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코엑스 메가박스=김나연 기자]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 앞에 압도당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을 그린 영화로 기억됐으면 한다."
지구 반대편의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한인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 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19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성제 감도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마약이라는 소재를 배제하고, 의류 밀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한인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려낸다.
김성제 감독은 대본 작업부터 연출, 개봉까지 '보고타'에 10년을 썼다며 "'소수의견'을 마치고 1년 후에 이 작업을 하게 됐다. '소수의견'은 당시 한국 사회의 당대성을 표현하기 위한 사건, 그 사건을 둘러싼 청년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그 영화가 끝나고 나서 당대성의 문제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해 보고자 했다.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아닌, 멀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저한테는 매력 있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보고타가 아니라 멀고, 낯설고, 생경한 그 어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그 중 어떤 도시에도 작지만 한국인들이 살고 있고, 모두 이민을 갈 때 꿈을 꿀 거다. 근데 막상 가보면 작은 공동체 안에 갇혀 살아서 욕망이나 감정이 선명하고, 밀도 있게 나타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매력 때문에 선택했다. 많은 취재와 디테일한 인터뷰를 통해서 재료를 찾았고, 장르적 구성을 통해 12년의 연대기를 지치지 않고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로 또 다른 변신을 선보인다. 머나먼 보고타에 첫발을 내디뎠던 19세 소년 국희가 가장 높은 6구역에 들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국희로 성장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송중기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그의 모든 얼굴들을 보여주며 입체적인 서사를 완성시킨다.
송중기는 "'로기완'과 비슷한 정서를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한데, '로기완', '화란' 속 캐릭터는 삶의 주체 의식이 없고, 의욕이 없는 캐릭터라면 국희는 제가 선택한 작품 속 캐릭터 중에서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자기 의지가 확고하고 욕망 덩어리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서 캐릭터 변주를 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캐릭터의 3단 변화를 설명하며 "캐릭터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이곳에서 적응해서 살고 있을 때, 그리고 3년 후로 서사를 나눴다. 그 세 변화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제가 원래 안 해 봤던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크다. '빈센조'에서 이탈리아어를 했던 것처럼 스페인어에 대한 궁금증도 커서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이희준, 권해효와 호흡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부딪히는 역할. 희준이 형과 처음 작업하는 거였는데 저랑 일단 캐릭터, 보여지는 이미지 자체가 다르다는 것부터 안도감이 들었다"며 "권해효 선배님도 이 작품으로 처음 뵀지만 촬영하는데 솔직히 선배님이 연기하는 박병장이 너무 약오르고 속을 모르겠는 느낌이 들어서 얄미웠다. 선배님께서 워낙 그 부분을 잘 표현해 주셔서 덕분에 저는 선배님의 에너지를 받아서 하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보고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을 맡았다. 이희준은 오랜 시간이 걸려 개봉한 '보고타'에 대해 "영화를 보니까 함께 애썼던 게 기억이 나고, 개봉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오래 기다렸다. 감개무량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수영이 왜 이렇게 국희를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저도 누군갈 좋아하고, 어떤 동생을 맘에 들어할 때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직감적인 부분이 있더라. 국희를 만나게 되면서 왠지 끌리고,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영화상에서 30대에서 40대가 되는데 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체지방 8%에서 체지방 16%로 조절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은 등장만으로 극에 묵직한 무게감을 더하는 배우 권해효가 맡았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넉살 좋게 국희와 그의 가족들을 챙겨주는 듯하지만, 진짜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인 박병장은 권해효를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권해효는 "실제로 작업을 처음해보는 배우들이었다. 배우들의 만남도 그렇고, 장소도 생경해서 적당한 낯섦이 주는 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촬영할 때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하진 않는다. 상대를 믿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데, 배우들과 촬영 없는 날 늘 카페에서 옥상에서 태닝하면서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저에게는 변화하지 않으면서 살아남겠다고 버티는 자와 변화하면서 살아남겠다고 버티는 자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도 변화 앞에 서 있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올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날을 우리 영화와 함께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으로 산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항상 후회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가 머릿속에서 계획하고 의도를 가지고 했던 연기가 후회되는 순간이 많다. 이 영화에서 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담겨있다. 이 인물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고, 세대의 교체 시기에 마지막 파고에 몸부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보고타 한인 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 역은 박지환이 맡았고, 김종수는 콜롬비아 보고타로 국희를 끌고 온 국희의 아버지 근태 역을 맡았다.
