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무게인가, 벌써부터 FA 스트레스라니…1번 심우준, 캠프서 이 정도 실험도 못하나
입력 : 2025.0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한화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스프링캠프 첫 안타가 이렇게 반가울 수 있을까. 연습경기일 뿐이지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심우준(30)에겐 의미 있는 안타였다. 

심우준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멜버른볼파크에서 열린 호주 야구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 5회말 3번째 타석에서 좌완 투수 라클란 웰스 상대로 좌측 라인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2루를 노리다 주루사로 물러났지만 동료들은 덕아웃에 들어오는 심우준에게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심우준은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호주 대표팀과의 3연전 모두 1번 타자 유격수로 나섰다. 5회 우천 노게임된 첫 경기에서 2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난 뒤 15일 경기에도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16일 경기도 1회 좌익수 뜬공 아웃된 뒤 2회 2사 2,3루 찬스에서 3루 내야 뜬공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캠프 연습경기일 뿐이지만 매 경기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요즘 시대에 지켜보는 눈이 많았고, 부담감도 더욱 커졌다. 

한화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겨울 4년 50억원의 거액을 받고 한화로 FA 이적한 심우준이라 새 팀에서 빨리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1번 타자 후보로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와 관련한 팬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거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첫 7타석에서 모두 아웃됐다. 이날 ‘이글스TV’를 통해 중계한 한화 영구결번 레전드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심우준처럼 FA로 좋은 대우를 받고 팀을 이동하면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결과가 안 나오면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균 위원은 “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지만 히팅 포인트가 계속 늦다. 그럴 때 포인트를 앞에 놓기 위해 빨리 배트를 내려하거나 타이밍을 잡으려 하면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격 준비를 빨리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편안하게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화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다행히 심우준은 5회 좌측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내며 8타석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호주 캠프 마지막 실전에서 혈을 뚫었다는 의미가 있다. 

큰돈을 받고 팀을 옮긴 만큼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심우준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그를 1번 타자로 쓸 수 있다는 김경문 감독의 구상이 알려진 뒤였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30일 캠프에서 심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1번 타순을 쳐주면 좋다”고 말했지만 완전 못박은 것은 아니었다. 

그날도 김 감독은 “우준이가 1번을 쳐주면 좋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아래로 내릴 수도 있다”며 “지금 나이면 충분히 FA 한 번 더 할 수 있다. 선수는 그런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수비와 주루 잘하는 건 인정받았으니 타격에서 조금 더 정교하게 때리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선수 동기 부여 차원에서 1번 타자로 언급했지만 팬들 사이에선 큰 논란이 됐다. 프로 9시즌 통산 타율 2할5푼4리(2862타수 726안타), 출루율 3할3리로 타격 성적이 좋지 않은 심우준을 발 빠르다는 이유로 1번에 넣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야구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며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김경문 감독도 심우준 타격에 대해 “충분히 에버리지를 올릴 수 있다. 불필요하게 힘에 비해 큰 스윙을 했는데 그걸 지금 교정하고 있다. 폼 고치는 게 쉽진 않아도 노력하고 있고, 좋아지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순 없고, 심우준 1번 기용이 우려대로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 준비 단계로 다양한 실험,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아직 한화는 확실한 1번 타자감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발 빠른 심우준이 타격 능력을 향상시켜서 1번에 들어가면 좋다. 상무에서 전역한 지난해 개인 최고 출루율(.337)로 발전 가능성도 보였다. 벌써부터 ‘1번 심우준’이 실패할 거라고 단정하기엔 너무 이르다. 캠프 때 이 정도 실험도 못하면 시즌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waw@osen.co.kr

한화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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