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LG 트윈스가 또 8회 불펜이 무너지면서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LG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7-8 역전패를 당했다.
LG는 지난 27일 완벽한 투·타 호흡을 앞세워 6-1로 승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28일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4-8로 역전패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다시 불펜이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LG는 2연패에 빠졌다. LG는 64승 57패 2무를 마크했다. 리그 순위는 3위. 2위 삼성(69승 54패 2무)과 승차는 4경기까지 벌어졌다.
LG는 선발 손주영이 비록 1회 흔들리며 3점을 내주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회부터 6회까지 한 점도 추가로 허용하지 않은 채 6이닝(94구)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한 뒤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손주영의 시즌 9번째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7회초 LG는 예고했던 대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승 청부사'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불펜 투입이었다. 팀 내 최고 에이스의 불펜 투입. 초강수였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한 경기 운용과 분위기였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이는 이미 염 감독이 공언한 승부수였다. 염 감독은 지난 27일 "에르난데스가 (한국에) 오기 전에 불펜 투수로 뛰었기에 가능한 카드"라면서 "만약 한국에 오기 전에 선발로만 뛰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과 이런 부분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나눴다.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 만약 경기를 확실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2이닝을 던지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한 경기에만 나간다. 반면 연이틀 등판할 경우에는 1이닝씩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로하스를 루킹 삼진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꽉 차게 던진 속구에 천하의 로하스가 얼어붙었다. 에르난데스는 후속 오윤석에게 좌측 펜스 직격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장성우를 루킹 삼진,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며 이닝을 순식간에 삭제했다.
7회말 LG가 2사 1, 2루 기회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뽑지 못한 가운데, 8회초 KT의 공격. 에르난데스의 7회 투구 수는 16개였다. 이에 8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올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전 염 감독이 에르난데스의 투구 수에 대해 "30구까지는 가능할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김)진성이는 오늘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 자리에 에르난데스가 나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8회 LG 벤치의 선택은 에르난데스가 아닌 함덕주였다. 30일 수원 KT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에르난데스를 굳이 무리시키지 않은 채 함덕주에게 맡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하필 함덕주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대타 오재일에게 우월 솔로포를 내준 것. 점수는 한 점 차로 좁혀졌다. 이어 강백호가 볼넷으로 나간 뒤 배정대의 희생 번트 때 2루까지 갔다.
아직 승리까지 5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워야 하는 상황. 이때 LG는 가장 믿을 만한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유영찬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김민혁에게 볼넷, 심우준에게 우전 안타를 각각 내준 유영찬. 이어 로하스가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7-5로 승부를 뒤집었다. 계속해서 오윤석의 추가 적시타가 나오면서 점수는 8-5가 됐다. LG는 28일 경기에서도 팀이 4-1로 앞선 8회 김진성이 홈런 2방을 내주며 4-4 동점을 허용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전날과 같은 불펜 악몽이 반복된 것이다.
LG는 9회말 2점을 뽑긴 했지만, 승부를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이종준이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무실점, 9회 2사 후 마운드를 밟은 임준형이 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건 고무적이었다.
최근 LG 야구의 최대 강점은 불펜이었다. 특히 지난해 KT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보여줬던 7명의 철벽 불펜 릴레이 연투는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선발 최원태가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이정용(1⅔이닝), 정우영(1⅓이닝), 김진성(⅔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⅓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이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에 홀드가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기 시작한 2000시즌 이후 한 시즌 팀 100홀드 기록을 보유한 팀은 LG가 유일하다. LG는 2022시즌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홀드(107홀드)를 기록했다. 그 정도로 막강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 LG였다. 올 시즌에는 이런 LG의 기록에 삼성(98홀드)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LG는 이렇게 최근 2경기에서 사실상 거의 다 잡았다 싶었던 경기를 불펜 방화로 내주고 말았다. 야구계에서는 질 때 차라리 깔끔하게 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이런 역전패의 충격은 더욱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흐름 싸움인 야구 경기에서 역전패는 곧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이제 LG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로 이동해 KT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LG 선발은 디트릭 엔스, KT 선발은 엄상백이다. 그래도 올해 승운이 가장 많이 따르는 엔스가 나서는 점은 호재라 할 수 있다. 남은 시즌 2위를 목표로 하는 LG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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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KT전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 구원 등판한 LG 에르난데스가 2사 2루에서 KT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환호하고 있다. |
유영찬(왼쪽)과 김진성이 29일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
LG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7-8 역전패를 당했다.
