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정해인이 ‘베테랑2’로 ‘엄친아’와는 전혀 다른 연기변신을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 주연 배우 정해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정해인은 “이제 이틀 남았다. 약간은 설레기도 하는데, 평가는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해 주시는 거라 시험대에 올라가는 느낌이다. 언론 시사회때 봤는데 잘 나온 것 같아서 실망하지 않을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말했다.
시즌1의 팬이라는 정해인은 ‘베테랑2’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상황을 묻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며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 간 게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도 아니었다. 만나서 그자리에서 3시간 가까이 영화 얘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 그자리에서 저도 확신이 들었던게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얼마나 많이 고민하셨고 준비 하셨고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쏟고 계신지 느낄수 있었던 자리여서 처음으로 대본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작중 정해인은 서도철(황정민 분)의 눈에 띄어 강수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입형사 박선우 역으로 분했다. 그와 동시에 연쇄살인범이자 메인 빌런인 ‘해치’ 역으로 두 모습을 오가며 극을 이끌어간다. 이를 통해 그동안 보여준 것과는 정 반대의 섬뜩한 연기를 선보인 정해인은 “감독님이 의도하신 모습, 원하신 모습들이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다. 그런것들을 현장에서 디렉션 주셔서 저는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가져가야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존재만으로 약간 불쾌함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반에는 배우들한텐 티가 안 나야 하니, 저와 감독님만 아는 수신호 같은게 있었다. 그런 불쾌한 에너지를 줬으면 좋겠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너무 과장되게 연기를 안 해도 충분히 이미 하고있는 게 있어서 그럴 필요 없을것 같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자체가 어두워야 된다고 하셨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했을 때 이사람이 이상한 과잉 행동을 하지 않아도 불편하고 힐끗 보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느낌도 있었고 밤길 걷다가도 분명 같은 방향을 걷는 것일텐데 발걸음이 신경쓰이고 쳐다보게 되고 이사람이 먼저 앞서갔으면 좋겠고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것 같다. 연기적으로 기운 자체가 어두워야하는 부분 있었다”고 말했다.
‘베테랑’은 지난 2015년 시즌1 개봉당시 1300만 관객을 넘으며 큰 흥행을 거뒀다.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 역시 수많은 패러디를 생산해내며 대표적인 빌런 캐릭터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 그런만큼 “부담감이 엄청났다. 전작이 잘 됐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밝힌 정해인은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결 자체가 다르고 전개 방식도 다르다. 빌런의 성향이나 성질도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따른 부담은 전혀 없었다. 분장하고 옷갈아입고 리허설 후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에 집중하고 그 순간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즌1 조태오와 차이에 대해서는 “조태오는 절대적인 악이다. 발산하는 불같은 성질의 빌런이라면 박선우는 악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혼돈 그 자체라 생각한다. 굳이 설명드리면 차가움쪽에 가까운, 파란색이라 표현할수 있을것 같다. 촬영할때도 감독님이 조명감독님과 얘기해서 파란색 조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상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서사를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정해인은 “감독님이 그 순간에만 집중하고 이 현상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박선우의 인물에게 사연과 서사가 생길수록 오히려 제가 표현함에 있어서 더 어려워질 수 있겠다 생각해서 다 걷어내고 연기했다”며 “가장 중요한건 박선우라는 인물은 나르시스트인 부분도 있고 소시오패스 성향도 있다. 그 두가지 성향이 합쳐진 것 같다. 관종기도 있다. 나의 목적과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 소시오패스적인 부분, 계획된게 틀어지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분노가 터져나오는 반사회적 모습도 있다.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이긴 하다. 그걸 가면을 통해 숨기고 있는거다. 연기하면서 그 점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섬세한 ‘동공연기’를 위한 노력도 전했다. 정해인은 “타이트한 앵글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집에서 거울을 많이 들여다 본 작품이다. 원래 거울을 잘 안 본다.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작은 시선처리, 눈을 몇번 깜빡이는지도 중요했다. 잘못하다간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서 가까이서 거울을 들여다 보고 연습 했다”며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선의 머무름이 있었다. 제가 나름 그쪽을 분석하고 자료를 찾다보니까 사람을 쳐다볼 때 몇초 이상 쳐다보게 되면 불편함을 줄 수 있다더라. 소시오패스 성향인 분들이 그런게 있더라. 모티브보다는 범죄자들의 프로파일러 면담을 보고 참고 했다. 그만큼 제 동작이나 시선의 머무름이 중요하다 생각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간 정해인은 ‘제복 입으면 대박난다’는 평을 들어왔다. 군복부터 경찰복까지 소위 ‘나랏밥 먹는’ 의상이 잘 어울리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에 정해인은 “제가 이상하게 나랏밥 먹는 군인, 경찰 이런 캐릭터가 사랑 받았던 것 같다. 그냥 기존에 갖고있던 정해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때문에 그렇게 봐 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전 특별하게 하는게 없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내심 있다”고 웃었다.
실제 ‘베테랑2’ 속 정해인은 그간 보여준 선역의 이미지와는 달리 눈빛만으로도 섬찟함을 자아내며 극에 몰입을 더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색다른 얼굴을 보여준 정해인은 “액션보다 더 어려운건 캐릭터를 이해하고 제 걸로 체화하는 것이었다. 정해인이라는 사람과 박선우는 아예 다른 인물이라 제가 박선우를 연기하려면 동기화가 돼야 하는데 그럼 이 친구를 이해해야 하고 누구보다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을 찾아가는게 어려웠다. 사연이 있거나 전사가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더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그만큼 현장에서 감독님이랑도 촬영 시간을 깎아먹으면서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 테이크 더 가는 것보다 한 테이크를 찍더라도 정확하게 감독님과 얘기해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의견을 많이 나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정해인은 같은 시기 tvN 토일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을 통해 ‘엄친아’ 캐릭터로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극과 극’ 모습에 그는 “매운맛과 단맛이 왔다갔다해서 혼란스러울 것 같다. 팬분들은 오히려 다채롭게 정해인을 즐길수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좋을 것 같고, 일반 관객들이나 팬이 아닌 분이 ‘베테랑2’를 본다면 ‘관심이 좀 가네. 다른 작품 찾아볼까?’라는 반응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망했다.
이어 박선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왜 그랬대?’ 하는 궁금증이 나오는 캐릭터로 남길 바란다”며 “제 연기변신에 대해서도 ‘새롭다’고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테랑’ 다음 시즌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을 한다면 달려가야죠. 발 빠르게 뛰어 가야죠”라고 웃었다.
앞서 정해인은 영화 ‘서울의 봄’ 특별출연으로 ‘천만관객’을 맛봤던 바 있다. “맛봤다기엔 그냥 ‘찍먹’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베테랑2’의 예상 성적을 묻자 “정말 하늘의 뜻이라 지금부터 기도해야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것 같다. 스코어도 스코어인데 살면서 기대를 많이 하면 그렇지 않을 때 실망하는 게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 같다. 스스로 기대하면 실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마음이 아프니까. 겸허하게 내려놓다가 좋은일이 생기면 좋은거고 아니더라도 덜 아프다. 너무 잔뜩 기대하면 낙차가 커진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한편 ‘베테랑2’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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