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커다란 벽에 막혔다.
오스틴은 삼성과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삼성 불펜투수 김윤수와 운명의 매치업을 벌이고 있다. 1~3차전 결정적인 찬스마다 김윤수를 상대했는데, 세 번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잔루만 7개를 남겼다. 타점왕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LG는 5회말 박동원의 볼넷과 문동주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삼성은 이승현에서 송은범으로 투수 교체. 송은범이 신민재 상대로 볼 4개를 던져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마치 김윤수를 위한 빌드업처럼 보였다.
오스틴 앞에 2사 1,2루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졌다. 삼성 벤치에서는 당연히(?) 김윤수를 구원 투수로 올렸다. 1~2차전에 이어 3번째 김윤수-오스틴 맞대결이었다. 김윤수는 초구 156km 광속구를 뿌렸고, 오스틴은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온 공을 때렸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S존 높은 코스로 실투였으나 오스틴이 타이밍을 놓쳤다. 오스틴은 굳은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돌아섰다.
경기 후 LG 관계자는 김윤수 상대로 3차례 결정적인 찬스에서 모두 완패한 오스틴에 대해 “계속해서 못 치니까 약간 열받아 보였다”고 전했다. 초구를 공략했으나 히팅 타이밍이 약간 늦었다. 관계자는 “칠 만한 코스로 들어왔는데, 잘 하려고 하다보니까 힘이 잔뜩 들어가서 타이밍이 늦어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김윤수와 삼세번 대결에서 번번이 당했으니 오죽 열 받았을까.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오스틴은 올 시즌 개인 성적이 더 좋아졌다.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9리 32홈런 132타점 12도루 61볼넷 82삼진 2루타 32개, 출루율 .384, 장타율 .573, OPS .957, 득점권 타율 3할2푼9리로 맹활약했다.
LG 타자로는 구단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고, 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오스틴은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할(20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1~3차전 계속해서 김윤수를 만나면서 완전히 기가 꺾였다.
3경기 11타수 1안타, 타율은 9푼1리다. 득점권 4타수 무안타 2삼진, 타점은 하나도 없다.
김윤수는 지난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회초 7-4로 앞선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우타자 오스틴 타석에 좌완 이승현을 내리고 우완 김윤수를 투입한 것.
그런데 라팍의 엄청난 함성 때문인지 투수 교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외야 불펜에서 우완 김태훈이 나와 삼성 덕아웃과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김윤수의 멱살을 잡고 불펜에서 끌어냈다. 불펜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김윤수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인지 확인받고 마운드로 뛰어갔다.
김윤수는 오스틴을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초구 152km 몸쪽 직구로 헛스윙, 127km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3구째 155km가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사 만루에서 1루수 실책으로 인해 7-1에서 7-4까지 쫓겼고, 장타 한 방이면 승부가 어떻게 될 지 모를 위기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삼성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 LG는 1-6으로 뒤진 7회초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다음은 오스틴 타석이었다.
선발 원태인이 교체됐고, 김윤수가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과 판박이었다. 초구 154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2구째 127km 커브는 볼이 됐다.
오스틴은 3구째 155km 직구를 때렸으나 유격수 정면 땅볼이 돼 아웃됐다.
4차전, 또다시 오스틴 타석에서 찬스가 걸리면 김윤수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4번째 맞대결이 성사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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