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1군 0타석에 그친 전력 외 선수는 어떻게 두산 베어스 1차 스프링캠프 MVP가 될 수 있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마무리된 호주 시드니 1차 스프링캠프 야수 MVP로 ‘트레이드 이적생’ 추재현을 선정했다.
추재현은 시드니에서 착실한 훈련 태도와 함께 청백전 3경기 타율 5할(6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승엽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36’을 새기고 두 번째 자체 청백전에서 결승홈런을 때려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추재현이 캠프에서 가장 좋고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추재현은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 모두 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먼저 다가와주셨고, 잘 지도해주셔서 개인적으로 편하게 캠프를 치를 수 있었다”라며 “사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을 뿐인데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MVP를 주신 거 같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청백전 타율 5할 맹타 뒤에는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특별 원포인트 레슨이 있었다. 추재현은 “폼을 특별하게 고친 건 아니다. 원래 스윙이 조금 돌아 나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딱 캐치하시고 앞에서 스윙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교정해주셨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신일고) 선배인 (양)석환이 형이 정말 잘 챙겨주셨다. 내가 처음에 적응을 잘 못하는 거 같으니까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캠프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라고 또 다른 적응 조력자로 양석환을 꼽았다.
두산 이적과 함께 등번호 ‘36’을 새긴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추재현은 “롯데에 있을 때부터 36번을 달아서 내겐 의미가 있는 번호다. 감독님이 과거 36번이었던 부분을 특별히 의식하진 않았다”라며 “마침 팀에 왔는데 작년 36번을 달었던 (임)종성이가 번호를 바꾸려고 해서 운 좋게 36번을 새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추재현은 신일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 2차 3라운드 28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상위 지명의 꿈을 이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외야수 전향 승부수에도 2군을 전전했고, 2019년 마침내 1군 콜업됐지만, 4월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추재현은 다시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2020년 4월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추재현은 2020년 13경기를 거쳐 2021년 95경기 타율 2할5푼2리 66안타 5홈런 26타점 커리어하이를 쓰며 마침내 이름 석 자를 알렸다. 하지만 2022년 33경기 타율 2할2푼4리에 그치며 기세를 잇지 못했고, 상무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2024년 7월 전역한 추재현은 롯데 김태형호의 플랜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1군 출전은 교체로 2경기(0타석)가 전부였다. 설상가상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구단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그런 추재현을 원한 팀이 있었으니 외야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한 두산이었다. 두산은 작년 11월 롯데에 투수 정철원,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고, 반대급부로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영입하는 2대3 트레이드를 전격 단행했다.
트레이드는 롯데가 먼저 제안했다. 롯데가 두산에 정철원을 콕 집어 언급했는데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젊은 외야수가 필요한 두산이 1라운더 김민석과 추재현을 픽했다. 두산은 “추재현은 빼어난 선구안을 갖췄다.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을 가진 그가 외야진 뎁스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추재현은 함께 트레이드 된 김민석을 비롯해 김대한, 전다민, 조수행, 강현구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청백전에서 홈런을 치면서 우위를 점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우위에 섰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추재현은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내게 주어진 자리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 집중해서 1군 엔트리에 들 수 있게끔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추재현에게 끝으로 19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그는 “호주에서 잘 준비했으니까 일본 가서 그게 잘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지금의 좋은 느낌을 잘 살려서 1군 엔트리에 들고, 1군에서 꾸준히 야구를 하는 게 목표다.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한 퍼즐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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