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난(대만), 조형래 기자] “출루율 3할 8푼을 넘으면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신다고 하시더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8)은 지난해 리드오프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발만 빠른 선수가 아니라, 상대를 긴장케 하는 위협적인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타율 3할2푼(366타수 117안타) 4홈런 26타점 94득점 51도루 OPS .812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 선수로는 2010년 김주찬(65도루) 이후 14년 만에 50도루를 넘어섰다.
그라운드를 야생마처럼 활발하고 간절하게 누비는 모습에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매력적인 별명도 생겼다. 황성빈의 존재로 롯데는 좀 더 다이나믹한 야구를 구사할 수 있었다. 황성빈도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주전 멤버로 거듭났다. 연봉도 7200만원에서 115% 상승해 1억5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시즌도 백업으로 시작해 주전으로 자리 잡은 만큼, 올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모교인 소래고 야구부에서 다시 구슬땀을 흘렸고 제주도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지난해 끊임없이 고마움을 표시했던 임훈 타격코치와 통화 하면서 훈련 과정을 공유했다.
그는 “1월에 제주도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임훈 코치님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어떻게 준비했고 루틴에 대해 바뀐 건 있냐 등을 물어보셨다”라며 “그래서 작년에 코치님이랑 준비할 때와 똑같은 과정과 루틴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제가 하는 행동과 훈련에 있어서 의심하지 않게끔 푸시를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드리고 싶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주전 외야진을 우익수 윤동희-중견수 황성빈-좌익수 레이예스로 꾸릴 예정이다. 어깨가 강하고 탄력과 스피드가 좋은 윤동희를 우익수에 배치해서 주자들을 억제하고 중견수 자리에서 황성빈이 넓은 수비 범위로 외야를 책임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에 걸맞게 황성빈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2016~2018년, 롯데에서 감독을 맡았던 조원우 수석코치가 김태형 감독의 부름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조 수석코치는 리그에서 가장 인정 받는 외야 수비 코치 중 한 명이다. 조원우 수석코치는 “타구 판단이나 집중력 모두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황성빈을 냉철하게 분석했고 직언을 던졌다. “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많이 투자를 했다. 연습경기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캠프에서 얻은 것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하는 황성빈.
이어 “조원우 코치님께서 타석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 수비에서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날카롭게 얘기를 해주셨다. 근데 맞는 말이었다. 반박할 것도 없이 인정했다”라면서 “첫 발 스타트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도 스타트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제가 하나라도 대충 스타트 하는 모습이 보이면 바로 와서 ‘계속 집중하라’고 피드백을 해주신다. 계속 지금의 집중력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몇 경기 하지 않았지만 저도 자신감이 올라온 상태고 수비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의 황성빈을 있게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특히 황성빈이라는 원석을 처음부터 다듬었던 김평호 전 코치와 전준호 전 코치부터 지난해 50도루를 가능케 했던 조력자인 고영민 코치와 유재신 코치, 그리고 타격 파트의 임훈 코치 등이 황성빈의 곁에 있었다. 여기에 조원우 코치까지 추가됐다. 그는 “난 인복이 많은 선수인 것 같다”라고 웃으며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지난해 51도루로 리그 도루 3위에 올랐다. 도루왕에 대한 목표도 있겠지만 그는 도루 수치보다는 출루와 주루플레이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루에 있어서는 작년에 스텝업을 많이 했다. 주루는 이미 자신감이 최고조”라고 웃은 그는 “올해 제가 얼마나 베이스를 많이 밟느냐에 따라서 팀 성적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저 뒤에 타자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제가 베이스를 더 많이 밟을 수 있으면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김민재 벤치코치와 나눈 얘기와 내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출루율 4할을 찍으면 가을야구는 무조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민재)벤치코치님께서 3할8푼만 해도 가을야구 충분히 올라간다고 하시더라. ‘네가 규정타석 들고 출루율 3할8푼을 찍으면 해달라는 거 다 해주겠다’며 소원권을 거셨다”라며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신다고 했기 때문에 달성하고 의기양양하게 요청하겠다.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황성빈의 출루율은 3할7푼5리. 그리 먼 수치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 출루 비중을 더 높이게 된다면 롯데 타선의 파괴력이 극대화 되는 것은 당연해진다. 황성빈의 자신감이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를 모두 이뤄지게 할 수 있을까. ‘마황’의 2025년도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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