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역시 올해도 희망고문으로 끝나는 것일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2-7로 패했다. 1승 1승이 소중한 시기에 롯데는 자멸했다. 과욕과 탐욕, 경험 부족, 여기에 오합지졸의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롯데는 올 시즌 손에 꼽을 졸전을 펼쳤다. 마운드가 무너지거나 타선이 침묵해서 패배를 당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롯데는 자멸했다.
삼성 선발이었던 신인 유망주 육선엽의 제구 난조를 틈타 무수히 많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롯데는 1회 황성빈의 내야안타와 폭투, 뜬공 2개로 간단하게 선취점을 뽑은 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회 선두타자 윤동희가 사구로 출루한 뒤 투수의 제구 난조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후속 타자였던 박승욱도 볼넷으로 출루했기에 이 도루자는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과욕의 도루 시도였다. 결국 2회 기회를 놓쳤다.3회에도 롯데는 1사 후 레이예스의 중전안타와 전준우 나승엽의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윤동희가 3루수 병살타를 때리며 1사 만루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윤동희는 1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력질주를 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타구 이후의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선수가 해야 할 최선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롯데가 이렇게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상대에 흐름을 넘겨줬고 빌미를 줬다. 결국 5회초 5실점 하면서 분위기가 넘었다. 그래도 5회말 전준우의 적시타로 2-5로 추격했다.
6회말에는 윤동희의 안타와 박승욱의 볼넷, 이정훈의 우익수 뜬공으로 1사 1,3루 기회를 마련했다. 롯데는 대타 정훈을 내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그런데 정훈 타석에서 공이 살짝 흐른 사이, 1루 주자 박승욱이 오버런을 하다 협살에 걸렸다. 박승욱이 아웃됐다. 그 사이 3루 주자 윤동희가 뒤늦게 홈으로 파고 들었지만 역시 아웃. 롯데는 사실상 흐름과 승기를 완전히 내줬다. 7회말에도 선두타자 신윤후가 출루했지만 고승민이 병살타를 때렸다. 마지막 추격 기회가 이렇게 끝났다.롯데는 이날 패배로 57승 65패 3무로 8위가 됐다. 5위로 내려앉은 두산과 3.5경기 차이다. 이제 롯데에 남은 경기는 19경기. 산술적으로 따라가지 못할 격차는 아니지만 이러한 모습이라면 5강과 가을야구는 언감생심이다.
일부 선수들이 돋보이려는 과욕이 분위기를 냉각시켰고 상황과 흐름을 읽지 못하는 플레이로 맥을 끊었다. 경험부족과 오합지졸적인 요소가 합쳐지면서 자멸했다.
2017년 3위로 가을야구 진출 이후 매년 이 시점에 롯데는 막바지 추격을 펼쳤다. 뒤늦은 추격전으로 목적지에 다다를 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고 다시 멀어지곤 했다. 롯데의 9월 5강 추격전은 늘 그랬다. 매년 ‘추격전’이라는 단어를 써야한다는 것은 매년 하위권에 머물면서 반짝했다는 의미. 선수들은 의지를 다지지만 그 의지가 어느 순간 푹 꺾이기 마련이다.
지난 4일 KT전 승리로 5위권과 2경기 차이로 좁혔지만 다시 4경기로 멀어졌다. 9위 NC와도 1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롯데는 극적인 마음가짐의 변화와 결속이 없다면 5강은 올해도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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