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모두를 놀라게 한 용틀임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짧았다. 배짱있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주저 앉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19). 선배들을 놀라게 했던 배짱투를 2025년에는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전미르. 경북고 시절 투타겸업을 하면서 모두 재능을 보여줬고 프로에서도 도전이 이어지는 듯 했다. 마무리캠프에서도 투타 모두 훈련을 했지만 구단과 김태형 감독 모두 투수로서 재능을 더 눈여겨 봤고 투수로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후 투수로서 배짱있는 투구로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보여준 배짱있는 파워커브는 선배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이런 배짱을 김태형 감독이 지나칠 리 없었다. 전미르에게 불펜 한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고 꾸준히 테스트를 했다. 개막엔트리 진입은 당연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었다. 데뷔전이었던 3월 24일 SSG와의 개막시리즈에서 무사 만루에 등판해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이후 주무기 파워커브를 바탕으로 탈삼진 행진을 이어갔고 첫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월에는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면서 실점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그래도 16경기 1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52(15⅓이닝 6자책점) 21탈삼진으로 활약했다.
이런 전미르의 활약으로 필승조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김태형 감독도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편한 상황에 내보내면서 1군의 분위기를 익히고 경험을 쌓는 것을 우선으로 했지만, 당시 필승조들이 완전히 궤멸됐다. 그 누구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전미르는 최우선으로 등장하는 필승조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그러면서 신인왕 레이스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전미르에 대한 의존도는 심해졌다.
전미르가 버텨주는 사이 선배들이 하나둘 씩 컨디션을 찾아야 했지만 속도가 더뎠다. 전미르의 등판 빈도는 더더욱 잦아졌다. 이후 전미르의 패스트볼과 파워커브 위주의 패턴이 타자들에 읽히면서 압도하지 못했다. 피해가는 승부를 펼치는 경우도 많아졌고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프로에서 타이트한 승부에 자주 등판한 탓에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도 뚝 떨어졌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패기가 넘쳤던 시즌 초반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이게 5월 말에서 6월 초의 일이다.
전미르의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결국 6월 15일 LG전이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데뷔 시즌 성적은 36경기 1승 5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88(33⅔이닝 22자책점) 33탈삼진 21볼넷.
전미르는 2군으로 내려간 뒤 마음을 추스렸다. 팔꿈치 염증도 발생했다. 김태형 감독도 충분히 기다려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8월이 지나고 9월 확장 엔트리가 시작되어도 전미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미르는 2군 등판도 없이 그대로 주저 앉았고 시즌을 마무리 했다.전미르는 여전히 재활군에 머무르고 있다. 2군 관계자들에 의하면 전미르는 그동안 팔꿈치 어깨 쪽에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고. 처음 아파보는 부위이기 때문에 스스로 멈칫 거리는 게 있다고 말한다. 검진 상에서는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에 재활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 전미르는 울산 교육리그 등판도 없을 전망이다. 올 시즌은 이대로 끝났다.
전미르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 이제 모두의 시선은 2025년으로 향한다. 전미르가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다시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인왕에 도전했던 자신감 넘쳤던 모습을 되찾는 게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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