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애리조나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MLB의 절반인 15개 팀이 이곳에 캠프를 차린 탓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그중 하나다. 피닉스 인근 피오리아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특히 초반이 정신없다. 오랜만의 만남 아닌가. 묻고, 대답하고, 인사 나누고…. 각자의 스케줄 소화에도 여념이 없다.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와중이다. 뜬금없는 사진 한 장이 SNS를 뜨겁게 달군다. 촬영 장소는 파드리스가 사용하는 피오리아 구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투수들이 모인 불펜이다.
유난히 이목이 집중되는 지점이 있다. 그곳에 스타플레이어가 있다는 뜻이다. 맞다. 에이스 투수가 피칭 중이다. 다르빗슈 유(38)의 진지한 눈빛이 압도적이다.
모두의 시선도 그에게 쏠린다. 감독, 코치, 구단 관계자, 보도진…. 동작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핀다. ‘상태가 괜찮은가?’ ‘나쁘지 않은데?’ 그런 확인이 필요하다. 팀을 책임질 전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아랑곳없다. 마운드 바로 옆은 전혀 딴 세상이다. 아이들 둘이 쪼그려 앉았다. 한 명은 땅을 파고 들어갈 태세다. 머리를 푹 숙이고, 흙장난에 여념이 없다. 곁에 있는 또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미 반쯤 돌아앉았다.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진 상태다.
이 장면이 한 컷으로 남았다. 누군가의 SNS에 올라간다. 이런 코멘트가 달렸다. “일하는 아버지, 노는 아이들.”
제 3자가 그랬다면 문제다. 그런데 남이 아니다. 게시물의 주인은 바로 당사자다. 다르빗슈의 SNS였다. 흙장난의 주인공이 그의 자녀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팬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멋진 아빠다.’
‘(사진) 아이디어 좋다.’
‘아버지 돈 버시는데, 애들은 노느라고 정신없네.’
‘다둥이 아빠 다르빗슈 씨, 직장에 애들까지 데리고 가셨네.’
‘육아 독박인가?’
그러나 ‘독박’은 오해다. 또 다른 사진으로 해명된다.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제목의 SNS 게시물이다.
멀찍이 11번의 뒷모습이 보인다. 포커스 아웃된 다르빗슈의 희미한 자태다. 이미지의 중심은 두 아이다. 글러브 하나씩을 챙겨 왔다. 같은 번호가 달린 파드리스 유니폼 차림이다.
자세도 달라졌다. 조금 전의 흙장난 모드와는 전혀 딴판이다. 180도 태세 전환이다. ‘돈 버시는’ 아버지 모습에 초집중한다.
이번 SNS의 주인은 바로 엄마다. 다르빗슈의 부인 세이코(44) 씨다. 결혼 전 성은 야마모토였다. 유명한 여자 레슬링 선수다.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을 3번이나 차지했던 전설적인 레슬러다.
아시다시피 이들 부부의 만남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지금은 5명(4남 1녀)의 자녀를 키우며 단란하게, 잘 살고 있다.
지난 겨울의 에피소드가 팬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일주일간의 남다른 가족 모임에 대한 얘기였다.
다르빗슈는 전처를 샌디에이고 집으로 초대했다. 모델 출신의 연예인 사에코다. 혼자만 부른 게 아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 2명도 동행했다.
그러니까 한 집에서 현재의 처와 전처, 그리고 자녀 7명(2명+5명)이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닌, 일주일을 말이다.
당사자는 이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얼마 전에 전처와 아들 2명이 샌디에이고에 놀러 왔다. 일주일 정도 집에 머무르며 (지금) 아내와 아이들 다섯도 함께 지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아이들이) 첫날부터 헤어질 때까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추억이 생겼다. 정말 행복한 일주일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부인 세이코 씨 역시 아이들 7명의 실루엣 이미지를 SNS에 올려 쿨하고, 훈훈함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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