박지환은 "사람들이 모험을 떠나고, 시작을 하는 이야기라서 흥미롭고 좋았다. 그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 재밌고 좋을 것 같다"며 "작은 박사장 역은 제가 평소 했던 캐릭터의 결을 그대로 보여주면 됐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조, 단역 분들은 영화가 가는 방향을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남의 나라 땅에서 성공해봤자 얼마나 많은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지 녹이고 싶었고, 다른 배우들한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 단역 배우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하게 된 것은 영화의 시작이 바로 콜롬비아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영화의 주 무대인 보고타를 가장 큰 메인 로케이션 촬영 장소로 잡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에 대해 김종수는 "콜롬비아 촬영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고, 몰입할 수 있는 큰 힘이었다. 사전 지식은 없었지만, 스태프들이 잘 준비해 주셔서 촬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고, 박지환은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들과 매일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작품 얘기를 많이 하면서 많은 생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저는 매 회차 촬영이었기 때문에 콜롬비아를 잘 즐기진 못했고, 낯선 환경이지만, 한국 사람들 간의 갈등이라는 서사를 그려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선배님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다. 서로 부대끼면서, 동료들에게 힘을 얻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성제 감독은 실제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를 제목으로 쓴 것에 대한 우려에 답하기도. 그는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할 의도보다는 현실적인 소재들을 가지고, 서사와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범죄적인 요소를 다루려고 했다. 보고타 현지 프로덕션과도 많이 얘기를 나눴는데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와서 더 험한 종류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제 우려에 대해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송중기 또한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어서 아내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저는 교류를 하고 있다 보니까 예전에는 콜롬비아 국민들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부끄러워하거나 걷어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근데 제가 지낸 콜롬비아는 흥이 많고 정도 많고 음식도 너무 맛있는 곳이다. 옛날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분들의 노력도 봤고, 저는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크다. 요새는 여행 유튜버 분들도 많이 방문하시고, 예전의 이미지가 많이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제 감독은 "한 인물의 연대기를 그려낸 영화를 만들면서 두려움도 있었고 도전이었다. 긴 시간 안에 캐릭터의 변화를 담아낸다는 게 저한테는 제법 흥미롭고, 괴로웠던 도전이었던 것 같다. 처음과는 다른 얼굴을 갖고, 다른 감정을 갖게 하고 퇴장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함께 했던 시간이 저한테는 되게 공부가 많이 됐고, 배우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코엑스 메가박스=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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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박지환(왼쪽부터), 김종수, 조현철, 권해효, 송중기, 이희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31일 개봉. 2024.12.06.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박지환(왼쪽부터), 송중기, 김성제 감독, 권해효, 조현철, 김종수, 이희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31일 개봉. 2024.12.06.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
지구 반대편의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한인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 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19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성제 감도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마약이라는 소재를 배제하고, 의류 밀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한인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려낸다.
