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골드글러브 10회 경력에 통산 341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 3루수’ 놀란 아레나도(34)는 지난 2021~2022년 2년 연속 시즌 후 옵트 아웃 권리가 있었지만 행사하지 않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남았다. 특히 2022년 148경기 타율 2할9푼3리(557타수 163안타) 30홈런 103타점 OPS .891로 WAR 7.7을 찍어 FA 시장에 나왔으면 잔여 5년 1억4400만 달러보다 더 큰 계약도 가능했다.
FA를 두 번이나 포기할 만큼 아레나도는 세인트루이스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러나 2년 사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아레나도의 성적이 2년 연속 떨어졌고, 세인트루이스도 5할 승률에 거듭 실패하며 리빌딩에 나서고 있다. 고액 연봉 선수인 아레나도는 정리 대상이 됐고, 지난겨울 내내 세인트루이스는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두 번의 FA를 포기하며 팀에 충성심을 보인 아레나도 입장에선 섭섭한 일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아레나도의 3년 7400만 달러 잔여 연봉을 가능한 많이 부담해줄 팀이 필요했고, 지난해 12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합의를 이루는 듯했으나 불발됐다. 2019년 2월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 2억6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하면서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넣은 아레나도가 휴스턴행을 거부한 것이다.
아레나도는 고향과 가까운 LA 다저스를 비롯해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등 6개 구단을 트레이드에 응할 구단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행 루머도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아레나도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가 차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레나도는 “여기 오면서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팀 동료와 코치들은 물론 프런트 오피스와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트레이드 거부권을 풀 의향이 있는 팀에 대해선 “5개 팀 정도가 있었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함구했다.
아내와 두 살 된 딸이 있는 아레나도는 “난 가족이 생겼다. 가족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가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거부권을 풀 팀의 리스트가 매우 적었고, 앞으로도 그 리스트를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세인트루이스와 어색한 동기를 하게 됐다. 아레나도가 캠프에 오기 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힌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야구운영사장은 “아레나도가 돌아온 건 우리가 더 좋은 팀이라는 걸 의미한다”면서도 “만약 좋은 기회가 생겨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 아레나도와 직접 그 문제에 대해 대화할 것이다”고 불씨를 남겨놓았다.
아레나도는 “그건 모젤리악 사장의 일이다. 난 작년보다 더 좋은 야구선수가 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내가 더 나은 선수가 된다면 어느 팀이든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며 “작년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니었고, 오프시즌 운동방법에 변화를 줬다. 증명해야 할 게 많다”고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013년 콜로라도에서 데뷔한 우투우타 3루수 아레나도는 메이저리그 12시즌 통산 1680경기 타율 2할8푼5리(6406타수 1826안타) 341홈런 1132타점 출루율 .342 장타율 .515 OPS .857을 기록 중이다. 2013~2022년 데뷔 후 10년 연속 내셔널리그(NL)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휩쓴 최고의 수비수로 3차례나 홈런왕에 오를 만큼 장타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2023년 144경기 타율 2할6푼6리(560타수 149안타) 26홈런 93타점 OPS .774, 지난해 152경기 타율 2할7푼2리(578타수 157안타) 16홈런 71타점 OPS .719로 부진을 거듭했다. 30대 중반 나이로 에이징 커브 의심을 받으면서 트레이드 가치도 낮아졌다. 이에 아레나도는 오프시즌에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속근을 키우며 파워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는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빨리 결실을 보고 싶다. 캠프 때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고 개막전을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레나도가 반등한다면 트레이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