1사 후 데이비스 슈나이더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잰슨이 볼카운트 0볼-1스트라이크 후 2구를 앞두고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결국 이날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후 해당 경기는 보스턴과 토론토가 펜웨이 파크에서 다시 맞붙는 8월 말로 재배정됐다. 그런데 그 사이 잰슨이 7월 29일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는데, 하필이면 이날 경기의 맞상대였던 보스턴으로 가게 된 것이다. 서스펜디드 게임에 대한 야구규칙에는 '원래 경기에는 출전선수로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속행경기의 출전선수로 등록돼 있으면 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잰슨이 8월 말 보스턴의 로스터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출전이 가능했다.

보스턴 대니 잰슨이 27일(한국시간)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속개된 토론토와 홈경기에서 대수비로 나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나온 기록은 원래 경기가 열린 날짜로 나온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하루에 한 선수가 다른 팀 소속으로 2경기에 나온 경우도 있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신시내티 소속이던 2008년 4월 29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이후 7월 말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된 그는 공교롭게도 우천으로 인해 미뤄졌던 4월 29일 경기가 8월 26일 재개되면서 대타로 나와 볼넷을 얻어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역사상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두 팀 소속으로 기록을 남긴 건 잰슨이 처음이었다. 토론토 소속으로는 첫 타석에서 1구를 본 후 교체됐기에 타석 기록은 없지만, 1이닝 수비를 소화했기 때문에 경기 출전이 인정된다.

잰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직 완벽히 실감은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이런 일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랐다. 정말 멋진 일이다"며 "이런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근 잰슨은 출전 기록이 화제가 돼 수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들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난 이 상황이 역사가 될 거라고 전혀 상상도 못했다. 이전에도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잰슨은 이날 자신이 입은 유니폼을 향후 명예의 전당에 기증할 뜻을 밝혔다.

잰슨은 토론토 시절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전담 포수격으로 호흡을 맞춘 절친한 사이다. 타격에서도 일취월장해 2022년 15홈런, 지난해 17홈런을 기록했다.

토론토 시절 류현진(왼쪽)과 대니 잰슨.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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