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국민타자가 직접 구단에 요청해 데려온 박흥식(62), 김한수(53) 코치는 왜 2025시즌 계약 연장에 실패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코치 6명과의 재계약 불가 소식을 전했다. 1군 박흥식 수석코치, 김한수 타격코치, 퓨처스팀 이광우 트레이닝코치, 강석천 수비코치, 김상진 투수코치, 정진호 작전/주루 코치가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두산이 2023시즌 이승엽 감독 부임 후 가장 신경 쓴 파트가 바로 코칭스태프다.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을 보좌할 경험 많은 지도자를 모시기 위해 불철주야 힘을 썼다. 이 감독이 2017년 현역 은퇴 후 5년 동안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없어 풍부한 현장 경력을 보유한 코치 위주로 영입을 제의해왔다.
그 결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한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고토 고지, 세리자와 유지, 조성환, 박정배, 정수성, 이영수 등 경험 많은 지도자들이 대거 두산에 합류했다. 기존 정재훈, 김주찬, 고영민 코치도 팀에 남아 이승엽호를 돕기로 결정하며 부임 첫해 그야말로 초호화 코치 군단이 결성됐다.
이승엽 사단은 첫해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시즌 종료 후 해체를 피하지 못했다. 김주찬 1군 타격보조코치, 고영민 1군 주루코치, 정수성 1군 작전코치, 정재훈 2군 투수코치, 김우석 2군 작전/수비코치, 유재신 2군 작전/주루 코치 등 무려 코치 6명이 팀을 떠났다. 김주찬, 고영민, 유재신 코치는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 부임한 롯데 자이언츠, 정재훈 코치는 KIA 타이거즈, 김우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정수성 코치는 구단과 합의 하에 재계약이 불발됐다.
두산은 이에 2024시즌 스토브리그 개장과 함께 가장 먼저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에 착수했고, 조웅천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박흥식, 조인성, 가득염, 김동한 코치를 영입하며 공백을 메웠다. 기존 김한수, 고토, 세리자와, 조성환, 권명철, 박정배 코치 등과 함께 이승엽호의 두 번째 시즌을 이끌었다.
2023년 5위보다 한 단계 높은 4위로 2년 연속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쥔 두산.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KT 위즈에 충격의 2패를 당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은 분위기 쇄신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박흥식 수석코치 교체를 단행했다. 과거 삼성 코치 시절 국민타자 이승엽을 있게 한 스승의 귀환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짐을 싸게 됐다.
신일고-한양대 출신인 박흥식 코치는 1985년 프로에 데뷔해 1993년 은퇴했다. 1군 통산 성적은 660경기 타율 2할5푼6리 12홈런 189타점이다.
박 코치는 지도자로 변신해 비로소 커리어의 꽃을 피웠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에서 30년 가까이 타격코치 및 2군 감독을 맡아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이에 힘입어 KBO리그의 타격 1타강사로 불렸다.
박 코치는 이 감독이 삼성에서 홈런타자로 활약할 때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이 감독이 국민타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지도자이며, 이 감독 또한 현역 시절 박 코치를 ‘스승’으로 모셨다.
재계약 불발이 놀라운 건 박 코치 영입이 이 감독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당시 OSEN에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 과정에서 감독님이 박흥식 코치 영입을 직접 요청하셨다”라고 밝혔다. 박 코치는 그 누구보다 두산행을 반기며 1년 동안 제자를 보좌했지만, 결과는 결별이었다.
김한수 코치의 재계약 실패도 의외의 결과다. 이승엽 감독은 2022년 10월 두산 지휘봉을 잡자마자 사령탑의 수족과도 같은 수석코치로 삼성 시절부터 친한 선후배로 지낸 김한수 코치를 직접 모셔왔다. 이승엽호의 1호 코치 선임이었다.
이 감독은 과거 삼성에서 김한수 코치와 한솥밥을 먹었다. 김한수 코치가 1994년, 이승엽 감독이 1995년 나란히 삼성에 입단해 각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와 1루수로 성장했다.
김한수 코치는 2007년 은퇴 후 삼성 타격코치로 부임해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이 감독이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복귀하며 둘은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한수 코치가 삼성 사령탑을 맡은 2017년 이 감독이 은퇴투어와 함께 현역 커리어를 마감했다.
김한수 코치는 2019시즌을 끝으로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3년간 휴식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친한 동료이자 후배인 이 감독의 제안으로 두산 수석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김한수 코치는 첫해 수석코치에 이어 이듬해 타격코치를 맡아 두산 타자들의 타격 향상에 힘썼지만, 2년의 동행을 끝으로 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19일 OSEN에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코칭스태프 재계약 불가 결단을 내렸다. 김한수 코치의 경우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패 이후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임감이 큰 지도자였는데 지난 2년 동안 노고에 감사드린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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