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 강동원 ''데뷔 21년, 美 아카데미 연회비 내...연기가 편해졌다'' [인터뷰](종합)
입력 : 2024.10.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삼청, 연휘선 기자]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는 주인인 양반보다 칼을 잘 쓰고, 전쟁을 일으킨 왜장과 호적수를 이루는 노비가 있다.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 설정을, 배우 강동원은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변함 없는 비주얼로 설득시킨다. 데뷔 21년, 이제야연기가 편해졌다는 그를 '전, 란'으로 만나봤다. 

강동원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으로 국내외 관객들을 만났다. 이에 그는 작품 공개를 기념하며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와 근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쟁쟁한 출연진의 만남은 물론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아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최근 치러진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영화팬들에게도 공개돼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강동원은 생애 첫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에서 처음으로 하층민 노비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여전히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한국영화 명등장씬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강동원이다. 과거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양반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꽃잎을 독식하는 듯한 착각마저 유발했을 정도. 그런 강동원인 만큼 '노비'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가장 비천하고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평이 난 비주얼을 역으로 가려야 하는 상황. 강동원의 선택은 얼룩덜룩한 분칠 대신 '산발'이었다. 실제 그는 봉두난발을 하고 상투도 없이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양반을 향한 증오와 원망, 벗이자 주인인 종려를 향한 애증의 시선을 불태우며 강렬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첫 등장에서 시선을 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산발을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아무래도 하고 싶었는데 얘기를 안 했던 느낌이었다. 바로 '너무 좋고,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겠냐'고 해주셨다. 먼저 말만 안 했지 생각은 있으셨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극적인 등장씬 덕분일까. 작품 중후반, 천영의 '각성'을 나타내는 장면에서는 풀어헤쳤던 머리를 한 손으로 밀어 올리며 묶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강동원의 유려한 비주얼과 맞물려 더욱 극적인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정작 강동원은 "묶지는 못했다. 한 손으로는 묶을 수가 없더라"라고 웃으며 "감독님이 컷으로 넘겨서 묶는 것처럼 묘사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리를 묶는 것도 대본에는 없었는데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천영이가 변화하는 장면이라 그걸 소화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마루에서 묶이는지 한번 머리를 쓸어올려봤다. 그런데 끈도 없고 고무줄 같은 게 있는 시대도 아니라 한 손으로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에 머리를 묶는 거면 비녀를 돌려 꽂아야 하는 건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복 입은 칼잡이 강동원의 시작은 지난 2005년 영화 '형사 듀얼리스트'가 처음이다. 이후 9년 만인 2014년에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강동원한테만 꽃잎 뿌렸다"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그로부터 10년 만에 출연한 '전, 란'에서는 첫 노비 연기로 칼을 든 강동원이다. 

이와 관련 강동원은 '형사' 때 쌓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형사' 때 어느 정도로 훈련을 했냐면 아침 먹고 모여서 저녁 먹기 전까지 연습을 했다. 그걸 5개월을 하고 촬영 들어가고도 3개월을 더 했다. 총 8개월을 훈련을 했다. 진짜 아침에 9시부터 12시까지 하고 점심 먹고 1시부터 5시~6시까지 훈련하는 걸 주 5일을 했다. 아침에 모이거나 아님 오후에 모여서 매일 그렇게 했다. 훈련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이 정도로 열심히 했나' 싶을 정도였다. 기본 운동이 윗몸 일으키기 1천 개 하고 시작하는 거였다. 트위스트까지 하고. 풀로 하면 허리에 안 좋아서 1천 개를 하고 시작했다. 현대무용을 배웠는데 그 분들의 기본 트레이닝이라고 하더라. 그게 베이스로 있게 됐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 이후로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는 이 정도라는 게 베이스에 깔리니까 늘 도움이 됐다. '군도' 때도 기본 훈련을 1천 번씩 했다. '베기' 1천번 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그것도 '군도' 때 5개월을 하고"라며 "이번엔 아니었다. 만약 제가 칼을 휘둘렀을 때 못 멈췄으면 했을 거다. 그런데 다른 운동을 하고 있어서 첫 훈련을 가서 칼을 오랜만에 했는데 딱 섰다. '이건 1천번 안 해도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라며 겸손을 표했다. 

"이제는 만나는 분들한테 '어렸을 때부터 검도 하셨죠?'라는 말을 듣는다. 전혀 안 해봤는데"라며 웃은 그는 "칼 쓰는 건 정말 많이 했다. 혹독한 훈련을 했다. '전, 란'을 하기 전에 원래 칼 쓰는 액션을 하고 싶어서 준비했던 게 있었다. 기획을 했다. 하나는 양복 입고 칼 휘두르는 걸 생각하고 하나는 진짜 판타지 사극을 생각했다. 그런데 '전, 란'이 들어와서 '전, 란'을 했다. 다른 두 가지도 사장되진 않을 것 같다. 개발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사극'에서 유독 호평받는 것에 대해 "사실 너무 힘들다. 일단 분장이 쉽지 않다. 수염 붙이는 것도 힘들고 가채 올리는 것도 어렵다. 수염이 너무 싫다. 본드를 하루 종일 바르고 있는 게 얼마나 피부에 안 좋겠나. 진짜 찝찝하고 하루 종일 끈적거림을 참고 있어야 한다. 특히 여름에 미쳐버릴 것 같다. 옷이 최소 세 겹이다. 여름에 미치는 거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강동원은 "분장은 불편하지만 좋다. 매력이 있다. 입을 땐 싫지만 하고 나면 볼 때 매력이 있다. 액션을 해도 주먹다짐이 아니라 매력이 크다. 칼 쓰는 액션에 대한 매력도 큰 것 같다. 복장에서 주는 매력이 큰 것 같다. 한복이 주는 '멋짐'이 있다. 또 겨울에는 양반 역할 하는 게 좋기도 하다. 여름엔 노비 역할이 좋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는 종려과 천영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다소 진한 브로맨스로 풀어낸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상황. 정작 강동원은 "저는 정민 씨가 하는 걸 받기만 했다. 정민 씨가 준비해온 감정선이 있더라. 저는 거기에 맞춰서 대응만 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면 나도 글썽거리고, 그렇게만 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멜로를 조금 더 진하게 생각한 것 같더라"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이어 박정민이 '좀 이상한데?'라고 느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저도 바로 느꼈다. 순간 고민을 했다. 이걸 받냐, 마냐. 얘가 나를 보고 멜로를 하는 건가 싶어서 일단 받자고 생각했다. 다 받은 컷이 들어갔다. 저희가 특히 과거 씬에 삭제된 게 있다. 그게 다 들어갔다면 훨씬 더 진한 멜로가 됐을 거다"라며 웃었다. 

