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짜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한석규-채원빈 부녀, 공조? [김재동의 나무와 숲]
입력 : 2024.10.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재동 객원기자] ‘이 부녀가 괜찮을 리가!’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장태수(한석규 분)-장하빈(채원빈 분) 부녀 이야기다.

장하빈의 가방에서 돈봉투와 송민아(한수아 분)의 핸드폰을 발견했을 때 장태수는 장하빈의 핸드폰 절도를 의심했었다. 그래서 공박했다. “니가 거짓말 하는데 내가 어떻게 믿어?” 장하빈이 대뜸 반발했다. “믿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그 날선 대화 끝에서야 장태수는 지하철 CCTV를 통해 확인한다. 핸드폰 절도가 전적으로 송민아 등 가출팸들의 소행이었음을.

장태수는 수학여행을 거르고 남자친구 이수현(이하민 분)과 함께 있었다는 장하빈의 말을 의심했다. 이수현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었다. 하지만 모텔 CCTV와 이수현의 증언은 장하빈의 말과 일치했다.

그래서 말했다. “상처 받을 거 알았는데 물어봐야 했어. 솔직히 다 의심스러웠어... 믿을 게! 더 이상 너한테 상처주기 싫어!” 하지만 장태수는 모텔 앞 주차차량 블랙박스에서 장하빈이 몰래 숙소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믿겠다는 자신의 다짐도 또 한 번 스러짐을 경험했다.

그런 장태수가 마침내 장하빈의 이상 행동을 납득했다. “전부 다 엄마 때문이었니? 그래서 최영민한테 접근한 거야? 송민아한테도 복수하고 싶었어? 하빈아, 이제부터는 니가 하는 말 전부 다 믿을 게!”

하지만 회한과 자책에 휩싸인 장태수에게 하빈은 냉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며 말했다. “못믿으니까! 아빠 못믿는다고! 엄마 죽던 날 왜 만났어? 그날 엄마랑 같이 있었잖아. 숨길 수 있을 줄 알았어?” 말문이 막히는 장태수다. 딸도 자신만큼이나 불신의 벽을 견고하게도 쌓아놓고 있었다.

장태수 입장에선 환장할 일이다. 딸을 믿고 싶은 데 믿지 못하게 만드는 정황과 증거들이 연거푸 쏟아진다. 그리고 딸은 자신을 믿지 못해 내막을 밝히지 않는다. 의심하고 후회하고 의심하고 후회하는 무한 불신의 루프는 장태수로 하여금 지옥같은 고통을 느끼게 한다.

장하빈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안다.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하지만 전두엽과 측두엽 일부의 결핍 탓이니 본인 잘못도 아니다. 남들보다 덜 울고 덜 웃고 굳이 애착관계의 필요성을 못느낄 뿐이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덜 할 뿐 기쁨, 즐거움, 행복, 짜증, 화, 후회를 못느끼는 존재는 아니다. 그런데도 생경한 ‘무엇인가’를 보는듯한 시선들이 와 닿는다. 그 중엔 가족의 시선도 있다.

동생 하준이 죽었다. 애착관계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그 직후 프로파일러인 아빠 장태수씨 눈에서 의심을 읽었다. 엄마 윤지수(오연수 분) 여사는 그런 장태수씨와 이혼까지 하며 하빈을 지키려 했다. 또 하나의 관계도 그렇게 떨어져 나갔다.

윤지수 여사의 노력은 하빈이 보기에도 눈물겨웠다. 덕분에 평범해 보려는 노력도 했다. 그렇게 친구도 사귀었다. 이수현(송지현 분). 그 아이가 생일날 건네준 빨간 키링은 남에게 받은 첫 선물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도 하빈을 생경한 무엇인가로 보기 시작했다. 대놓고 피해 다녔다. 연락도 안되고 학교도 나오지 않고 집에선 가출했다. 가족 아닌 첫 관계의 실패에 화가 났다. 수현이를 찾아다녔다.

그걸 어찌 알고 윤여사가 화를 냈다. “한 쪽이 거부하면 관계는 끝나는 거야!” 동의할 수 없다. “싫어. 찾아낼 거야.” 했을 때 윤여사가 떨며 물어왔다. “만나면 뭐? 어쩔려구?” 그 눈빛에서 예전 아빠 장태수씨의 그 의심을 읽었다. “내가 걔 어떻게 할까 봐 그래? 장하준처럼?”

화가 났다. 하빈으로선 세상 유일하게 남은 관계조차 단절될 상황이란 게 맘에 안든다. 하빈으로선 흔치 않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윤여사는 자살했다. 죽음을 택해 하빈으로부터 도망갔다.

