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방출과 무적 신세를 딛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프로 무대에 돌아와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참가하게 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송은범(40)은 “어떻게든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680경기에 나서 88승 95패 27세이브 57홀드(평균자책점 4.57)를 올린 송은범은 지난해 11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위해 개인 훈련을 하며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려왔다.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 지원하기도 했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9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며 4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게 된 송은범은 13일 “구단에서 저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처음 1군에 왔을 때부터 어떻게든 팀에 민폐가 안 되려고 준비해왔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노력했고 잘 준비했는데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잘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LG와의 정규 시즌 최종전 이후 7일 상무전과 9일 자체 평가전을 치른 게 전부다. 컨디션 회복은 마쳤지만 실전 감각이 다소 부족하다. 송은범은 “우리는 경기 감각, LG는 피로도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빨리 회복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쉽게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또 "우리 계투진이 약하다고 하는데 구위가 좋고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 워낙 많이 때문에 그들이 감을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 삼아 땅볼을 유도하는 송은범은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무조건 땅볼로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대 타자들도 제가 투심 투수라는 걸 다 알고 들어온다. 하늘의 뜻인 거 같다. 어느 쪽에 운이 더 주어지느냐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1군에 합류한 그는 “솔직히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파악하는 입장이다. 아직도 선수들이 제게 다가오는 걸 잘 못한다. 그렇기에 저도 신인 선수와 다를 바 없다”고 웃어 보였다. 가을 무대 경험이 풍부한 송은범은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절대로 긴장을 풀면 안 된다. 1이닝 던질 때 투 아웃 잘 잡고 나서 마음을 놓을 때가 있는데 큰 경기에서는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송은범은 준플레이오프 5경기 모두 등판한 LG 외국인 투수 엘리저 에르난데스에 대해 “선발로 뛰었기 때문에 5경기 연속 등판이 가능하다”면서 “저도 선발로 뛰다가 중간으로 나갈 때 동료 투수들에게 ‘1주일씩 대기 못하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송은범은 “앞서 말했듯이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뿐이다. 처음부터 했다면 1년 동안 고생했으니 보너스 게임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달랑 한 달 하고 와서 기존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또 “코칭스태프에서 저를 어떻게 쓰실지 모르겠지만 엔트리에 넣어주신 만큼 민폐가 안 되고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