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되는 2024 KIA, 4개월 만의 홈런이 대타 결승포라니... 본인도 놀랐다 ''병살타만 치지 말자 했죠'' [수원 현장]
입력 : 2024.09.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올해 KIA 타이거즈는 뭘 해도 된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던 이우성(30)이 갑작스럽게 대타로 타석에 나섰음에도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무려 4개월 만에 터진 대형 아치였다.

KIA는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10-5로 역전승했다.

2위 삼성 라이온즈가 이날 경기가 없는 가운데 매직 넘버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7회 초까지 4-1로 순조롭게 KIA의 승리로 향하던 흐름은 7회 말 갑작스레 흔들렸다.

7회 말 2사에서 정준영이 우전 안타, 안현민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문상철이 약간 먹힌 타구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오윤석이 곧바로 좌전 2타점 적시타로 4-4 동점을 만들었고, 오재일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면서 역전 적시타가 됐다. KT의 5-4 역전.

여기까진 분위기가 홈 팀 KT로 넘어간 듯했다. 하지만 7회까지 뒤진 경기도 가장 많이 뒤집었던(이 경기 전까지 10승·2위는 삼성과 LG의 7승) KIA의 뒷심이 매서웠다.

먼저 선두타자 김도영이 좌전 안타로 불을 지폈다. 이때 변수가 발생했다. 다음 타석의 나성범이 현기증을 이슈로 이우성으로 교체된 것. 다행히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보호 차원의 교체일 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미소와 함께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미소와 함께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우성은 이 경기 전까지 9월 한 달간 타율 0.250(32타수 8안타)으로 타격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민의 공 4개를 골라낸 뒤 2B2S에서 한가운데로 들어온 시속 135㎞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6-5 KIA의 재역전을 부르는 비거리 115m의 투런포였다. 이후 KIA가 끝까지 리드를 잃지 않으면서 이 홈런은 결승포가 됐다.

경기 후 만난 이우성은 "갑자기 나가라고 하셨다. 2번 타자 들어갈 때쯤(7회 초 최형우 타석)엔가 들어갈 때 이야기를 들었다"며 "솔직하게 병살타만 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홈런 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멋쩍어했다.

이우성 개인에게는 지난 5월 24일 광주 두산전 홈런 이후 약 4개월 만에 나온 홈런이다. 모처럼 나온 홈런이 본인도 반가웠을 터. 그는 "최근에 (타격이) 잘 안돼서 조급한 건 있었지만, 홈런이 안 나온다고 조급한 건 없었다. 야구가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출산 휴가 후) 복귀하고 팀에 중요한 안타를 못 쳐서 개인적으로 죄송했다. 그래도 오늘은 밥 두 그릇은 먹을 수 있다"고 웃었다.

이우성은 최형우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로 꼽힌다. 그는 대전고 졸업 후 2013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데뷔 초부터 '대전고 김동주'라 불렸으나, 두산, 국군체육부대(상무), NC 다이노스를 거치면서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2019년 KIA에 와서도 백업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26경기 타율 0.301, 8홈런 58타점 39득점을 기록하면서 기량을 만개했다.

늦깎이 외야수의 성공 스토리에 많은 인터뷰가 들어와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팀을 앞세우던 이우성이다. 이날도 이우성은 "일단 팀이 나라는 선수를 포기하지 않아 준 것이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말 잘하고 싶고, 나를 포기하지 않아준 만큼 더 잘하고 싶은데 야구가 참 어렵다"고 전했다.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더그아웃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우성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더그아웃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런 이우성을 '소리 없이 강한 선수'라고 꾸준히 칭찬하며 챙기던 것이 이범호 감독이다. 묵묵하게 활약을 이어갔던 이우성은 2년 연속 3할 타율과 데뷔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승장 인터뷰에서도 "경기 초반 변우혁의 적시타와 김도영의 홈런 등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7회 말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하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됐다. 그래도 8회 초 이우성이 결정적인 대타 홈런을 기록하면서 다시금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고, 9회 초 박정우의 적시타와 김도영의 쐐기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이우성은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고 라인업에 계속 내 이름을 넣어주시면서 그런 이미지로 생각하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 없던 이우성은 데뷔 첫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KIA는 83승 2무 51패로 7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경기가 없던 2위 삼성 라이온즈(75승 2무 59패)와 승차는 8경기로, 빠르면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정규 우승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이우성은 "원래는 홈런에 대한 욕심이 없는데 올해는 꼭 쳐보고 싶다"며 "어릴 적부터 우승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빨리 매직 넘버 1을 지우고 내 인생 첫 우승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KIA 이우성(왼쪽)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우성(왼쪽)이 16일 수원 KT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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