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김윤수(25)는 포스트시즌에서 화제의 선수가 됐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과의 명품 대결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김윤수는 LG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까지 3경기 모두 등판했고, 1이닝 1사구 1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2홀드를 기록했다. 그런데 상대한 타자는 김현수에게 사구를 기록했고, 3차례는 모두 오스틴과의 대결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좌타자들이 많은 LG 타선에서 우타자 오스틴 상대로 위기 상황에서 우완 파이어볼러 김윤수를 맞붙였기 때문이다.
김윤수는 1차전 155km, 2차전 155km, 3차전 156km 강속구를 던져 오스틴을 압도했다. 헛스윙삼진, 유격수 땅볼, 우익수 뜬공으로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자가 됐다.
정규 시즌 때 염경엽 LG 감독은 오스틴의 일본 진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이유로 “오스틴은 150km 넘는 강속구에 약하다”고 언급했다. 김윤수의 최고 156km 직구에 눌려 3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다.
#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이 7-4로 앞선 7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김윤수는 오스틴을 상대했다. 초구 152km 몸쪽 직구로 헛스윙, 2구는 127km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3구째 155km가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3점을 따라온 LG 추격을 끊어냈고, 삼성팬들은 김윤수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이 6-1로 앞선 7회 2사 만루, 선발 원태인이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교체됐고, 김윤수가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과 닮은꼴이었다. 김윤수는 초구 직구(154km)로 스트라이크, 2구째 커브(127km)는 볼이 됐다. 3구째 직구(155km)를 던졌고, 오스틴이 때린 타구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 만루 위기를 막아냈다. 1차전보다 더 뜨거운 함성이 삼성라이온즈파크에 퍼졌다.
#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은 5회말 수비에서 1사 1,3루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송은범이 구원투수로 나서 신민재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0-1로 뒤진 2사 1,2루에서 오스틴 타석, 김윤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윤수는 초구 156km 직구를 던졌고, 오스틴이 타격했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18일 잠실구장에서 4차전이 우천 취소된 후 김윤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오스틴 전담 마크맨이 됐다. 오스틴을 어떻게 분석하고 준비했을까. 김윤수는 “따로 분석을 하기보다는 내 공이 약간 구속이 좀 빠르니까 높게 던진다. 높은 코스로 던지면 일단 공이 빠르기 때문에 정타가 나오기 쉽지 않다. (직구는)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다 던지려고 연습했고, 변화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마침 잘 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틴 상대로 3차례 모두 초구 직구는 하이패스트볼을 겨냥하고 던졌다. 김윤수는 “위쪽을 보고 던지는데, 그게 낮게 갈 수도 있다. 어제(3차전) 영상을 보니까 살짝 좀 가운데 높게 들어갔더라. 좀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제가 기세가 좋아서 눌리지 않았나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운드에 올라가 오스틴 외에도 다른 타자들을 상대하며 더 오래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길게 던지고 싶은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김윤수는 “아니요. 그런 건 없고, 위기 상황을 잘 막았으면 거기서 내려오는 게 깔끔하고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3차전 오스틴 타석이 오기 전에 베테랑 송은범이 구원투수로 나서 5회 2사 1루에서 좌타자 신민재를 상대했다. 송은범이 신민재를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닝을 끝냈으면, 5회 김윤수와 오스틴의 승부는 없었을 것이다. 김윤수는 “일단 팔은 다 풀려 있었다. 신민재 형이 만약 출루하게 되면, 코치님이 다음 타자(오스틴) 준비하라고 하셔서, 나갈 준비는 하고 있었다. 만약에 신민재 형을 막았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와서 순리대로 잘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 오스틴 앞에 주자가 깔리면 김윤수는 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김윤수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과 4번째 대결이 된다면. 김윤수는 “다음에 만나도 남자다운 승부를 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윤수는 지난 7월 중순 군대에서 제대했다. 상무에서 선발로 뛰며 8승 3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다. 155km가 넘는 빠른볼을 던져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제대하고 삼성에 복귀한 후 1군 첫 등판(7월 17일 KIA전)에서 ⅔이닝 4볼넷 4실점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2경기 등판하고 2달 넘게 2군에서 던지다 9월 막판 다시 1군에 콜업됐다. 4경기 5⅓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10.13으로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김윤수는 “제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적응이 잘 안돼 긴장하고 그러니까 준비를 해왔던 것이 잘 안 됐다. 흐트러지면서 계속 지속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만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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