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팀에 미안한 마음이 정말 컸던 모양이다. 1이닝 4실점으로 교체된 외국인 투수가 다음 경기에서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하이메 바리아(28)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팀을 위한 마음은 진심인 것 같다.
지난달 31일 대전 KT전 한화의 대기 투수 명단에는 바리아의 이름이 있었다. 실제 이날 바리아는 경기 내내 외야 불펜에 있었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혹시라도 일찍 강판될 경우를 대비했다. 5강 싸움을 펼치는 한화에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였고, 바리아도 팀을 위해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류현진이 5이닝을 던지면서 바리아의 깜짝 구원등판은 없었다. 설령 그런 상황이 와도 김경문 감독은 바리아를 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 3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바리아의 불펜 대기와 관련해 김경문 감독은 “선수 본인이 그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바리아가) 팀에 미안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잘 던져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지난 경기도 1이닝만 던지고 빨리 교체됐다”며 “내가 볼 때 불펜으로 던지는 것보다 다음 선발 때 잘 던져주길 바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바리아가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잘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바리아는 지난달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1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시작부터 3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전준우에게 우중간 빠지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얻아맞았다. 이어 정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순식간에 4실점 허용.
다음날 경기가 없었던 한화는 바리아를 1이닝 24구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6명의 불펜투수를 썼지만 난타전 끝에 11-14 패배. 우천 중단 여파로 자정을 넘어 무박 2일로 피로도가 큰 경기였다. 역전 5강을 위해 매 경기가 중요한 한화인데 1이닝 만에 강판됐으니 바리아의 마음도 불편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경력을 자랑하는 바리아는 지난 5월말 펠릭스 페냐의 완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에 합류했다. 한화가 지난겨울부터 영입 1순위로 점찍은 선수였고, 잔여 시즌 총액 55만 달러를 들여 영입했다. 시즌 중간에 데려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투수로 한화의 5강 진출을 위한 승부수였다.
기대대로 첫 3경기에서 바리아는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69로 호투했다. 6월11일 잠실 두산전(6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에서 KBO리그 첫 승을 신고하며 김경문 감독에게 개인 통산 900승을 선물했다. 이어 6월16일 대전 SSG전(6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김경문 감독의 대전 홈경기 첫 승도 안겼다.
그러나 이후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타자들에게 분석되면서 공략을 당했다. 서드 피치로 체인지업이 있지만 움직임이 밋밋해 결정구로 통하지 않았다. 피해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다 보니 볼넷은 적지만 안타를 쉽게 맞는다.
4일 현재 바리아의 시즌 성적 15경기(68⅔이닝) 5승5패 평균자책점 5.50 탈삼진 63개. 6월 이후 규정이닝 투수 21명 중 평균자책점 20위에 그치고 있다. 피안타율 3할대(.309)로 난타를 당했고, 5회를 넘기지 못한 게 8경기나 될 만큼 이닝 소화력도 떨어진다. 화려한 커리어로 기대치가 워낙 컸던 선수라 예상을 벗어난 부진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하다.
이쯤 되면 스스로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바리아는 다르다. 그만큼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크고, 만회하고 싶은 의지가 굴뚝같다. 아직 한화의 시즌은 21경기 더 남아있고, 바리아도 일정상 5경기 정도 추가 선발등판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5경기에서 선발로 제 몫을 해준다면 한화의 5강 도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팀을 향한 바리아의 진심은 확인됐다. 이제 남은 5경기에서 실력으로 만회하면 더 좋다. 실망스런 8월을 뒤로한 바리아가 9월 첫 등판인 5일 광주 KIA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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