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5강 싸움이 그야말로 대혼돈 레이스로 빠져들고 있다. 4위 두산 베어스도 5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4위부터 9위까지 불과 4.5경기 차이로 박빙의 레이스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질 분위기다. 5위 막차가 아니라 4~5위 두 자리를 두고 최대 6개 팀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두산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1-7로 패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던 선발투수 최원준이 5회 문현빈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고 내려갔다. 4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3실점 패전. 이어 불펜 필승조 정철원(1⅔이닝 2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 김강률(⅓이닝 2피안타 2실점)이 6~7회 4점을 내주면서 경기 흐름이 한화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타선 침체도 아쉬웠다. 5회 1사 후 강승호, 허경민, 이유찬의 3연속 안타로 1점을 선취했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까지 던진 한화 선발 문동주의 구위에 막혔고, 한화 불펜 공략에도 실패했다. 1~5번 정수빈, 제러드 영, 양의지, 양석환, 김재환이 도합 18타수 무안타 1볼넷 7삼진으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달 29일 창원 NC전부터 최근 4연패에 빠졌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후반기 18승25패(승률 .419)로 8위에 그치고 있다. 전반기를 1위 KIA에 4경기 차 뒤진 3위(46승39패2무 승률 .541)로 마쳤지만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지면서 3위 LG에도 3.5경기 뒤진 4위로 순위가 처졌다.
이제는 4위 자리도 함락 직전이다. 5위 KT가 0.5경기 차이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심지어 5강도 안심할 수 없는 위치다. 6위 한화도 2.5경기 차이로 두산을 추격 중이다. 더 넓게 보면 7~8위 SSG와 롯데도 3.5경기로 추격권이다. 최근 4연승으로 반등한 9위 NC도 두산에 4.5경기 차이로 5강을 완전히 포기할 격차는 아니다.
1위 KIA, 2위 삼성, 3위 LG가 가을야구를 예약한 가운데 남은 두 자리의 향방은 이제 정말 쉽게 점칠 수 없게 됐다. 4위부터 9위까지 4.5경기 차이로 바짝 붙으면서 시즌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대혼돈 레이스로 급변하고 있다.
두산의 침체가 만든 대혼돈이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시즌 막판 3위 싸움을 벌였으나 10월 마지막 13경기에서 5승8패로 고전하며 5위로 가을야구 턱걸이에 만족했다. 그 여파로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1차전 패배로 허무하게 끝났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2015~2021년 왕조 시절 후반기에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며 판도를 뒤흔들었던 두산의 모습이 아니다.
두산은 올 시즌 가장 먼저 130경기를 돌파했다. 가장 적게 경기를 치른 롯데(122경기)보다 8경기를 더 소화했다. 어느 때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에 쉼없이 달려오면서 선수단 피로 누적이 크다.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야수진이 지쳤고,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악재 속에 불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두산의 잔여 시즌은 이제 1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주와 다음주까지 3경기씩, 12일간 총 6경기로 여유 있는 일정이라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는 용이하다. 원투펀치 곽빈과 조던 발라조빅을 고정으로 선발진 운영에도 여유가 생겼지만, 경기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졌다. 경기 수가 줄어들수록 자력으로 5강 확정 기회가 줄어든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3일 한화전을 앞두고 “그동안 경기를 너무 많이 치르면서 선수들이 많이 지친 상태다. 하지만 이제 15경기 남았고, 지칠 시간이 없다. 오늘내일 경기를 하고 또 쉬기 때문에 모든 거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타격이 안 되면 맞고서라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타선 침체가 길어지면서 좀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일에는 대구로 내려가 올 시즌 상대 전적 3승11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있는 2위 삼성을 만난다. 이날 경기마저 패하면 진짜로 5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 선발 예고된 좌완 최승용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에선 우완 황동재가 선발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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