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푸바오를 보내며 운 사람들의 심정을 이 영화를 통해 공감하실 겁니다."
우연한 기회에 연출하게 된 다큐멘터리. 심형준 감독은 끝을 모르고 몰입하고, 빠져들었다. '안녕, 할부지'의 감독이 푸바오를 떠나보내며 함께 울었다.
지난 29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안녕, 할부지'(감독 심형준)의 연출을 맡은 심형준 감독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 할부지'는 선물로 찾아온 만남과 예정된 이별, 헤어짐을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었던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이야기. 중국으로 떠나게 된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마지막 3개월 여정에 집중했다.
2016년 한국에 오게 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의 자연 번식을 통해, 2020년 7월 20일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태어난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의 탄생으로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된 슈퍼스타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팬데믹 시기 많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이날 심형준 감독은 "제가 기획한 건 아니고,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있었다. 주위 연출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다큐멘터리고, 푸바오 이야기다 보니까 다 거절하더라"라며 "저를 포함해서 제 주위의 연출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근데 하루 정도 고민하다 보니까 너무 궁금해졌다. 탄생과 이별 과정이 궁금해져서 깊이 있게 들어가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출을 확정하고, 유튜브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찾아봤다. 이어 현장 답사를 위해 판다월드를 갔는데 색감과 온도, 조명까지 판타지 세계에 온 것 같았다"며 "거기에 처음 보는 예쁜 동물이 앉아있는데 너무 신비로워서 '이 친구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볼 수 있구나'하는 기쁨도 있었고, 뭘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존 푸바오에 관한 영상량은 방대했지만, 심형준 감독은 새로움을 원했다. 그는 "새로운 촬영본이 없더라도 기존 영상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팬들은 엄청나게 많은 푸바오 영상을 보셨고, 이미 봤던 그림보다는 털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담고, 사운드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좀 더 시네마틱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영상은 과거의 회상 장면, 그리고 바오 가족을 잘 모르는 관객들을 위한 설명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이외에는 과거 영상을 하나도 써보지 않겠다는 실험적인 생각을 했다. 근데 잘 안되긴 하더라. 그래도 최대한 우리가 찍은 소스로 완성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형준 감독은 약 80일 동안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는 "짧다면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담아내기 위해 (푸바오 앞에) 삼각대를 놓고 계속 돌렸다. 데이터의 싸움이다. 동물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여있고, 좋은 장면이 나오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판다한테 다가가는 게 어려웠다. 사복보다 주키퍼 복장,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최소한의 장비로 다가갔다"고 고충을 밝히면서도 "그렇다 보니까 주키퍼들과 가까워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판다들은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주키퍼님들은 그래도 대화가 되니까 '오늘 집에 가도 되냐', '오늘 회식 따라가도 되냐'라고 들이댔다. 감사하게도 마음을 빨리 열어주셨고, 저를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셨다"고 밝혔다.
'안녕, 할부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주키퍼. 심형준 감독은 "저도, 주키퍼들도 이별에 대한 실감을 잘 못 하다가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입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 깊숙하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강철원 주키퍼는 처음 만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푸바오와의 헤어짐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별세 소식에 두 번의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안녕, 할부지' 속에도 이 장면이 생생하게 남겨 안타까움을 안긴다.
이에 심형준 감독은 "(강철원 주키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저도 오열했다. 쉬는 날이었는데 비보를 듣고 순천까지 뛰어 내려갔다. 촬영 목적으로 장례식장에 간 건 아닌데 민감한 부분도 기록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이건 다큐멘터리 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강철원 주키퍼님과 함께 제 마음도 많이 무너졌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벽까지 (장례식장에) 있다가 올라왔고, 아침에 바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주 내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체력도 체력인데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며 "대중과 푸바오의 이별, 에버랜드 주키퍼, 캐스트들과 푸바오의 이별, 또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안녕, 할부지'에는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이 담겨 눈길을 끈다. 중국에 방문한 첫째 날, 강철원 주키퍼는 고이 잠든 푸바오를 깨울 수 없어 2시간이 넘도록 바라만 보다 발길을 돌렸다. 둘째 날 이른 아침부터 판다 기지를 방문한 강철원 주키퍼는 방사장에서 나와 대나무를 집어 든 푸바오에게 인사를 건넸다. 강철원 주키퍼의 목소리를 들은 푸바오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듯, 30분 동안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형준 감독은 해당 장면이 '안녕, 할부지'의 하이라이트라고 밝혔다. 그는 "그걸 찍는 순간에는 제게 온전한 기쁨과 설렘만 있었다. 강철원 주키퍼와 푸바오의 재회 장면을 찍으러 가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때 카메라 워킹이 좀 안 좋다. 눈으로 쫓으면서 울고 있어서 카메라 워킹이 엉망인데, 그것조차도 제 진심이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를) 알아봤는지, 못 알아봤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확실히 알아본 것 같다.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려고 30분 내내 뺑뺑 돌더라. 앞서 에버랜드 유튜브를 통해서도 잠깐 공개됐는데 푸바오가 일어나는 장면은 우리만 가지고 있었다. 그걸 보면 '푸바오가 100% 알아봤구나' 확신이 들 것"이라며 "제가 이 장면만큼은 영화에만 기록하고 싶다고 해서 에버랜드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심형준 감독에게 영화 제목이 '안녕, 푸바오'가 아닌 '안녕, 할부지'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그는 "푸바오의 이야기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푸바오는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이 스토리의 중심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었다. 당신들로 인해 많은 분이 힐링을 얻으셨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어서 '안녕, 할부지'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말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는 상태다. 이 영화를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동물과 교감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게 됐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누군가는 '판다가 뭐라고 울지? 그냥 중국 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기회가 있다면 그게 이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나마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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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준 감독 / 사진=에버랜드 |
우연한 기회에 연출하게 된 다큐멘터리. 심형준 감독은 끝을 모르고 몰입하고, 빠져들었다. '안녕, 할부지'의 감독이 푸바오를 떠나보내며 함께 울었다.