김성제 감독은 대본 작업부터 연출, 개봉까지 '보고타'에 10년을 썼다며 "'소수의견'을 마치고 1년 후에 이 작업을 하게 됐다. '소수의견'은 당시 한국 사회의 당대성을 표현하기 위한 사건, 그 사건을 둘러싼 청년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그 영화가 끝나고 나서 당대성의 문제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해 보고자 했다.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아닌, 멀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저한테는 매력 있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보고타가 아니라 멀고, 낯설고, 생경한 그 어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그 중 어떤 도시에도 작지만 한국인들이 살고 있고, 모두 이민을 갈 때 꿈을 꿀 거다. 근데 막상 가보면 작은 공동체 안에 갇혀 살아서 욕망이나 감정이 선명하고, 밀도 있게 나타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매력 때문에 선택했다. 많은 취재와 디테일한 인터뷰를 통해서 재료를 찾았고, 장르적 구성을 통해 12년의 연대기를 지치지 않고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송중기가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이동훈 photoguy@ |
송중기는 "'로기완'과 비슷한 정서를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한데, '로기완', '화란' 속 캐릭터는 삶의 주체 의식이 없고, 의욕이 없는 캐릭터라면 국희는 제가 선택한 작품 속 캐릭터 중에서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자기 의지가 확고하고 욕망 덩어리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서 캐릭터 변주를 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캐릭터의 3단 변화를 설명하며 "캐릭터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이곳에서 적응해서 살고 있을 때, 그리고 3년 후로 서사를 나눴다. 그 세 변화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제가 원래 안 해 봤던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크다. '빈센조'에서 이탈리아어를 했던 것처럼 스페인어에 대한 궁금증도 커서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송중기와 이희준(오른쪽)이 1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4.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권해효가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이동훈 photoguy@ |
보고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을 맡았다. 이희준은 오랜 시간이 걸려 개봉한 '보고타'에 대해 "영화를 보니까 함께 애썼던 게 기억이 나고, 개봉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오래 기다렸다. 감개무량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수영이 왜 이렇게 국희를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저도 누군갈 좋아하고, 어떤 동생을 맘에 들어할 때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직감적인 부분이 있더라. 국희를 만나게 되면서 왠지 끌리고,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영화상에서 30대에서 40대가 되는데 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체지방 8%에서 체지방 16%로 조절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은 등장만으로 극에 묵직한 무게감을 더하는 배우 권해효가 맡았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넉살 좋게 국희와 그의 가족들을 챙겨주는 듯하지만, 진짜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인 박병장은 권해효를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배우 박지환이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이동훈 photoguy@ |
이어 "이 영화는 저에게는 변화하지 않으면서 살아남겠다고 버티는 자와 변화하면서 살아남겠다고 버티는 자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도 변화 앞에 서 있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올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날을 우리 영화와 함께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으로 산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항상 후회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가 머릿속에서 계획하고 의도를 가지고 했던 연기가 후회되는 순간이 많다. 이 영화에서 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담겨있다. 이 인물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고, 세대의 교체 시기에 마지막 파고에 몸부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종수가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이동훈 photoguy@ |
박지환은 "사람들이 모험을 떠나고, 시작을 하는 이야기라서 흥미롭고 좋았다. 그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 재밌고 좋을 것 같다"며 "작은 박사장 역은 제가 평소 했던 캐릭터의 결을 그대로 보여주면 됐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조, 단역 분들은 영화가 가는 방향을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남의 나라 땅에서 성공해봤자 얼마나 많은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지 녹이고 싶었고, 다른 배우들한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 단역 배우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하게 된 것은 영화의 시작이 바로 콜롬비아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영화의 주 무대인 보고타를 가장 큰 메인 로케이션 촬영 장소로 잡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에 대해 김종수는 "콜롬비아 촬영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고, 몰입할 수 있는 큰 힘이었다. 사전 지식은 없었지만, 스태프들이 잘 준비해 주셔서 촬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고, 박지환은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들과 매일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작품 얘기를 많이 하면서 많은 생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저는 매 회차 촬영이었기 때문에 콜롬비아를 잘 즐기진 못했고, 낯선 환경이지만, 한국 사람들 간의 갈등이라는 서사를 그려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선배님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다. 서로 부대끼면서, 동료들에게 힘을 얻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박지환(왼쪽부터), 송중기, 김성제 감독, 권해효, 조현철, 김종수, 이희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31일 개봉. 2024.12.06.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
송중기 또한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어서 아내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저는 교류를 하고 있다 보니까 예전에는 콜롬비아 국민들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부끄러워하거나 걷어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근데 제가 지낸 콜롬비아는 흥이 많고 정도 많고 음식도 너무 맛있는 곳이다. 옛날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분들의 노력도 봤고, 저는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크다. 요새는 여행 유튜버 분들도 많이 방문하시고, 예전의 이미지가 많이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제 감독은 "한 인물의 연대기를 그려낸 영화를 만들면서 두려움도 있었고 도전이었다. 긴 시간 안에 캐릭터의 변화를 담아낸다는 게 저한테는 제법 흥미롭고, 괴로웠던 도전이었던 것 같다. 처음과는 다른 얼굴을 갖고, 다른 감정을 갖게 하고 퇴장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함께 했던 시간이 저한테는 되게 공부가 많이 됐고, 배우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코엑스 메가박스=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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