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왜 비디오판독 신청을 안 했겠나. 심판을 믿었다. 이젠 못 믿겠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KIA전에서 비디오판독을 하지 않은 사연을 설명하며 격분했다. 이영빈의 홈런 타구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2루심의 판정을 믿고 안했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비디오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3일 광주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 LG가 4-7로 뒤진 9회초, 박해민 타석에 대타로 나온 이영빈은 KIA 마무리 정해영의 초구 직구를 때려 한가운데 펜스로 날려 보냈다. 타구는 펜스 철망에 끼었고, 2루심은 인정 2루타를 선언했다.
그런데 타구는 펜스를 넘어간 다음에 뒤쪽에서 철망에 끼었다. 중계 방송의 느린 화면에는 펜스를 넘어가서 철망에 끼인 장면이 잡혔다. 워낙 빠른 타구였고 굴절되지 않고 바로 철망에 박혀 육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LG 벤치에서 홈런 타구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4일 잠실구장에서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 브리핑에서 “비디오판독 때문에 열받아서 잠을 못 잤다”며 홈런 타구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염 감독은 “2루심이 가까이 가서 보고 왔다.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봤다. 보고 그냥 돌아왔다. 심판이 누구보다 정확하지 않겠나. 2루심이 그냥 태연하게 돌아오기에 철망 앞에 박힌 거로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비디오판독을 하나. 우리 벤치에서 비디오판독을 하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누구보다 내가 비디오판독에 민감한 사람이다. 왜 안 했겠냐. 할 필요가 없으니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2루심이 펜스로 안 가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비디오판독을 했을 거다. 횟수에 안 들어가는데 왜 안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영빈의 타구는 인정 2루타로 선언됐고, 이후 2루심이 펜스 가까이 갔다. 2루심은 펜스 철망에 낀 공을 수거하러 갔는데, LG 벤치는 2루심이 타구 확인을 하러갔다고 받아들이면서 일이 꼬였다. 심판과 LG의 시각 차이였다.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타구 자체가 날아가는 순간 그냥 팍 박혀버렸다. 보통 굴절이 되거나, 맞고 튕겨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박혀버렸다. 어제 현장에 있던 모든 선수들 감독 코치 심판들이 그냥 박힌 타구로 보였던 모양이다”며 “2루심도 똑같이 타구가 펜스 철망에 박힌 거로 보고 인정 2루타 시그널을 줬다. 타구가 펜스에 끼여 정지가 됐으니 투 베이스로 시그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양쪽에서 아무런 비디오판독 신청이나 이런 게 없는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되려면 공을 제거해야 되기 때문에 2루심이 수거하러 갔다. 3루심은 철망에 박혀 있는 공을 빼내려고 막대기 같은 것을 찾으러 갔다. 2루심이 제거하러 갔는데 보안요원이 공을 수거해 갔다. 2루심이 되돌아왔고 플레이가 속행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LG는 2루심이 타구를 다시 확인하는 줄 알았다. 염경엽 감독은 펜스 가까이 가서 보고 온 2루심이 홈런 시그널을 안 했기에 심판 판정을 믿고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2루심은 공을 펜스 뒤로 빼는 걸 보고도 2루타라고 인정했다. 완전 오심이다. 심판의 본분을 하지 않은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광주는 펜스 노란선이 철망으로 돼 있다. 심판들 마스크에도 공이 낄 정도의 공이(타구가) 강력하다. 가끔 철망을 통과하기도 한다. 철망이 벌어져서 그거 관통해서 꼈다고도 볼 수 있다. 야구장 구조 자체가 그럴 수 있다. 철망 사이 간격에 타구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루심이 펜스에 공을 수거하러 갔다가 타구가 넘어간 것으로 뒤늦게 인지했더라면 홈런 시그널로 번복이 가능했을까.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그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에 그렇게 인지가 됐다면 심판들이 2명 내지 3명이 모여서 논의는 할 수 있다.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심판들이 자체적으로 비디오판독을 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양팀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기에 경기를 속행시켰다”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결과적으론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심판을 믿고 비디오판독을 신청 안했는데 이젠 심판을 못믿게 됐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신청하겠다”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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