LG는 지난 27일 완벽한 투·타 호흡을 앞세워 6-1로 승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28일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4-8로 역전패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다시 불펜이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LG는 2연패에 빠졌다. LG는 64승 57패 2무를 마크했다. 리그 순위는 3위. 2위 삼성(69승 54패 2무)과 승차는 4경기까지 벌어졌다.
LG는 선발 손주영이 비록 1회 흔들리며 3점을 내주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회부터 6회까지 한 점도 추가로 허용하지 않은 채 6이닝(94구)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한 뒤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손주영의 시즌 9번째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7회초 LG는 예고했던 대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승 청부사'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불펜 투입이었다. 팀 내 최고 에이스의 불펜 투입. 초강수였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한 경기 운용과 분위기였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이는 이미 염 감독이 공언한 승부수였다. 염 감독은 지난 27일 "에르난데스가 (한국에) 오기 전에 불펜 투수로 뛰었기에 가능한 카드"라면서 "만약 한국에 오기 전에 선발로만 뛰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과 이런 부분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나눴다.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 만약 경기를 확실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2이닝을 던지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한 경기에만 나간다. 반면 연이틀 등판할 경우에는 1이닝씩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로하스를 루킹 삼진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꽉 차게 던진 속구에 천하의 로하스가 얼어붙었다. 에르난데스는 후속 오윤석에게 좌측 펜스 직격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장성우를 루킹 삼진,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며 이닝을 순식간에 삭제했다.
7회말 LG가 2사 1, 2루 기회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뽑지 못한 가운데, 8회초 KT의 공격. 에르난데스의 7회 투구 수는 16개였다. 이에 8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올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전 염 감독이 에르난데스의 투구 수에 대해 "30구까지는 가능할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김)진성이는 오늘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 자리에 에르난데스가 나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8회 LG 벤치의 선택은 에르난데스가 아닌 함덕주였다. 30일 수원 KT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에르난데스를 굳이 무리시키지 않은 채 함덕주에게 맡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하필 함덕주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대타 오재일에게 우월 솔로포를 내준 것. 점수는 한 점 차로 좁혀졌다. 이어 강백호가 볼넷으로 나간 뒤 배정대의 희생 번트 때 2루까지 갔다.
LG 함덕주(오른쪽)가 29일 잠실 LG전에서 8회 오재일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모자를 벗으며 땀을 닦고 있다. |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KT전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 구원 등판한 LG 에르난데스가 역투하고 있다. |
LG는 9회말 2점을 뽑긴 했지만, 승부를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이종준이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무실점, 9회 2사 후 마운드를 밟은 임준형이 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건 고무적이었다.
최근 LG 야구의 최대 강점은 불펜이었다. 특히 지난해 KT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보여줬던 7명의 철벽 불펜 릴레이 연투는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선발 최원태가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이정용(1⅔이닝), 정우영(1⅓이닝), 김진성(⅔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⅓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이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에 홀드가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기 시작한 2000시즌 이후 한 시즌 팀 100홀드 기록을 보유한 팀은 LG가 유일하다. LG는 2022시즌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홀드(107홀드)를 기록했다. 그 정도로 막강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 LG였다. 올 시즌에는 이런 LG의 기록에 삼성(98홀드)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LG는 이렇게 최근 2경기에서 사실상 거의 다 잡았다 싶었던 경기를 불펜 방화로 내주고 말았다. 야구계에서는 질 때 차라리 깔끔하게 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이런 역전패의 충격은 더욱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흐름 싸움인 야구 경기에서 역전패는 곧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이제 LG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로 이동해 KT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LG 선발은 디트릭 엔스, KT 선발은 엄상백이다. 그래도 올해 승운이 가장 많이 따르는 엔스가 나서는 점은 호재라 할 수 있다. 남은 시즌 2위를 목표로 하는 LG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8회초 kt 공격 1사 만루 상황 LG 유영찬이 kt 로하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7대8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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