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홈런왕 애런 저지와 FA 최대어 후안 소토를 앞세워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뉴욕 양키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마무리투수 클레이 홈즈(31)다. 무려 11개 블론세이브로 불을 지르며 양키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홈즈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 4-3으로 앞선 9회말 구원등판했지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1사 후 카슨 켈리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대주자 레오디 타베라스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홈즈는 조쉬 스미스, 마커스 시미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신인 와이어트 랭포드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린 실투가 됐다. 랭포드가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좌측 담당을 훌쩍 넘었다. 7-4 텍사스의 끝내기 역전승.
양키스에는 충격의 끝내기 역전패였다. 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진 홈즈는 시즌 5패(2승)째를 당했다. 블론세이브만 무려 11개로 리그 최다 불명예를 안고 있다.
올 시즌 57경기(55이닝) 2승5패29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60개를 기록 중인 홈즈는 데뷔 첫 30세이브에 1개만 남겨두고 있다. 표면적인 성적은 크게 흠잡을 데 없지만 승부처에 약해도 너무 약하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홈즈는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안 됐다. 형편없는 밤이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고, 어떤 것을 더 잘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거듭된 부진을 자책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마무리 교체에 대해 “지금은 감정이 격한 상태라서 대답하지 않겠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 모든 것을 고려하겠다”며 “홈즈는 우리 불펜에서 정말 중요한 선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는 홈즈를 지지하고 도울 것이다”고 밝혔다.
2018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한 우완 투수 홈즈는 2021년 7월 한국인 내야수 박효준과 디에고 카스티요의 반대 급부로 양키스에 트레이드됐다. 양키스에 온 뒤 제구를 잡고, 주무기 싱커를 앞세워 2022년부터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2022년 20세이브, 지난해 24세이브로 뒷문을 지켰지만 올해는 실망스럽다.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부진이라 이 문제가 단기간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트레이드 마감일 다음날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기자들에게 홈즈를 마무리로 쓰는 것에 만족하며 그를 대체할 선수를 찾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결정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선 트레이드 마감일에 더 나은 불펜을 영입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LA 다저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영입한 마이클 코펙은 이적 후 15경기(15⅓이닝) 3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0.59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필라델피라 필리스가 LA 에인절스로부터 받은 카를로스 에스테베스도 이적 후 13경기(14⅔이닝) 2승1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런 좋은 매물들을 두고 홈즈를 믿은 양키스의 선택은 패착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10경기 4승6패로 주춤한 양키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내주며 0.5경기로 밀렸다. 홈즈가 블론세이브를 반만 줄였어도 여유 있게 1위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구 우승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가을야구가 더 걱정이다. 지금 홈즈의 모습으로는 양키스의 우승 숙원을 풀기 어렵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