아니 그래선 안된다. 하빈 때문여서는 안된다. 모두가 떠나간 게 전부 하빈 탓이라면 하빈으로선 너무 억울하다. 이유를 찾아봤다. 윤여사가 엉뚱하게 가출팸 무리와 접촉한 정황이 있다. 그 중에 하나 송민아(한수아 분)를 추적했다. 운 좋게 송민아가 정체 모를 가방을 지하철 보관함에 넣어두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핸드폰 절도도 목격했다.

우여곡절 끝에 송민아의 핸드폰을 훔쳐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깔고 핸드폰을 돌려주겠다는 핑계로 만나기로 했다. 마침 수학여행 기간이라 윤여사 사후 함께 살게 된 아빠 장태수씨의 의심도 피할만 했다. 송민아가 지목한 곳은 대화산 중턱. 생뚱맞게도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아빠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너 대화산에 있었던 거 확인됐다. 거기서 죽은 이수현 DNA가 나왔어. 걔가 너한테 줬던 그 가방고리.” 무슨 얘기지? “너 이수현 죽은 거 몰라?” 아니 왜? “왜 죽었는데?”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어야 되는데? 아하! “이수현도 내가 죽였다고?”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어쨌거나 가출팸의 우두머리 최영민(김정진 분)의 말은 들어봐야겠다. 송민아가 훔친 최영민의 돈을 미끼로 불러낸 최영민이 오히려 되묻는다. “너 이수현 때문에 이래? 그 년이랑 무슨 사인데?” 또 이수현? “니가 걔를 어떻게 알아?”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이수현 아니면 니가..”하던 최영민이 뭔가 알겠다는 듯 빙글거린다.

“하! 이제 알겠네. 너 그 아줌마 딸이지. 닮았네. 그러니까 니 엄마 협박해서 돈 좀 뜯었다고 우리한테 복수하는 거야? 송민아도 죽이고? 이거 아주 무서운 년이네. 근데 너 불쌍해서 어쩌냐? 아무 것도 모르고 살인자나 되고...”

쓸데없는 소리. 내가 알고 싶은 건 “왜 협박했는지나 말해!” 놈이 이죽거리며 동영상을 보여준다. 맙소사! 동영상 속에서 엄마가 이수현의 사체를 묻고 있다. “엄마가 이수현을 왜? 엄마가 이수현을 왜 죽이냐고?”

26일 방영된 5회는 그간 드라마가 장하빈과 최영민을 겨냥해 은근히 조장했던 이수현 살해혐의점을 해소했다. 송민아 살해에 대해서도 최영민은 본인 입을 통해서지만 장하빈을 살인범으로 믿는 모습을 보여 혐의를 벗었다.

1회부터 개중 가장 수상쩍은 행보를 보여온 장하빈도 그저 엄마의 죽음을 파헤쳐 왔을 뿐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살해된 이수현·송민아에 이어 가장 큰 피해자로도 보인다. 세상에 하나 남은 끈인 엄마 윤지수조차 하빈을 이수현 살인범으로 의심했다. 거기에 더해 아빠 장태수는 연쇄살인까지 의심했다.

윤지수도 장태수도 하빈에게 묻지 않았다. 제 멋대로 의심하고 판단했다. 물론 한 번 장태수가 물은 적은 있다. “송민아, 니가 죽였어?” 하빈이 보기에 그 것은 질문이 아녔다. 자백하란 강요일 뿐이었다. 하빈은 그 가치없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본인은 감추면서 너는 감추지 말라는 아빠 장태수는 하빈에게 믿지 못할 존재다. 몇 번이나 믿겠다 말해 놓고 끝내 믿지 못하는 아빠란 존재는 말하자면 배신자다.

어쨌거나 송민아가 빌린, 불탄 채 발견된 대포차 주변에 장하빈이 있었음은 명백한 듯 보인다. 그만만해도 이 1촌짜리 배신자 부녀가 의기투합만 하면 사건의 얼개는 얼추 드러날 공산이 크다.

이수현 사건과 관련된듯한 베일에 싸인 내연관계 박준태(유의태 분)-김성희(최유화 분) 커플의 사연, 최영민이 알만한 헬멧남의 정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송민아의 사체 등 드라마가 밝혀갈 많은 사연들의 해결을 위해 과연 이 친밀한 배신자 부녀는 공조를 시작할 수 있을까?

번민에 휩싸인 채 흔들리는 한석규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게 쏘아보는 채원빈의 눈동자 싸움은 컷을 나누어 찍어도 한 컷 같은 효과를 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감탄스럽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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