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문제작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지고 있는 '보통의 가족', 이 수작의 '문제' 한복판에 선 어린 소년 김정철을 만났다. 작품 안에선 꿀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자식이 웬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는데, 실제로는 착실하게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전교 1등' 모범생이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들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배우 김정철이다.
김정철은 최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재규(장동건 분)와 연경(김희애 분)의 아들 시호 역을 맡아 활약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자식이 사람을 죽였을 때 부모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해야 할지 심정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각기 다른 네 주인공 재완(설경구 분), 재규 형제를 비롯해 재규의 아내 연경과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 분)의 관게로 풀어낸다. 웰메이드 서스펜스, 문제적 수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 작품의 서사 정가운데에, 걸출한 네 배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소년배우 김정철이 있었다.
그는 최근 '보통의 가족' 개봉을 맞아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극 중 엄마인 김희애가 김정철이 '전교 1등'이라고 소개하며 놀라움을 선사한 것. 허진호 감독 역시 장동건과 함께 출연한 라디오 방송 등에서 김정철의 전교 1등 소식을 직접 밝히며 자랑스러움을 표했던 터다. 실제 김정철은 '보통의 가족' 촬영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원하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학업에 힘썼고, 전교 1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와 관련 김정철은 "김희애 배우님과 허진호 감독님께서 전교 1등 이야기를 언급 해 주셔서 큰 영광이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학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중학교 때는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찍고 생각한 부분이 많기도 하고 주변 분들의 많은 도움 덕분에 전교 1등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보통의 가족’ 팀에서도 많이 배려해 주셨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공부하는 시간도 잘 조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쉽지 않은 연기와 학업의 병행. 이 소년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을까. 그는 "사실 중학교 때까지만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고 고등학교 입학 후로는 학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고등학교 시절 만큼은 남들처럼 평범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던 바람도 있었던 것 같다"라며 "대학교 입학 후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사춘기 청소년으로서 한창 예민했을 시기, 더욱이 시호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다가 노숙인 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되는 극과 극의 설정을 오가는 인물이다. 학업과 연기 뭐 하나 쉬운 것 없었을 상황. 김정철은 "중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가 저에게는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변화가 많은 때였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시호 역할을 맡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시호가 겪는 상황과 복잡한 감정을 연기 하는 게 힘들었다"라며 "시호는 어렸을 때부터 약하게 태어났고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도 받는 일반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캐릭터다. 부모님의 기대와 실망 속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큰 실수를 저지르고 갈등 속에 빠지게 된다. 이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하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김정철을 바로 세운 것은 허진호 감독이라고. 김정철은 "허진호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하면서 감독님이 시호 캐릭터에 대한 많은 질문을 물어 주셨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 속에서 시호라는 인물을 알아갈 수 있던 것 같다. 제가 놓칠 수도 있을 만 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왜 그랬을까?' 이런 질문들을 감독님께서 계속 던져주셨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가르침을 허진호 감독님께서 많이 알려주셨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에서는 CCTV영상으로만 나왔지만 실제로 시호와 혜윤(홍예지 분)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따로 찍었다. 이런 액션씬이 처음이어서 아무리 세게 연기해도 화면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담기지 않는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라며 "진짜 폭행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이고, 거기에 연기까지 해야하다보니 그걸 동시에 소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저 때문에 계속 테이크가 길어지다 보니 스태프 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저 자신에게도 화가 나서 쉬는 시간에 구석에 가서 울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라고 털어놨다.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에서는 극 중 아버지 장동건을 통해 배운 바가 컸다고. 김정철은 시호의 방에서 아빠와 싸우는 씬에서는 정말 장동건 배우님의 눈빛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라며 "처음에는 '엄마에게 이미 이야기했다'면서 대화를 회피하지만 노숙자를 폭행했다는 얘기를 꺼내기 까지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지만 장동건 배우님께서 정말 몰입할 수 있게 도와 주셔서 잘 마무리된 것 같다"라며 범죄를 저질러버린 아들로서 아버지와 대면해야 하는 장면들에 남달랐던 소회를 강조했다.
장동건, 김희애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 한 배우들과의 가족으로 호흡해본 소감은 어땠을까. "오디션을 여러차례 통과하면서 캐스팅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라고 밝힌 김정철은 "최종 캐스팅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장동건, 김희애 배우님 아들 역할이라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다. 정말 꿈만 같았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또한 그는 "첫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장동건, 김희애 배우님께서 쉬는 시간에 농담을 건네시거나 연기에 대한 조언도 아낌없이 해 주셔서 긴장도 풀고 연기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현장에서 감정선을 유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촬영장에 있던 모두가 집중하고 촬영에 임하는 분위기가 됐던 것 같다. ‘보통의 가족’을 촬영하면서 선배 배우님들께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누구나 한 번 쯤 각자의 정답을 고민하게 만들 법 한 '보통의 가족' 속 이야기에 대해서도 김정철은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제가 만약 ‘보통의 가족’에서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재완'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가는 것 같다"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자식이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아무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지식에게 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자식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부모가 당장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정말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똑부러지게 답했다.
무엇보다 그는 "저희 영화가 '문제작' 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은 이 작품이 보통의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현대의 가족들이 겪는 갈등과 성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깊은 속내를 보여줬다. 김정철은 "'보통의 가족'이 관객분들에게 '가족' 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 작품은 저에게 연기자로서, 그리고 관객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저희 작품이 '가족'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속깊은 답변 만큼 김정철의 연기는 결코 짧지 않다. 아직 고등학생임에도 연기 경력은 2016년 영화 '인천상륙작전'으로 시작해 8년을 쌓았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수작이자 문제작인 '보통의 가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학생으로서는 전교 1등까지 기록할 정도로 매사 열심이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저는 현재 보여지는 이미지상 캐릭터가 다양하지는 않았다"라고 스스로를 돌이켰다. 이에 "앞으로는 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액션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액션 영화에 대한 꿈이 있었고, 이번 촬영을 하면서도 액션 장면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라며 "액션은 단순히 몸을 쓰는 것 이상으로 감정과 캐릭터가 드러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겪는 감정의 흐름 같은 것들을 몸으로 표현해낼 때 더 큰 몰입을 할 수 있고, 또 관객분들도 그 에너지를 바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김정철이 닮고 싶은 연기자는 배우 변요한이다. "롤모델은 변요한 선배님"이라며 웃은 그는 "연기하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자기만의 색깔로 완성 해내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변요한 선배님처럼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를 탐구하고 늘 열정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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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