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 외인이 불펜 자원 등판을…한화 감동시켰던 그 투수, 5년간 3번 수술→은퇴 선언 ''놀라운 여정이었다''
입력 : 2025.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1년 반을 몸담았던 좌완 투수 라이언 카펜터(35)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카펜터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알렸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나의 놀라운 여정을 끝낼 때가 왔다. 지난 14년 동안 많은 기쁨을 누렸고, 이렇게 오랫동안 야구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카펜터는 “그 과정에서 많은 삶의 교훈과 투쟁, 피, 땀, 눈물이 있었다. 커리어에서 성취를 이루기까지 고된 시간을 단 1초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팀 동료, 코치, 트레이너, 팬 등 커리어 동안 정말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야구를 통해 두 대륙, 4개 나라, 수많은 주를 여행하면서 평생 간직할 추억과 경험을 쌓았다”고 돌아봤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태어나 곤자가 대학을 졸업한 카펜터는 2011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240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됐다. 2014년 3월 탬파베이에서 방출된 뒤 콜로라도 로키스와 마이너 계약했고, 다시 FA로 풀려 2017년 11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나갔다. 

2018년 4월3일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룬 카펜터는 2019년까지 2시즌 통산 15경기(14선발·63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8.57 탈삼진 40개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에서 방출된 뒤 2020년 대만으로 향했다. 라쿠텐 몽키스에서 26경기(157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150개를 기록한 뒤 한화의 눈에 띄어 2021년 KBO리그로 다시 무대를 옮겼다. 

[OSEN=박준형 기자] 한화 시절 라이언 카펜터. 2022.05.25 / soul1014@osen.co.kr

그해 KBO 외국인 선수 중 최저 몸값(총액 50만 달러)으로 기대치가 높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준급이었다. 축발과 디딤발이 엇갈리는 크로스 스탠스 유형으로 던진 카펜터는 196cm 장신 오버핸드로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각도의 공을 던졌다. 주무기 슬라이더 제구가 되는 날은 무적이었다. 기복이 있긴 했지만 31경기에서 팀 내 최다 170이닝을 던지며 5승12패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179개로 분투했다. 압도적 꼴찌팀이었던 한화 타선과 불펜 도움을 받지 못해 리그 최다패를 안았지만 탈삼진 전체 2위에 오르며 12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팀을 위한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그해 9월12일 대전 삼성전 더블헤더를 앞두고는 불펜 등판을 자원했다. 3일 전 선발로 4이닝 88구를 던진 상태였지만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예고된 장민재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등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스로 먼저 등판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1차전에서 카펜터는 6회 구원으로 나서 1이닝 16구를 던지며 실점 없이 막았다. 

당시 한화는 9위 KIA에 5경기 뒤진 10위로 꼴찌가 확정적이었다. 순위 싸움을 하는 상황도 아닌데 팀을 위해 희생했고, 한화 구단도 큰 감동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힘들었을 텐데 불평불만이나 섭섭함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다. 항상 동료들에게 고마워했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지금까지 본 외국인 선수 중 인성과 동료애 면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OSEN=김성락 기자] 한화 시절 라이언 카펜터. 2021.10.17 /ksl0919@osen.co.kr[OSEN=지형준 기자] 2023년 한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찾은 라이언 카펜터(왼쪽)가 한승주, 김민우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2.24 /jpnews@osen.co.kr

총액 75만 달러에 한화와 재계약한 카펜터는 그러나 2022년 시즌 중 팀을 떠났다. 4경기(18이닝) 1패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15개로 투구 내용은 좋았지만 팔꿈치 통증을 반복했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6월초 방출됐다. 결국 미국에 돌아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23년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를 재개한 카펜터는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14경기(59이닝) 2승6패 평균자책점 8.85 탈삼진 44개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7월30일 등판이 마지막으로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시즌을 마쳤다. 거듭된 부상으로 더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카펜터는 “내 몸이 야구에 필요한 것과 스트레스를 따라갈 수 없을 때가 그만둘 때라고 생각했다. 5년간 세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이제 그만해야 할 때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야구를 통해 많이 성장했고, 인생을 배웠다. 야구는 항상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할 것이다. 추억과 열정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OSEN=이대선 기자] 샌디에이고 시절 라이언 카펜터. 2024.02.21 /sunday@osen.co.kr[OSEN=지형준 기자] 한화 시절 라이언 카펜터. 2021.05.28 /jpnews@osen.co.kr

/waw@osen.co.kr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