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팀이 가장 필요할 때 잘해줘 더욱 애틋하다. 1위 KIA 타이거즈 마운드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좌완 김기훈(24)이 희망이 되고 있다.
KIA에 있어 김기훈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기훈은 광주 동성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가진 좌완으로서 같은 학교 선배 양현종(36)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으나, 5년째 꽃을 피우지 못했었다. 투박한 투구폼과 맞지 않는 상·하체 투구 밸런스로 인해 제구가 널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도 어느 정도 포기해봤다. 하지만 오히려 김기훈의 강점마저 사라지는 역효과가 났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먼저 이행했다. 상무행은 김기훈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어느 정도 잡았고 투구폼도 간결해지면서 제구가 안정됐다. 또한 힘이 붙어 자연스레 평균 시속 140㎞ 미만이던 직구 구속도 145㎞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1군 무대에서는 다시 약해졌다. 지난해 29경기 31⅓이닝 동안 37개의 볼넷을 내줬고 또 한 번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도 김기훈이 퓨처스리그 8경기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하자, KIA는 김현수, 조대현, 유승철, 김민재와 함께 미국 트레이닝 시설 중 하나인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유학을 보냈다.
김기훈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돌아오는 7월 말 무렵부터 KIA에는 고난이 닥쳤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윌 크로우(30)의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캠 알드레드(28)가 영 미덥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9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외국인 투수에 기대하는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고 결국 8월 5일 에릭 라우어(29)로 교체됐다.
8월 11일 첫 등판한 라우어 역시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87로 미덥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이유지만, 좌타자 상대로 타율 0.192로 강한 것과 달리 우타자 상대 타율 0.380으로 취약한 것이 컸다. 그 탓에 좌타자가 즐비한 LG 트윈스를 상대로는 5이닝 1실점으로 선전했으나, 나머지 3경기에서는 최소 4실점을 기록하며 이닝이터로서 역할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31)마저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골절로 이탈했다. 턱관절 고정술을 받고 복귀까지 대략 한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을야구 등판도 불투명해졌다.
그렇게 선발진에는 양현종, 라우어, 황동하만 남았다. 계속 불안한 라우어에 황동하마저 8월 막판 2경기에서 5⅔이닝 12실점(7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KIA의 선두 수성에도 최대 위기가 온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KIA는 서둘러 대만프로야구(CPBL)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던 좌완 에릭 스타우트(31)를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우트가 데뷔하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은 KIA에 있어 남은 시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스타우트는 삼성 강타선을 상대로 4이닝 4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6탈삼진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날(8월 31일) 승리로 2위 삼성과 승차에 여유는 있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기훈이 등판한 5회부터 KIA 더그아웃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2일 KIA 구단 공식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김기훈이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KIA 더그아웃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등판부터 삼성 상위 타선을 맞이한 김기훈은 김지찬, 김헌곤을 공 6개로 범타 처리했고 구자욱에게 변화구만 이용해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특히 구자욱에게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공 3개를 걸치며 방망이를 유인하는 피칭은 미국에서 돌아온 후 달라진 김기훈의 제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기훈의 호투는 계속됐다. KIA가 3점을 만회해 3-5로 뒤진 5회에는 르윈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박병호를 좌익수 뜬 공, 강민호를 병살로 돌려세우면서 반격을 시작한 팀에 힘을 실어줬다. 마지막 7회에는 전병우를 헛스윙 삼진, 김동진과 양도근을 공 3개로 처리하면서 KIA에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이후 KIA는 나성범의 7회 동점 홈런, 9회 이우성의 결승타에 힘입어 0-5로 지고 있던 경기를 6-5로 뒤집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김기훈의 활약이 단순한 일회성 호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김기훈은 미국 유학 복귀 후 첫 등판이었던 7월 31일 두산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후 9경기는 무자책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좌타자만 상대로 잘한 것이 아니라 2이닝, 3이닝 이상도 거뜬히 소화하면서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KIA는 2위 삼성과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18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 6.5경기 차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여전히 5이닝 이상 맡길 선발 투수는 양현종밖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멀티 이닝이 가능한 김기훈의 재발견은 KIA에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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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에 있어 김기훈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기훈은 광주 동성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가진 좌완으로서 같은 학교 선배 양현종(36)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으나, 5년째 꽃을 피우지 못했었다. 투박한 투구폼과 맞지 않는 상·하체 투구 밸런스로 인해 제구가 널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도 어느 정도 포기해봤다. 하지만 오히려 김기훈의 강점마저 사라지는 역효과가 났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먼저 이행했다. 상무행은 김기훈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어느 정도 잡았고 투구폼도 간결해지면서 제구가 안정됐다. 또한 힘이 붙어 자연스레 평균 시속 140㎞ 미만이던 직구 구속도 145㎞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1군 무대에서는 다시 약해졌다. 지난해 29경기 31⅓이닝 동안 37개의 볼넷을 내줬고 또 한 번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도 김기훈이 퓨처스리그 8경기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하자, KIA는 김현수, 조대현, 유승철, 김민재와 함께 미국 트레이닝 시설 중 하나인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유학을 보냈다.
