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상학 기자] “내일(23일) 6회부터 던지라고 해도 당연히 준비할 것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자랑하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에게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은 빅게임 피처로서 존재감을 확인시킨 경기였다. 6회초 1-0으로 앞서던 삼성 공격 중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KIA 강타선을 제압했다.
1회부터 삼자범퇴로 시작하더니 2회 김선빈에게 좌측 펜스 상단을 맞는 3루타를 허용했으나 최원준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겼다. 3회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면서 이어진 1사 2루에선 박찬호를 루킹 삼진,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2루 내야 뜬공 잡고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다. 4회 볼넷 2개로 이어진 2사 1,2루 위기에서도 최원준을 투수 땅볼로 잡고 넘어간 원태인은 5회를 공 8개로 삼자범퇴했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5km 직구(22개)를 비롯해 슬라이더(21개), 체인지업(17개), 커브(6개)를 섞어 던졌다.
5회까지 투구수가 66개밖에 되지 않아 못해도 7회까진 충분히 투구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하지만 심술궂은 가을비 때문에 원태인은 어쩔 수 없이 교체돼야 하는 상황이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삼성에 큰 손해가 된 것은 분명하다.
22일 2경기 모두 순연 결정이 난 뒤 취재진을 만난 원태인은 “정말 아쉬웠다. 경기 전부터 비가 계속 왔고, 5시 반부터 시작해 거의 2시간 가까이 계속 몸을 만들었다. 야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계속 움직이며 몸이 식지 않도록 준비했던 게 그래도 5회까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 똑같은 환경에서 피칭하는 거라 그라운드 탓은 하기 싫었다. 매구 매구 최대한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삼성이 6회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내고,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이어가던 시점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것이 아쉽다. 그는 “우리 쪽으로 흐름이 다 넘어왔고, 승기를 굳힐 수 있는 기회에서 딱 끊겨 모두가 아쉬워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찬스인 상황이고, 1~2점 더 달아나 1차전을 잡으면 2차전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하루에 2승을 하면 우리한테 분위기가 확 넘어올 수 있다. 위기이자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수들도 말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원태인도 마음 같아선 23일 오후 4시 재개되는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 나가고 싶다. “내일(23일) 6회부터 던지라고 해도 당연히 준비할 것이다”고 말한 원태인은 “(가을야구에)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시즌 최종전 때 단독 다승왕 포기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올라갈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22일을 비로 쉬면서 삼성은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의 휴식일을 하루씩 더 벌었다. 원태인의 경우 26일 대구에서 열리는 4차전에 4일 휴식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만약 KS가 7차전까지 이어지면 3일 휴식으로 30일 마지막 경기를 또 던질 수 있다. 이번 KS에 최대 3경기를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원태인은 “오늘(22일) 비로 쉬는 게 우리한테 좋은 쪽으로 될 것이다. 원래 같으면 3일 쉬고 4차전에 등판하는 건데 4일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7차전에 가게 되면 3일 쉬고 또 등판해야 한다. 불펜 대기를 하라고 하면 불펜 대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언제 올지 모를 우승 기회다. 이 기회를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4년 연속 규정이닝 포함 2019년 데뷔 후 6년 연속 110이닝 이상 꾸준히 던지며 단단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원태인이지만 단기전에서 무리하는 것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는 “우승을 한다면 뭐든 못 바치겠습니까”라며 “예전만큼 혹사를 하는 건 아니다. 부상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언제 다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오래 야구할 수 있게 스스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팬들을 안심시켰다.
원태인은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도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포스트시즌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서스펜디드 게임에서도 삼성 리드가 이대로 유지되면 2승째를 거두게 된다. 큰 경기에 강한 투수로 존재감을 높인 원태인은 “(2021년) 타이브레이커 게임도 던져봤지만 포스트시즌은 또 다르다. 큰 무대에서 아직 내가 증명해보인 것이 없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뿌듯한 것 같다”며 웃었다. 앞으로 최대 두 번의 추가 등판에서 원태인이 ‘빅게임 피처’ 면모를 굳히며 삼성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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