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판교동, 고성환 기자] 섭외비 100억 원에 잔디 보호를 위한 작은 배려까지. 박정무 넥슨 FC그룹장이 축구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넥슨 아이콘 매치'가 열렸다. 결과는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팀)의 대승. 실드 유나이티드는 FC 스피어(공격수팀)를 상대로 4골을 몰아치며 4-1 대승을 거뒀다.

물론 축구화를 벗은 전설들이 한국에서 모이는 초대형 축구 행사였던 만큼 승패가 중요하진 않았다. FC스피어는 세계적인 공격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티에리 앙리 감독과 박지성 코치가 지휘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수들로 구성된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았고, 이영표 코치가 보좌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64210명이었다. 넥슨 측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티켓 오픈 약 1시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된 만큼 엄청난 열기를 자랑했다. 

6만 관중은 승패를 떠나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축제를 즐기며 축구로 하나 됐다. 이벤트를 기획한 박정무 넥슨 FC그룹장도 킥오프를 앞두고 "이게 되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경기 막판 박지성이 깜짝 출전해 페널티킥 득점을 성공했을 때는 모두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카카와 루이스 피구, 안드리 셰우첸코, 히바우두, 칸나바로 등 발롱도르 수상자만 6명이 모인 역대급 매치였던 만큼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공격수와 수비수로 나눠 맞대결을 펼친다는 콘셉트도 화제를 모았다. 넥슨에서 투자한 100억 원에 달하는 섭외비와 많은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OSEN은 지난달 29일 오후 넥슨 사옥에서 아이콘 매치를 가능케 한 박정무 그룹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경기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는 취재진의 말에 웃으며 "아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다. 내가 가장 덜 고생했다"라고 답했다.

■ 다음은 박정무 그룹장과 일문일답.

- 티켓값도 저렴한 편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혜자'라는 반응이 많았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니었나.

섭외비가 100억 원 가까이 들어왔을 때 솔직히 제한을 생각하진 않았다. 경기가 흥행할 수 있다고 하면 (돈을) 조금 더 들여서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게 낫다는 기조였다. 금액을 얼마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데 초점을 뒀다. 예를 들어 굿즈를 안 만들고, 어떤 퍼포먼스를 안 하고 이런 거보다는 베일 선수가 원하는 금액이 있다면 거기에 맞추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적자를 안 내야 한다는 기조는 없었다. 

저희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넥슨을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수익보다는 최대한 많은 퍼포먼스,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부분에 더 집중했다. 티켓이 빨리 매진됐다. 그다음에 '혜자'라는 말이 나오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다. 표가 남으면 어떡하냐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5개월 동안 구장을 잡고 섭외하고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티켓 가격은 우리의 고민에서 가장 작은 부분이었다.

- 중계권 부분에서도 아예 유튜브에서 생방송을 했다.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사실 중계는 조금 고민하긴 했다. 우리 홈페이지만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내가 왜 하는 거지' 싶었다. 지금 와서 '너무 좋아요'라고 얘기를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나 혼자 꿈에 취해서 왜 미리 이런 고민을 하는가 싶었다. 일단 다 보여드린 다음에 좋았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고민을 다 풀었다.

지상파 중계도 많이 봐주셨다. 야구 플레이오프 시즌이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많이 봐주셨다. 또 야구 경기가 비 오고 해서 일정이 변경됐다. 비가 안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불과 경기 일주일 전까지도 알 수 없었다. 정말 여력이 없었다. 비자 문제도 일주일 전까지 출근만 하면 비상이었다. 누가 비자가 안 나와서 출전 못할 것 같다고 하면 누구를 섭외해야 하는지,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등등 출근하면 '혼돈의 카오스'였다.

- 이번 아이콘 매치에서 가장 기대됐던 선수는 누구인가.

당연히 아자르 선수다. 가장 최근까지 현역으로 뛰었고, 최고의 몸을 갖고 있었다. 기대감이 굉장히 컸었다(웃음). 기대보다 정말 대단한 선수는 피를로 선수와 푸욜 선수다. 푸욜 선수는 공항에서 봤을 때부터 화난 얼굴로 방으로 들어가더라. 경기 후에는 이기고 웃더라. 그때 웃는 얼굴을 처음 봤다. 라커룸 얘기도 들었는데 피를로와 푸욜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말 걸면 그때 조곤조곤 답한다고 하더라. 그만큼 과묵하다고 들었다.

조금 전에 박주호 선수도 만나고 왔다. 푸욜 선수에게 혼났다고 했다. 뛰면서 '포지션!'하면서 엄청 혼났다고 한다. 또 박주호 선수가 얘기해 줬는데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부상을 다 입었다고 하더라. 자기도 몸이 너무 아팠는데 행복했다고 진심으로 얘기했다.

- 경기뿐만 아니라 경기 전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해봤는데 결국엔 돈이더라. 거기서 비용을 아끼려 하는 건 (아니다). 그 자리에 오신 팬분들께 현장에서 오는 감동을 선물해드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행사는 비용 때문에 하나하나 뺀다고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고를 지향하며 퍼포먼스를 꾸몄다.

- 밴드 '올 타임 로우'는 첫 내한 공연이었다. 어떻게 섭외를 했는지.

올 타임 로우는 섭외를 한 번 거절했다. 삼고초려 끝에 모시게 됐다. 게다가 밴드 분들이 사는 지역들이 다 다르다.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그때 딱 오셨다. 올 타임 로우 분들 섭외도 선수 섭외만큼 힘들었다. 막상 섭외가 되니까 레퍼토리로 만들고, 반주도 만들어서 정성스럽게 공연을 준비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 다른 콘서트와 달리 밴드 공연도 잔디가 아닌 공연 전용 무대에서 했다. K리그 팬들이 고마워했다.

잔디 보호도 우선순위 중 하나였다. 창과 방패 퍼포먼스할 때도 아무도 신발을 안 신었다. 맨발로 양말만 신고 했다. 퍼포먼스도 최대한 잔디를 훼손하지 않도록 했다. 잔디 관리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실 잔디 때문에 매치를 못할 뻔하기도 했다. 잔디가 너무 안 좋아서 못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럼 우리가 다 같이 잔디를 깔아야 하냐는 이야기도 하곤 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

- 이런 작은 배려들에 축구 팬들이 고마움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넥슨이 축구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맞다. 난 K리그 경기를 찾아 코인토스를 할 때도 축구화를 신고 들어간다. 잔디에 대한 중요성이다.

- 축구에 진심인 게 느껴진다. 축구 팬과 FC 온라인 팬 사이에 공통 분모가 많다고 보고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건가.

지금은 공통 분모가 없다고 해도 나중에 생겨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이콘 매치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아빠와 아들로 오신 관중분들이다. 아빠는 이 선수를 현역 시절 직접 봐서 알고, 아들은 게임을 통해서 아는 거다. 같은 선수를 알지만, 그 경로가 다른 거다. 실제 축구팬과 게임으로 축구를 즐기는 팬들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혈연이거나 친구, 동아리, 축구 방송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런 접점을 계속 만들면서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아이콘 매치를 본 EA 본사 반응은 어땠나.

이분들도 우리가 6만 4천명을 모두 모았다는 데 정말 크게 놀랐다. 진행 부분은 EA 측과 사전에 협의가 됐다. 컨셉이나 섭외 과정에서는 함께 일한 부분이 있다. 다만 관중들이나 커뮤니티의 뜨거운 반응에는 많이 놀랐다. 한국이 이렇게 축구에 관심 많은 나라였냐고 하면서 놀라더라.

◼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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