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투수가 1R 못 뽑히다니…한화에 무슨 행운인가, 극강의 제구 신인 ''최고 좌완 될 수 있다''
입력 : 2025.02.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한화 권민규. /한화 이글스 제공한화 권민규.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민규가 진짜 좋아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은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신인 투수들을 이야기하며 좌완 권민규(19)에게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권민규의 공을 처음 받아본 그는 “힘만 붙으면 최고의 좌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신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멜버른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권민규를 향한 칭찬이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불펜 피칭 때 포수 미트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송곳 제구력에 “신인이 저렇게 공 하나 넣었다 뺄 줄 아는 게 놀랍다”, “아무리 봐도 신인 같지 않다” 등 호평이 흘러나왔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스피드만큼 제구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 (권)민규는 던질 수 있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렇다고 공이 130km대로 느린 것도 아니고, 140km는 넘긴다. 앞으로 스피드가 더 붙고, 타자를 속일 수 있는 변화구를 하나 개발하면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다. 좌투수 생명인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이면 좋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권민규는 이 같은 호평을 실전에서 바로 증명해 보였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2⅔이닝 5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호투를 펼친 것이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칼같은 코너워크로 호주 대표팀 타자들을 제압했다. 직구 구속도 시속 90마일(144.8km)로 속도나 힘이 괜찮았다. 8타자 중 6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공격적 승부까지 훌륭했다.

비공식 데뷔전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제 공을 마음껏 뿌리며 실전용 투수임을 증명해 보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한화 영구결번 레전드인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현역 선수로 20년 생활했는데 고졸 신인 중 스트라이크 잘 던지는 걸로는 권민규가 으뜸이지 않나 싶다. 제구도 좋지만 투구 템포도 빠르다”며 “잘 던졌는데도 표정에서 들뜬 게 보이지 않는다. 여유가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OSEN=김성락 기자] 세광고 시절 권민규. 2024.05.23 / ksl0919@osen.co.kr한화 권민규. /한화 이글스 제공

세광고 출신 좌완 권민규는 올해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지난해 고교 16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1.50 탈삼진 52개를 기록했다. 54⅓이닝을 던지며 허용한 볼넷은 겨우 4개. 9이닝당 볼넷 0.66개로 극강의 제구를 뽐냈다. 

188cm, 90kg 좋은 체격 조건에서 안정된 투구폼과 밸런스로 칼같은 제구를 하는 권민규는 드래프트 1라운드 후반부 지명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서울고 강속구 듀오 김동현(KT), 김영우(LG)가 급성장하면서 1라운드 9~10순위로 뽑혔다. 1라운드에서 투수 2명(정현우·김서준)을 지명한 키움도 2라운드 전체 1순위로 휘문고 내야수 염승원을 택하면서 다음 순번 한화 차례에 권민규가 왔다. 

좌완 투수 육성이 시급한 한화로선 권민규가 2라운드 2순위까지 내려온 게 행운이었다. 빠르게 1군에서 쓸 수 있는 투수로 평가됐는데 예상보다 1군 진입이 더 빨라질 분위기. 일단 불펜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팀 상황에 따라 대체 선발로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호주전 호투로 선발 가능성을 보였다. 

한화 권민규. /한화 이글스 제공

권민규도 은근히 선발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올해 목표로 “팀이 가을야구를 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게 우선”이라며 모범 답안부터 말한 권민규는 “선발로 던지면 7승을 하고, 불펜으로 나가면 10홀드나 10세이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7승 목표에 대해선 “10승은 너무 욕심일 것 같고, 5승은 뭔가 적어 보여서”라고 답하며 웃었다. 

청주 출신인 권민규는 어릴 때부터 한화 야구를 보고 자란 ‘로컬 보이’. 2016~2017년 한화에서 뛴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정우람 퓨처스 불펜코치를 응원했다는 권민규는 1라운드 지명이 불발됐지만 그래서 한화에 온 것을 운명으로 여긴다. “1라운드 지명이 안 돼 아쉬웠지만 2라운드도 빠르게 뽑힌 것이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구속 혁명’ 시대로 신인들도 강속구 투수들이 주목받지만 권민규는 극강의 제구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어릴 적부터 캐치볼할 때 상대방 가슴을 보고 던지며 제구를 잡았다는 그는 “고교 때 구속 욕심을 내다 팔이 아팠던 적이 있다. 그 이후 무리해서 던지지 않는다. 제구는 원래 자신 있다. ABS 시대이니까 제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속보다 제구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한화 권민규.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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