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실제 대마초로 마약 론란에 휩싸였던 빅뱅 출신 탑(최승현)이 국내 비판 여론을 뒤집고 '오징어게임2'에 결국 등장했다. 그것도 마약에 찌든 래퍼로. 현실감을 살리려고 했던 것일까. 적어도 비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 약칭 오징어게임2)'가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넷플릭스 역대 글로벌 시청 1위로 전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으로 7회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돼 기대감과 자신감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나 K콘텐츠 붐을 알린 '오징어게임'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시즌2를 향한 우려도 존재했다. 바로 탑의 출연이다. 한국에서는 대마초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뜨거운 사랑을 받던 빅뱅에서도 탈퇴한 탑이다. 그가 아무리 배우 최승현으로 나선다고 한들, 제대로 된 사과나 팬들에 대한 미안함, 반성의 태도 없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했다.
오히려 글로벌 대작인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탑이 9년 만에 출연하는 신작이 되면서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여론까지 일었다.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글로벌 흥행이 보장되는 듯한 '오징어게임' 시리즈인 만큼, 국내 여론을 뒤로 한 채 넷플릭스와 황동혁 감독이 탑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국내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OTT에 종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넷플릭스 하청기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 같은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8월 진행된 '오징어 게임2' 기자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직접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답했다. 그는 "사실 최승현이 논란이 될 줄 몰랐다. 캐스팅 할 때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내 판단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이미 그 사건은 옛날에 벌어졌고,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고, 집행유예 기간도 지났다. 그동안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있었지만, 대마초 관련으로 복귀한 분들도 있고, 많은 분들이 그런 전력이 있었다. 그 쯤 시간이 지났으면 '이런 일을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하고 캐스팅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현해주셨고 내가 생각한 게 오히려 좀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좀 짧았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만큼 검증도 많이 했다. 강한 본인의 의지도 보여줬고, 오디션을 봐야겠다 싶어서 '오디션을 보자, 테이프로 보내라'고 얘기했다"라며 오디션 영상까지 보는 등 나름의 검증 끝에 캐스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황동혁 감독은 "최승현 배우가 역할을 하는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논란이 됐지만 번복하거나 하기에는 나 스스로 많은 과정을 그 배우와 지내왔기 때문에 '이 작품을 왜 이 배우와 해야했는지 결과물로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철회하지 않고 진행했다. 많이 궁금하고, 왜 내가 최승현을 고집했는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만의 과정이 있었음을 밝혀드린다. 작품으로 보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물론 최승현도 출연하고 연기하는데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이해하실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작품이 나오면 다시 한 번 판단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마침내 공개된 탑의 '오징어게임2' 속 캐릭터는 타노스다. 그는 앞선 티저, 예고, 하이라이트 영상들에서 또 다른 인물 명기(임시완 분)가 운영했던 코인 유튜브를 보고 '올인'했다가 돈을 잃고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명기에게 윽박지르고, 타인의 괴로움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빌런'으로 예상됐다.
베일을 벗은 타노스는 이와 같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패거리를 끌고 다니며 무리의 대장처럼 행동하고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전 편의 빌런 장덕수(허성태 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기시감과 별개로 허성태가 보여준 카리스마나 빌런 자체에 대한 소화력은 탑에게 기대할 수 없다. 극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려 노력한 몸짓과 표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연기를 위해 연기한다는 꾸며낸 인상 만을 남길 뿐이다. 과거 2014년 개봉한 영화 '타짜: 신의 손'에서 능글맞은 도박꾼으로 연기했던 탑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오징어게임2'에서도 여전히 그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이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타노스는 소위 '약쟁이 래퍼'다. 대마초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빅뱅 활동을 끝낸 탑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팬들의 아픈 상처를 후벼파는 와중에 부족한 소화력이 소금을 치는 격이다. 황동혁 감독이 인정했던 '이 작품을 왜 이 배우와 해야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시리즈의 역대급 흥행으로 K콘텐츠의 미래 행보라는 사명감까지 짊어진 듯한 '오징어게임2', 공개가 된 뒤에도 여전히 탑의 캐스팅은 옥의 티로 남아있게 됐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