지난 29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안녕, 할부지'(감독 심형준)의 연출을 맡은 심형준 감독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 할부지'는 선물로 찾아온 만남과 예정된 이별, 헤어짐을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었던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이야기. 중국으로 떠나게 된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마지막 3개월 여정에 집중했다.
2016년 한국에 오게 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의 자연 번식을 통해, 2020년 7월 20일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태어난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의 탄생으로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된 슈퍼스타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팬데믹 시기 많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이날 심형준 감독은 "제가 기획한 건 아니고,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있었다. 주위 연출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다큐멘터리고, 푸바오 이야기다 보니까 다 거절하더라"라며 "저를 포함해서 제 주위의 연출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근데 하루 정도 고민하다 보니까 너무 궁금해졌다. 탄생과 이별 과정이 궁금해져서 깊이 있게 들어가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출을 확정하고, 유튜브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찾아봤다. 이어 현장 답사를 위해 판다월드를 갔는데 색감과 온도, 조명까지 판타지 세계에 온 것 같았다"며 "거기에 처음 보는 예쁜 동물이 앉아있는데 너무 신비로워서 '이 친구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볼 수 있구나'하는 기쁨도 있었고, 뭘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안녕, 할부지' 스틸컷 |
이어 "기존의 영상은 과거의 회상 장면, 그리고 바오 가족을 잘 모르는 관객들을 위한 설명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이외에는 과거 영상을 하나도 써보지 않겠다는 실험적인 생각을 했다. 근데 잘 안되긴 하더라. 그래도 최대한 우리가 찍은 소스로 완성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형준 감독은 약 80일 동안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는 "짧다면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담아내기 위해 (푸바오 앞에) 삼각대를 놓고 계속 돌렸다. 데이터의 싸움이다. 동물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여있고, 좋은 장면이 나오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판다한테 다가가는 게 어려웠다. 사복보다 주키퍼 복장,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최소한의 장비로 다가갔다"고 고충을 밝히면서도 "그렇다 보니까 주키퍼들과 가까워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판다들은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주키퍼님들은 그래도 대화가 되니까 '오늘 집에 가도 되냐', '오늘 회식 따라가도 되냐'라고 들이댔다. 감사하게도 마음을 빨리 열어주셨고, 저를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셨다"고 밝혔다.
사진='안녕, 할부지' 스틸컷 |
특히 강철원 주키퍼는 처음 만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푸바오와의 헤어짐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별세 소식에 두 번의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안녕, 할부지' 속에도 이 장면이 생생하게 남겨 안타까움을 안긴다.
이에 심형준 감독은 "(강철원 주키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저도 오열했다. 쉬는 날이었는데 비보를 듣고 순천까지 뛰어 내려갔다. 촬영 목적으로 장례식장에 간 건 아닌데 민감한 부분도 기록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이건 다큐멘터리 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강철원 주키퍼님과 함께 제 마음도 많이 무너졌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벽까지 (장례식장에) 있다가 올라왔고, 아침에 바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주 내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체력도 체력인데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며 "대중과 푸바오의 이별, 에버랜드 주키퍼, 캐스트들과 푸바오의 이별, 또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안녕, 할부지'에는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이 담겨 눈길을 끈다. 중국에 방문한 첫째 날, 강철원 주키퍼는 고이 잠든 푸바오를 깨울 수 없어 2시간이 넘도록 바라만 보다 발길을 돌렸다. 둘째 날 이른 아침부터 판다 기지를 방문한 강철원 주키퍼는 방사장에서 나와 대나무를 집어 든 푸바오에게 인사를 건넸다. 강철원 주키퍼의 목소리를 들은 푸바오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듯, 30분 동안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형준 감독은 해당 장면이 '안녕, 할부지'의 하이라이트라고 밝혔다. 그는 "그걸 찍는 순간에는 제게 온전한 기쁨과 설렘만 있었다. 강철원 주키퍼와 푸바오의 재회 장면을 찍으러 가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때 카메라 워킹이 좀 안 좋다. 눈으로 쫓으면서 울고 있어서 카메라 워킹이 엉망인데, 그것조차도 제 진심이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를) 알아봤는지, 못 알아봤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확실히 알아본 것 같다.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려고 30분 내내 뺑뺑 돌더라. 앞서 에버랜드 유튜브를 통해서도 잠깐 공개됐는데 푸바오가 일어나는 장면은 우리만 가지고 있었다. 그걸 보면 '푸바오가 100% 알아봤구나' 확신이 들 것"이라며 "제가 이 장면만큼은 영화에만 기록하고 싶다고 해서 에버랜드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버랜드 |
그러면서 "처음에는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말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는 상태다. 이 영화를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동물과 교감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게 됐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누군가는 '판다가 뭐라고 울지? 그냥 중국 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기회가 있다면 그게 이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나마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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