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전력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발진이 활약했는데, 기회를 잡지 못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인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이 리그 최정상급 듀오로 활약하면서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반즈는 25경기 150⅔이닝 9승 6패 평균자책점 3.35 탈삼진 171개의 성적을 거뒀다. 내전근 부상으로 두 달 가량 자리를 비웠지만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 3위, 탈삼진 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윌커슨은 32경기 등판해 196⅔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의 성적을 남겼다. 32경기 중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채우는 이닝이터 능력을 과시했다. 올해 최다이닝 투수의 몫은 윌커슨이었다.
그런데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선발진을 지탱해준 선수는 없었다. 특히 토종 에이스라고 불리는 박세웅의 기복 있는 피칭에 아쉬움이 짙었다. 박세웅은 올 시즌 30경기 선발 등판해 173⅓이닝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의 성적에 그쳤다. 자신의 한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을 돌파했지만 성적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5년 연속 규정이닝을 던졌지만 평균자책점은 가장 나쁜 시즌이었다.올해 박세웅의 시즌은 5월 28일 대전 한화전 등판 전후로 확연하게 달라진다. 박세웅은 이전 10경기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3.59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퀄리티스타트 6회, 퀄리티스타트플러스 2회 등으로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박세웅은 이날 4⅔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며 11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0실점(9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약 2년 만의 한화전 등판에서 난타 당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 박세웅을 향해 “대전구장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데 앞으로 여기 맞춰 갖고 계속 올릴까 보다. 몇 년째 이러는데 작년에는 대전에서 아예 안 던진 것 같더라. 팀의 에이스인데…”라며 강한 어조로 팀의 에이스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이후 박세웅은 토종 에이스의 위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한화전 포함해 시즌 마지막까지 던진 20경기에서 115⅓이닝 1승 8패 평균자책점 5.37의 성적에 그쳤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꼴찌였다. 승운도 따르지 않았다. 6월 27일 사직 KIA전 6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6승을 따낸 게 시즌 마지막 승리였다. 이후 잘 던져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특히 시즌 막판 6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시즌 막판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박세웅은 해답을 찾은 듯 했다. 슬라이더 의존도를 줄였고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구사하면서 자신의 구위를 극대화 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평균자책점도 가장 나빴을 때보다는 많이 끌어내리면서 시즌을 마무리 했다.
5년 연속 규정이닝을 소화한 것은 그만큼 꾸준했던 투수라는 점. 2020년부터 최근 5년을 살펴보면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795이닝)에 이어 777이닝으로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이닝 소화력을 과시했다. 토종 선수 중에는 최다 이닝이다.
올 시즌도 173이닝 넘게 소화한 것을 두고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가 중간에 한 번도 안 쉬고 계속 던졌다는 것은 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라고 공헌도를 인정했다.
하지만 박세웅이 흔들리면서 롯데는 하위 선발진도 중심을 잡지 못했고 불펜진까지 영향을 끼쳤다. 김태형 감독과 롯데 구단 모두 이제 박세웅이 규정이닝 투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규정이닝과 10승을 거두는 투수에 계속 머물러 있는 박세웅의 각성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이닝 소화하는 것에 더해서 잘 던져주기도 해야 한다. (박)세웅이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면서 “내년에는 더 잘 던져줘야 한다. 외국인 선수 빼고는 그래도 에이스다. ‘올해 던지면서 본인이 느낀 게 있을 것이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게 지금 몇년 째인가. 정말 달라져야 한다. 투수들의 리더로서, 국내 에이스의 책임감으로서 본인이 조금 더 좋아져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대의 크기에 비례해서 올 시즌 실망감도 컸다. 박세웅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에, 그에 따르는 쓴소리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제 사실상 투수진의 고참에 속하는 연차가 됐다. 5년 90억원이라는 다년계약을 맺으며 고액 연봉자이기도 하다. 박세웅은 모두가 기대했던 모습을 2025년에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