김기훈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돌아오는 7월 말 무렵부터 KIA에는 고난이 닥쳤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윌 크로우(30)의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캠 알드레드(28)가 영 미덥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9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외국인 투수에 기대하는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고 결국 8월 5일 에릭 라우어(29)로 교체됐다.
에릭 라우어.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8월 11일 첫 등판한 라우어 역시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87로 미덥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이유지만, 좌타자 상대로 타율 0.192로 강한 것과 달리 우타자 상대 타율 0.380으로 취약한 것이 컸다. 그 탓에 좌타자가 즐비한 LG 트윈스를 상대로는 5이닝 1실점으로 선전했으나, 나머지 3경기에서는 최소 4실점을 기록하며 이닝이터로서 역할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31)마저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골절로 이탈했다. 턱관절 고정술을 받고 복귀까지 대략 한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을야구 등판도 불투명해졌다.
그렇게 선발진에는 양현종, 라우어, 황동하만 남았다. 계속 불안한 라우어에 황동하마저 8월 막판 2경기에서 5⅔이닝 12실점(7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KIA의 선두 수성에도 최대 위기가 온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KIA는 서둘러 대만프로야구(CPBL)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던 좌완 에릭 스타우트(31)를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우트가 데뷔하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은 KIA에 있어 남은 시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스타우트는 삼성 강타선을 상대로 4이닝 4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6탈삼진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날(8월 31일) 승리로 2위 삼성과 승차에 여유는 있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기훈이 등판한 5회부터 KIA 더그아웃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2일 KIA 구단 공식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김기훈이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KIA 더그아웃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김기훈.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등판부터 삼성 상위 타선을 맞이한 김기훈은 김지찬, 김헌곤을 공 6개로 범타 처리했고 구자욱에게 변화구만 이용해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특히 구자욱에게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공 3개를 걸치며 방망이를 유인하는 피칭은 미국에서 돌아온 후 달라진 김기훈의 제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기훈의 호투는 계속됐다. KIA가 3점을 만회해 3-5로 뒤진 5회에는 르윈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박병호를 좌익수 뜬 공, 강민호를 병살로 돌려세우면서 반격을 시작한 팀에 힘을 실어줬다. 마지막 7회에는 전병우를 헛스윙 삼진, 김동진과 양도근을 공 3개로 처리하면서 KIA에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이후 KIA는 나성범의 7회 동점 홈런, 9회 이우성의 결승타에 힘입어 0-5로 지고 있던 경기를 6-5로 뒤집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김기훈의 활약이 단순한 일회성 호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김기훈은 미국 유학 복귀 후 첫 등판이었던 7월 31일 두산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후 9경기는 무자책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좌타자만 상대로 잘한 것이 아니라 2이닝, 3이닝 이상도 거뜬히 소화하면서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KIA는 2위 삼성과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18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 6.5경기 차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여전히 5이닝 이상 맡길 선발 투수는 양현종밖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멀티 이닝이 가능한 김기훈의 재발견은 KIA에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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