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구단주 특별보좌역 겸 육성총괄로 변신한 추신수(43)는 2년 전 이맘때 국가대표팀 세대 교체론으로 큰 이슈를 일으켰다.
당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수 선발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본다면 많은 선수들이 안 가는 게 맞다. 새로 뽑히는 선수가 더 많아야 한다”며 “언제까지 김광현(SSG), 양현종(KIA)인가”라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추신수의 발언은 학교폭력 과거가 있는 안우진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큰 논란이 됐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다”, “나이가 많다고 선배가 아니다” 등 세련되지 못한 표현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젊은 유망주들을 큰 무대에서 키워야 한다는 발언 취지는 일부 공감을 얻었다.
2023년 WBC에서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호주에 덜미를 잡히며 1라운드 조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이후 대표팀은 추신수의 의견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세대 교체에 나섰다. 그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만 25세 이하, 입단 4년차 이하로 선수 선발 기준을 잡았다. WBC 때 29.4세였던 평균 연령을 23.2세로 대폭 낮춰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 선수 외에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선수 3명을 포함할 수 있었지만 1명(최지훈)만 쓰며 세대 교체를 이어갔다. 인위적으로 젊은 선수 경험치 쌓기에 주력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도 KBO는 ‘2026년 WBC, 2028년 LA 올림픽에서 활약할 수 있는 20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며 젊은 대표팀으로 방향성을 이어갔다. 28명 중 30대 선수는 4명(박동원·고영표·임찬규·홍창기)으로 평균 연령 24.6세. 그러나 대만에 일격을 당했고, 일본의 높은 벽도 확인했다. 결국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으면서 류중일 감독 체제도 마감됐다.
아무리 세대 교체 과정이라고 해도 2021년 도쿄 올림픽 노메달, 2023년 WBC 1라운드 탈락에 이어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3연속 참사를 겪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지만 거듭된 국제대회 부진으로 국가 경쟁력은 뒷걸음질쳤다. 팬들의 실망감이 크고, 류지현 감독 체제로 맞이할 내년 WBC에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거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소신 발언이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 트레이닝 훈련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이정후는 “KBO가 WBC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프리미어12를 봤는데 세대 교체가 됐더라. 그런데 너무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탈 때는 확 타오르는데 가라앉으면 누군가 이끌어주지 못하고 확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배들도 필요하고, 투지와 파이팅이 넘치는 어린 선수들도 필요하다. 융화가 잘 돼야 좋은 팀이 된다”며 “대표팀이 경험을 쌓으려고 가는 데는 아니지 않나. 그해 제일 좋은 퍼포먼스 낸 선수들이 가서 우리나라를 걸고 싸우는 거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가 함께 가는 게 좋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2년 전 추신수의 세대 교체론과 반대로 대표팀은 최정예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이정후의 의견. 추신수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인데 2년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이정후 발언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제대회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한국야구의 위기감이 크다. 무조건 성적이 최우선이다. MLB 사무국이 주최하는 WBC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대회로 현역 메이저리거들도 뛸 수 있다. 이정후, 김하성(탬파베이), 김혜성(LA 다저스) 등 현역 빅리거들을 중심으로 베스트 멤버를 꾸릴 수 있다.
2년간 세대 교체를 통해 투수 곽빈, 원태인, 문동주, 박영현, 김택연, 내야수 김도영, 박성한, 노시환, 문보경, 외야수 윤동희 등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경험 풍부한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신구 조화가 이뤄진 최고의 대표팀 구성이 가능하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강민호, 양의지, 최정, 최형우 등 여전히 리그에 건재한 30대 후반 베테랑들이 많다. 안 그래도 선수층 얇은 한국야구인데 굳이 나이를 이유로 성적 좋은 베테랑들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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