특히 그는 "정민 씨가 '부국제'에서 양반 의식을 다 버리지 못했다고 말을 하더라. 역시 양반들은 생각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라 생각했는데, 배신감 느꼈다.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고?'라 느꼈다. 저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아랫것들은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순수했던 거다. 나는 진짜 친구로 생각했는데 생각이 많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하면 박정민과 강동원의 비주얼 비교가 '밈'처럼 활용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강동원은 "정민 씨가 계속 그냥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라고 웃으며 "그 친구가 진짜 멋진 게 그 친구는 늘 자연스럽다. 일할 때도 그렇고 일을 안 할 때도 그렇고 인터뷰 할 때도 늘 자연스럽다. 평소에도 우리끼리 장난으로 한 얘기도 그냥 멋지다고 생각했다. 제가 '너 멋있어'라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긴 하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다. '양반 잘 어울리는데 왜 그러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칭찬 받는 건 아직도 쑥스럽다. 칭찬 하는 것도"라며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정민 씨가 정이 가는 스타일이다. 챙겨주고 싶은 스타일이다. 늘 자연스러워서 그렇다. 그래서 멋있는 친구"라며 "촬영 끝나고 고맙기도 하고 너무 좋았어서 문자를 보냈다. 사람마다 감정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정민 씨의 연기하는 감정 표현하는 방식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정민 씨가 어느 정도 감정 수위를 준비해오면 저도 이만큼 끌어올려야 하니까. 저는 차갑게 생각한 씬들을 정민씨가 뜨겁게 생각하면 끌어올리고, 가끔 둘 다 올라가면 감독님이 내려주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강동원은 최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신입 회원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강동원은 "미국 매니지먼트에서 회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해줬다"라며 겸손을 표했다. 다만 그는 "그러면 그 쪽에서 해줄 줄 알았는데 내가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이걸 내가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싶더라. 부탁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런데 미국 회사에서 압박을 했다. 추천서를 써줄 분은 많지만 뭘 해달라고 하는 게 죄송하니까. 그래서 다른 배우 분들한테 부탁하기는 미안하고, 감독님들은 그래도 좀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서 감독님두 분께 얘기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랬더니 원래 3명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두 명이면 된다 생각했는데 더 있어야 한다고 해서 병헌 선배한테 부탁했더니 되게 흔쾌히 감사하게 도와주셨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님, 이병헌 배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세 분의 추천을 받아서 회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카데미 회원이 돼서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다"라고 웃으면서도 "그런데 아카데미 시즌이 되면 어플에 후보작을 다 볼 수 있다. TV로도 볼 수 있다. 연회비는 비싸진 않은데 있긴 있다. 영화 보는 값을 생각하면 훨씬 싸다. 영화가 많이 올라가 있더라. 아직 후보작이 선정이 안 됐는데 올라올 시즌이다. 저번에 보니 많이 올라와 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글로벌 행보가 배우로서 도약의 발판도 될까. 강동원은 "영화인으로서는 더 잘해야 한다"라고 겸손하게 답하며 "3대 영화제를 다 갈 수 있도록"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웃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전, 란'이 이번에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됐던 게 너무 좋았다. 2009년에 집행위원장님 은퇴 프로젝트로 해서 '부국제' 개막작에 선정돼 간 적이 있다. 그때는 20대라 어렸다. 공식석상, 레드카펫 다 가기 싫고 그런 기억만 있다. 그런데 40대가 돼서 레드카펫 개막작이 선정돼서 가니 정말 영광스럽더라. 어릴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 가는 게 싫었다. 이번엔 마흔이 넘어서 가니까 영광스럽고 좋았다. 같이 한 동료들과 다같이 가는 것도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흔이 넘으니 감사할 줄 아는 것 같다. 예전보다. 예전에는 조금, 뭐랄까 안정적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말도 되게 조심해서 했다. 혹시라도 말이 와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다.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믿음이 생긴 것 같다.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어디 가서 허튼 소리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예전엔 '내가 허튼 소리를 하고 있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걱정은 없다"라고 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어떨까. 강동원은 "연기는 쉬워졌다기 보다 편해진 건 맞는 것 같다. 현장에 있을 때, 어릴 때는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지금은 스트레스가 없다. 이게 잘한다는 얘기는 하니다"라고 겸손을 표하며 "내가 생각했을 때 이 만큼 하고 있다랑 봤을 때 이만큼 하는건 매우 다른 얘기다. 보면 항상 생각보다 모자르다. 편해지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나오는 거랑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오버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보면 모자라다. 제가 원래 과한 연기를 안 좋아하기도 하는데 저는 늘 미니멀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 과하게 해야지 생각하면 또 모자르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AA그룹,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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