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영화 '보통의 가족' 배우 설경구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보통의 가족’ 주역 배우 설경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작품이다.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프의 소설인 '더 디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미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나왔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날 설경구는 어제(24일)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본 완성본의 소감을 묻자, "영화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봤었다. 제 작품은 어느 작품이든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이것도 조마조마하더라. 감독님도 이후로 영화제를 계속 다니시면서 작품을 계속 보셨던 거 같다. 생각이 조금씩 바뀌신 거 같다. 영화제를 다녀와서 또 영화를 보여주시는데, 편집이 좀 된 거 같더라. 그런 선입견 덕에 그런지 어제는 덜 조마조마했었다"라며 "시사회때 영화를 보면 눈치 보면서 보게 된다. 기자분들과 배급관에서 볼 때는 ‘어떻게 보실까?’ 하면서 반응을 살피고, 한숨이라도 나오면 ‘어이쿠’ 싶다. 그래도 어제는 다들 집중해서 보시는 것 같고, 잘 보시는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설경구는 작품 참여 계기에 대해 "전부터 허진호 감독님이랑 (작품을) 해야지 해야지, 했었다. (제가 감독님) 마음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감독님이 준비한 게 ‘보통의 가족’이었다. 저는 막연히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었다"라며 "알고 지낸 지는 꽤 됐다. 일본에 갔었을 때였다. 99년도 인가, '8월의 크리스마스' 찍을 때였다. 해외의 한 시상식을 갔다가 감독님과 길에서 만나서 친하게 지냈다. 우리 방으로 와서 3일간 동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인연에 비하면 작품을 늦게 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대본을 봤을 때를 떠올리며 "사실 허진호 감독님이 아니라면 안 한다고 했을 수도 있겠다. 어느 감독이 작품을 건드냐에 따라서 확연히 바뀔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허진호 감독님의 섬세함, 그 믿음 때문에 재완이를 한다고 했었다"라며 "저는 사실 ‘보통의 가족’은 애매하게 봤는데, 감독님을 봤다. 이 감독님이라면 잘 섞을 것 같다는 믿음이 굉장히 컸다. 자칫하면 장면들이 시끄럽고, 소음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극 중에 많은 대사가 나오지 않나. 일명 구강 액션이라고 하는데, 이게 내 귀에 와닿지 않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걸 집중하게 하는 게 연출력이라 생각한다. 미세한 호흡이라, (연출이) 굉장히 섬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허준호 감독님이 집중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극 중 물질 우선주의 변호사 재완으로 분해 열연했다. 재완은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다. 늘 이성적인 태도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목도한 후에도 동요되지 않는 감정을 유지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재완.
이에 대해 설경구는 "사람이 그런 것 아닌가. 대외적인 모습과. 배우로 치면 무대 위와 무대 뒤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은 다 양면성이 있지 않은가?"라며 "아마 자녀들이 법정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수를 계속 생각했을 거 같다. 그렇게 여러 가지 수를 생각했을 때, 재완이의 후반부 선택은 그의 수 중의 하나였을 거 같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기보단, 일관성 있지 않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재규가 돌변을 한 인물이라면, 재완은 일관적인 인물이다. 또 부모로서 자식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봤을 때 ‘저렇게 커가다가는 문제가 심각해지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진호 감독과의 케미도 전했다. 설경구는 "프리 과정을 열심히 하시는 감독님이시더라. ‘봄날은 간다’때 유명했었다. 현장에서 배우와 대화를 많이 하신다고. 버스 안에서 이영애 씨랑 하루 종일 얘기한다고 들었는데, 저도 많이 봤었다. 근데 그걸 저희 4명과도 많이 했었다"라며 "주로 현장에서 장난처럼 말씀하신다. 농담처럼 아이디어를 툭, 툭 던지신다. 그런 디테일들이, 재완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게 해준 거 같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며 "사실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는 로맨스를 하고 싶었는데, 나이는 차는데 책을 안 주시니까. (그러다가) 이렇게 센 거를 하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일찍이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 공식 초청 19회에 빛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최우수 각본상과 제39회 몽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휩쓴 ‘보통의 가족’. 하지만 국내 개봉에 대한 소감은 똑같이 떨렸다.
설경구는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사실 기대 못 했다. 나중에 단톡에 리뷰 올라오는 것을 봤는데, ‘어?’ 싶었다. 반응이 좋아서 ‘업’ 되었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 언론이 문제다!' 싶었다. 그래서 어제 기자간담회는, 정말로 재판장에 가는 느낌이었다. 무지 떨렸다"라며 "(토론토에서는) 되게 잘 봐주셨다. 평도 디테일하게 해주시고. 앙상블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았던 거 같다. (그걸 보고) 1차 관문은 통과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싶었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은, 일회성 관람으로 안 그치고 부모님들이라면, 자녀분들과 꼭 봤으면 하는 영화이긴 하다. 어떤 외국 관객도 꼭 자녀랑 봐야겠다고 하더라. 어떤 교육보다 더 좋은 작품인 것 같다"라고 덧붙이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영화 ‘보통의 가족’ 은 10월 16일(수)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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